기획투데이

“안전을 위해 다 같이 돌아요. 동네 한 바퀴” [군포주민자율방범대 이흔주 총무]

“안전을 위해 다 같이 돌아요. 동네 한 바퀴” [군포주민자율방범대 이흔주 총무]

by 안양교차로 2017.01.03

같은 옷을 입고 밤마다 동네를 배회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동네를 돌며 취객을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기도 하고, 길 잃은 아이의 손을 잡아 경찰서에 인도하기도 하며 늦은 밤까지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집으로 귀가시키기도 한다. 더운 여름, 추운 겨울 가리지 않고 군포를 지키는 군포주민자율방범대다.
주민들이 스스로 지키는 안전
군포주민자율방범대는 군포 지역의 밤길 안전을 위해 늦은 밤 방범활동을 한다. 군포주민자율방범대 중에서도 이흔주 총무가 몸 담고 있는 재궁지대는 약 스무 명이 약간 넘은 인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대원들은 가장 편한 요일을 골라 일주일에 한 번 9시부터 12시까지 동네 주민들의 안전을 책임진다. 혹여 정한 요일에 시간이 안 되더라도 이들은 자율적으로 다른 요일에 나와 자신의 몫을 해내고야 만다.
이흔주 총무는 군포주민자율방범대에서 동네안전지킴이로 활동한지 15년 정도 되어간다. 우연히 군포주민자율방범대를 보고 ‘한번 해볼까?’ 생각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게다가 8년 전부터 총무로 나서 지금까지도 군포주민자율방범대의 소소한 수입, 지출을 책임지고 있다. 총무로 활동하다보니 부족한 자금여력 상황이 한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시에서 식대 명목으로 약간의 지원이 들어와요. 하지만 초소를 운영하고, 차를 운행하려면 턱없이 부족해요. 초소에서 쓰는 전기, 수도, 간단한 생활용품이며, 차량 유류세나 보험도 만만치 않죠. 그래서 결국 대원들끼리 월 만 원씩 걷어서 초소 운영비와 차량운행비로 보충하고 있어요.”
그런 사정도 모른 채 어떤 이들은 초소로 들어와서 ‘이 일을 얼마 정도 받고 하느냐’고 묻기도 한다. 돈을 내면서 봉사하는 단체라고 대답하면 이들은 ‘왜 그런 고생을 사서 하냐’는 듯한 눈빛을 보낸다. 누군가는 이렇게 돈을 받고 해야 할 만큼 힘들고 고생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매주 봉사를 하는 이들에게 방범활동은 돈을 주면서 해도 아깝지 않은 활동이다.
청소년, 취객, 아이들의 안전 귀가를 책임지다
군포주민자율방범대는 늦은 밤 시간 청소년, 취객, 아이들의 안전 귀가를 책임지며 동네를 안전하게 지키는 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이들이 가장 신경 쓰는 곳은 초등학교 주변. 야간자율학습이 끝난 고등학생들이 초등학교로 들어가 모여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제복을 입지 않았다면 아이들이 우리가 하는 말을 잘 안 들을 수도 있겠지만 제복을 입어서인지 저희가 집에 가도록 귀가 지도를 해주면 잘 듣는 편이에요. 이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또 주변에 있는 주민들의 편안한 밤을 위해서도 빠른 귀가가 필요하죠.”
요즘과 같은 연말, 연초면 더 많아지는 취객들도 이들이 귀가를 도와줘야 하는 이들이다. 취객들은 청소년과 달리 ‘경찰이냐’며 달려드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럴 때면 방범대는 경찰에 신고해 동네 주민들이 애꿎은 피해를 입지 않도록 돕는다.
“동네 벤치에서 술에 취해 누워계시는 분들도 집에 들어가실 수 있도록 도와드려요. 그런데 이 분들 중에서 주소를 제대로 알려주시는 분들은 많지 않아요. 아파트 몇 동까지 갔다가도 호수를 몰라서 다시 파출소에 모셔다 드리는 일도 흔해요.”
길 잃은 아이들을 도와주는 것도 방범대로서 따뜻한 손을 내밀어야 하는 상황 중 하나다.
"하루는 길거리에서 아이가 막 울고 있는데 옆에 할머니가 아이 손을 붙잡고 어쩔 줄 모르고 계시더라고요. 알고 보니 이 할머니도 길 잃은 어린애가 울고 있으니 손을 잡아주긴 했지만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고 계신 상황이었어요. 결국 저희가 경찰서에 신고해 아이를 찾아줬어요.“
서너명이 동네를 돌기에는 꽤 먼 거리, 차량과 도보를 이용해 이들은 방범을 돌며 동네에 지켜줘야 할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운동 삼아 동네 한 바퀴 돌아보세요
이흔주 총무는 방범대 활동 초기,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아이가 어리다보니 함께 아이를 돌봐야 하는 순간에도 일주일에 한번은 방범을 한다며 집을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큰 뒤 이제 가족들은 목요일마다 그가 방범대로서 마을에 기여를 한다는 생각에 당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결국 이 또한 그가 가족을 사랑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요즘 저희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방범대에서도 젊은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제가 총무를 오랫동안 맡고 있는 이유도 저보다 더 젊은 친구가 아무도 들어오지 않아 제가 막내로 계속 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네에 거주하시면서 우리 아이들의 안전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일주일에 한번이든, 한 달에 두 번이든 저희 방범대에 나오셔서 동네 한바퀴 운동 삼아 돈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는 다른 이들도 동네를 지킨다는 기쁨을 함께 느끼길 바란다며 말을 이었다.
“제가 금전적으로 정말 넉넉해서 다른 사람을 돕기는 힘들 것 같아요. 하지만 이렇게 제가 몸으로나마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간단하게나마 즐겁게 할 수 있어서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