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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마음을 열어주는 선생님" [광정초등학교 강민이 교육복지사]

"아이들의 마음을 열어주는 선생님" [광정초등학교 강민이 교육복지사]

by 안양교차로 2016.12.27

학교 안으로 들어온 복지사는 수업에 참여하기 어려운 아이들을 다독여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더 나아가 가정환경적인 요인마저도 변화를 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어쩌면 담임선생님보다도 가깝고, 어쩌면 가족보다도 더 애틋한 선생님. 그들은 학교 내 복지선생님이다.
교육과 복지를 융합하다
학교 내에는 수업 참여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꽤 많다. 예를 들어 수업시간에도 늘 엎드려 있는 아이, 등교 거부를 하는 아이, 한글을 미처 몰라 수업 시간에 적응을 못하는 아이들이 수업에 참여하려면 아이들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어야 하고, 이 과정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이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이 아이들만을 위한 게 아니라 그 외 수업을 같이 받고 있는 다른 아이들을 위해서이기도 해요. 이 친구들이 안정되어 있어야 다른 친구들도 수업을 제대로 받을 수 있어요.”
한편 교육과정에 참여해 인성교육을 돕기도 한다. 장애인 차별 예방 교육을 할 때는 지역 사회 내 장애인 복지관과 연계해서 휠체어에 앉아보는 시간을 갖거나 인형극을 준비하기도 한다. 이때 아이들의 눈높이에 강의 내용을 맞추고,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를 집어넣어 주는 것도 교내 복지사의 역할이다.
“상담선생님과 헷갈려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신데요. 상담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의 개별적인 상담, 집단프로그램을 통한 상담을 주로 맡으신다면 교내 복지사는 개별화된 학생의 관리부터 시작해 교육과정 속에서 학생들의 배움을 돕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교내 복지사의 존재는 아이들에게는 유일한 버팀목이기도 하고, 희망이기도 하다. 작년에 일년 반 정도 선택적 함묵증을 겪는 아이는 말을 텄다. 저소득층은 아니지만 부녀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담임선생님은 너무 말이 없는 아이의 문제점을 파악하고는 교내 복지사와 의논을 했다. 동아리 활동과 개별상담 멘토링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담임선생님과 교육복지사, 아이까지 셋이 모여 대화를 많이 시도했다. 그러자 아이는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었다. 5학년 때 동아리 활동을 하며 손을 들기 시작했다. 비록 말은 터져 나오지 않았지만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7월, 드디어 아이는 입을 열어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시기를 놓쳤으면 중학교 때는 더 말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그때는 더 오랜 시간 마음이 닫힌 상태니까요. 이런 아이들에게 하루 빨리 관심을 가져주고, 누군가가 아이의 곁에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해요.”
가정폭력의 피해자이자 학교폭력의 가해자인 아이들도 많다. 누군가는 그냥 신고하면 될 일이라고 하겠지만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신고하면 경찰서에서 당분간은 부모와 자식을 분리한다. 물론 그 사이 부모의 상담교육도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는 1, 2회에 그치고 다시 아이는 가정으로 돌아가 똑같은 환경에 놓인다.
“부모님은 처음에는 겁먹어요. 그런데 두 번째부터는 그렇지 않죠. 어차피 며칠 뒤에 오는 아이, 특별히 상담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세요.”
교내 복지사와 안 만나겠다는 부모를 설득하기 위해 네 번을 찾아가 세 번을 문전박대 당하기도 하고, 아이에게 물건을 던지면 아이를 안고 대신 매를 맞기도 한다.
“그렇게 여러번 부모님을 찾아뵈니까 아이를 때리는 걸 멈추셨어요. 중학교 때 등교일수가 부족해서 간당간당하게 졸업을 한 아이는 졸업생 대표로 편지쓰고, 교장선생님께 인사를 했어요. 그 순간의 아픔을 그 아이가 견뎌준 거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려운 아이들을 보면 무언가 실질적으로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순간을 온전히 함께 견뎌주는 것이 더 중요해요. 이제 그 아이는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긴 거죠.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는 지금 임원활동을 할 정도로 잘 지내고 있어요.”
아이들의 마지막 희망
강민이 교육복지사는 자신 외에 다른 교내 복지사들도 하는 역할이 크다며 다른 학교의 사례를 예를 들었다. 주변에서 안 좋은 학교라는 평판이 자자한 이 학교는 입학을 하고 나서 자퇴한 아이들이 많아 2학기가 끝날 때쯤에는 두 반이 줄어드는 학교였다. 가진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나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것에 너무 익숙한 아이들이 많기에 그 학교에서는 매해 힘든 사고가 일어났다. 그런데 이 학교에 교내복지사가 근무하고 나서 그런 사고가 올해 일어나지 않았다. 더 중요한 것은 학교 분위기. 선생님에게 인사 한 번 하지 않았던 학교에서 아이들의 인사소리가 들리고,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꿈꾸는 것 같다’는 표현까지 한다는 것이다.
“교육복지사들이 스펀지 역할을 해주는 거죠. 교육복지사들은 아이들이 가장 보여주기 싫은 순간, 가장 비참한 순간을 볼 수밖에 없어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생님들이 아이와 함께 가슴 졸이는 순간, 가슴 찢어지는 순간을 경험해요. 그런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적어도 나쁜 선택을 하기 전에 저희가 같이 있어주고, 최악을 막아줄 수 있으니까요.”
강민이 교육복지사는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단 한 가지만 부탁했다.
“살다보면 위기가 오겠죠. 그런데 한번 힘들었을 때 저와 그 위기를 견뎌본 아이들은 앞으로도 그 힘으로 주저앉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일 아프고, 제일 여렸던 순간을 견뎌주었던 그 기억으로 앞으로 제가 모든 순간 함께 견뎌주지 못해도 삶을 씩씩하게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