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아이들을 포기하지 마세요. 기다려주세요.”[나눔교육 김명주 반딧불이]

“아이들을 포기하지 마세요. 기다려주세요.”[나눔교육 김명주 반딧불이]

by 안양교차로 2016.11.29

반딧불이는 아름다운재단 나눔교육을 함께하는 파트너 교사로, 김명주 반딧불이는 학교에 나눔교육을 하며 학교 밖 아이들에게 따듯한 손길을 내밀고 있다. 가는 곳마다 환히 빛나는, 또 다른 반딧불이를 모아 더 큰 빛을 내는 반딧불이처럼 김명주 씨는 아이들의 앞길을 환히 비추고 있다.
주변에 대한 관심이 바로 나눔이다
아이들은 나눔을 굉장히 거창하게 받아들인다. 능력이 있어야만, 가진 것이 있어야만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베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명주 씨는 아이들의 이러한 생각을 바꿔나가는 역할을 한다.
“요즘 우리 아이들을 보면 안쓰러움을 많이 느껴요. 우리가 자랄 때보다 추억도 없고, 뛰어놀 기회도 없고요. 또래들끼리, 혹은 또래들 내에서도 일부 몇 명만 모인 작은 세계에 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주면서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나눔교육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김지수 원장과 김명주 씨가 시작한 나눔교육은 아름다운재단에서 나눔교육을 의뢰하면서 점점 그 범위가 넓어졌고, 최근 방과후교실 활동으로 더욱 커졌다.
현재 그녀는 학교, 단체, 방과후교실, 센터에서 아이들에게 나눔의 의미를 가르쳐주고 있다.
“서로에 대한 관심, 이웃에 대한 관심을 갖는데서 나눔이 시작되잖아요. 친구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도 나눔이고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아주 작은 부분부터 시작해도 나눔입니다.”
처음 나눔교육을 시작한 아이들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말만으로 ‘너네도 할 수 있어’, ‘주변을 돌아보자’라고 말하는 진부한 교육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들은 수업이 한 번, 두 번 늘어갈수록 생각이 바뀌어나가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표정부터 달라져요. 관심도 없어 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되든 안 되든 무언가를 해보려고 해요. 지역 내에 불편한 부분이 있으면 바꿔보려고 하고요. 이런 활동을 통해서 아이들은 나도 이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당당하게 내가 하고 싶은 일,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되고, 이는 아이의 자존심도 높여줍니다. 그러면 기죽지 않고,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꿈을 펼치는 데에도 더 도움이 되겠죠.”
동네 친구들 모두 모두 모여라
저녁이 되면 당동제일공원에 소위 말하는 ‘문제아’들이 모여들었다. 동네 주민들은 시끄럽다는 이유로, 사고가 일어날 것 같다는 이유로 여러 번 신고와 민원을 반복했다. 이를 듣고 그녀와 김지수 원장은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간식을 주면서 귀가지도를 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렇게 시작한 아웃리치 활동은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마을 축제로 거듭났다. 이제는 추운 겨울을 제외하고 셋째 주 금요일 9시부터 11시까지 정기적으로 열린다. 이 마을축제에서는 학부모, 학생, 선생님들이 모두 모여 서로의 근황을 묻는다.
“어느 순간 아이들이 편한 어른들을 찾기 시작했어요. 가끔 축제에 오지 않으면 궁금해 했고요. 좀 더 시간이 지나자 이제는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더라고요. 이 동네가 아닌 멀리에서 오는 친구들도 생겼고요. 이제 10월에 프로그램이 마무리 되었는데도 아이들은 아쉬운 마음에 그 시간에 맞춰서 오기도 해요.”
어른들도 이 축제가 즐겁기는 마찬가지. 아이들이 요즘 하는 네일아트를 배우거나 타로 점을 보면서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김지수 원장과 김명주 씨는 수면 아래에서 축제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따복 마을공동체 사업에 지원해 지원비를 받거나 티브로드에 후원을 받는 등 아웃리치 유지를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왜 날 믿어주지 못하지?’라고 생각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김명주 씨 또한 처음 아웃리치 활동을 시작할 때는 과연 몇 번이나 이렇게 축제를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라면 아무것도 걱정스럽지 않다.
“아이들을 보면 이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요. ‘도대체 못하는 게 뭐가 있지?’하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아이들의 행동에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들이 다 있어요. 다만 이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손을 놓아버리거나 포기하는 어른들이 있다면 그 행동이 이어지는 것뿐이죠.”
그녀는 어렸을 적 우리도 그렇지 않았냐며 말을 잇는다.
“우리도 이런 생각 정말 많이 했잖아요. ‘왜 날 안 믿어주지? 난 할 수 있는데’ 어렸을 적 늘 했던 그 생각을 왜 어른이 되고 나서 잊어버렸을까요? 이 기억을 계속 간직하면서 아이들을 믿어주면 될 텐데요.”
아이들은 그대로 커주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녀는 아이들보다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다.
“포기하지 않고, 모른 척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관심의 눈길 한 번이 아이들에게는 든든한 지지가 되기도 하고, 지나가는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되기도 하고요. 기다리면 아이들은 와요. 다가올 줄 아는 아이들에게 성급하게 재촉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요즘 그녀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학교 내에 있는 사회복지사, 교육복지사 선생님이 이제 더는 근무하실 수 없다는 것이다. 경기도 교육청에서는 비정규직 직원을 늘리지 않는다는 취지로 사회복지사, 교육복지사 선생님을 내년부터 채용하지 않기로 했다.
“학부모로서, 그리고 아이들을 가까이에서 보는 한 사람으로서 아이들에게 사회복지사, 교육복지사 선생님은 정말 중요해요. 아이들이 학교에서 갈 곳이 없어지고, 마음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곳이 없어지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교과목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돌보는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 많은 업무를 하고 계세요. 잘 조율해서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남아계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