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성인 장애인이 직업을 갖고 우뚝 설 수 있도록” [희망터 사회적협동조합 김남희 이사장]

“성인 장애인이 직업을 갖고 우뚝 설 수 있도록” [희망터 사회적협동조합 김남희 이사장]

by 안양교차로 2016.11.22

우리나라에서 성인 장애인으로 직업을 가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발달장애, 자폐 장애인이라면 그 어려움은 더 크다. 이러한 현실을 일찍부터 깨닫고 있던 장애아의 부모들이 모여 꿈을 키웠다. ‘우리 아이들이 즐겁게 직업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곳을 만들자’. 그리고 그 희망을 바탕으로 희망터가 세워졌다.
(희망터 사회적협동조합 김남희 이사장)

장애인 부모들이 모여 만든 사회적협동조합
희망터 사회적 협동조합은 장애아 부모 30명이 모여서 결성된 단체로, 성인 장애인이 사회인, 직업인으로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보호해주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은 갈 곳이 없어요. 복지관에 프로그램이 있긴 하지만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이 너무 적고요. 그래서 졸업 후에는 사회생활을 거의 못하고 집에서 지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희망세움터 ((사)난치병아동돕기운동본부)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던 부모들은 아이들이 치료 받는 동안 모이면 늘 걱정을 했다. 다른 평범한 부모들처럼 내 아이가, 그리고 내 아이와 같은 불편함을 겪고 있는 친구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기도를 하고 있을 때, 우연처럼 희망세움터 옆 공간에 ‘임대’ 표시가 붙었다.
원래 미용실이었던 이 공간은 아이들에게는 호기심의 공간이었다. 희망세움터에 다니는 발달장애 아이들이 이곳으로 뛰어 들어와 구경을 하거나 유리창에 붙어 손님들을 쳐다봤다. 미용실 원장은 손님이 불편해한다는 이유로 희망세움터에 자주 항의를 하곤 했다.
“아마 어느 누가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해도 저희를 별로 안 좋아하셨을 겁니다.”
미용실을 옮기게 되면서 빈자리가 나자, 부모들은 마음을 합쳤다. 생각해보니 이 공간은 치료센터를 다니는 장애 아이들에게 익숙한 공간이라는 큰 장점도 있었다. 그동안 우리가 하고 싶던 것들 모두 해보자는 결심이 섰다.
엄마의 눈으로 발견한 아이들의 재능
2016년 1월 희망터가 개소를 한 뒤, 희망아카데미 성인, 고등부 방학프로그램이 실시되기 시작했다. 오전에는 미술치료와 음악치료, 레크리에이션 등 정서지원 프로그램이 진행되었고, 오후에는 제빵, 요리, 공예 등 직업교육이 이어졌다. 이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부모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저희는 조합원 의무 봉사 시간이 일주일에 두 시간이에요. 어머님들이 제빵봉사, 바리스타봉사를 하면서 빵 판매와 카페운영을 주도하고 있어요. 이 빵들은 부모들이 다니는 교회와 지역아동센터 등에 간식으로 납품되면서 매출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느새 개소 10개월, 그동안 아이들은 참 많은 변화를 보였다.
“발달장애나 자폐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아무것도 못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그 아이들 모두 잘할 수 있는 작은 재능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어요.”
희망터 이사장 김남희씨의 딸은 자폐 1급이지만 계란을 깰 때마다 뿌듯해한다. 평소 집에서도 계란을 꺼내기만 하면 어느새 옆에 와서 기다리고 있을 정도다. 어떤 아이들은 알람을 끄고 오븐을 여는 것을 즐기고, 또 다른 아이들은 손은 느리지만 반죽하기를 좋아하기도 한다. 이렇게 아이들의 흥미를 찾아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 역시 부모의 몫이다.
처음 한두 달간 아이들에게는 반응이 없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인내심 하나는 최고라고 자부하던 부모들은 좌절하지 않고 기구의 명칭을 익히도록 매일 카드를 만들어서 교육을 하고, 알람이 울릴 때마다 오븐을 열어야 한다고 일러줬다.
“당장은 보이지 않지만 아이들이 한 달이든 두 달이든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이 늘 그래왔으니까요.”
평범한 아이들이 한 달 걸리는 과정을 이 아이들은 열 달 만에 이뤄냈지만 결국 아이들은 부모들의 믿음을 져버리지 않았다. 이제는 아이들이 빵 만드는 과정을 즐기며 그 과정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서하기 시작했다.
희망타운으로 가는 길
희망터 부모들의 목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희망터를 사회적 기업으로 만들어 아이들이 희망터에서 4년을 아카데미처럼 졸업을 하면 희망터 사회적 기업에 취업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더 나아가 희망터는 희망타운 설립까지 내다보고 있다.
“잘 꾸며진 실버타운 같은 희망타운을 만드는 것이 저희들의 최종 목표입니다. 집과 멀지 않은 조용한 곳에 일반인들이 제빵, 바리스타 등을 체험할 수 있고, 아이들이 직업을 갖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으면서 저희도 함께 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장애아 부모들은 늘 생각하거든요. 아이들보다 하루만 더 살았으면 좋겠다고요. 희망타운을 만들어두면 그런 불안함은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겠죠.”
어떻게 하면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지 문의가 많이 들어올 정도로 희망터를 부러워하는 부모들이 많다. 그런 부모들에게 희망터 김남희 이사장은 무엇이라도 준비해보라고 조언한다.
“저희들도 처음에는 ‘나라에서 언젠가는 해주겠지’라고 생각했었어요. 기다리면 좋아질 줄 알았지만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아이들은 나이가 점점 들어가고, 부모들은 점점 힘을 잃어가면서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이년 전에 희망세움터에서 부모회에 어떤 도움을 받고 싶은지 물었어요. 그때 부모들이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바리스타, 제빵을 배워서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때는 배워서 어디에 어떻게 쓸 수 있을지 몰랐지만 아이를 옆에 앉혀놓고 하루 종일 자격증 공부를 했습니다. 이러한 준비가 있었기에 기회가 왔을 때 바로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른 평범한 부모들처럼 늘 아이들이 무엇을 하든, 어떤 곳을 가든 행복하기만을 바란다는 부모들은 희망터에서 그 바람을 조금씩 실현해나가고 있다.

취재 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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