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낮은 자’가 품은 숭고한 이상” [노을아동후원회 양재영 회장]

“‘낮은 자’가 품은 숭고한 이상” [노을아동후원회 양재영 회장]

by 안양교차로 2016.10.11

자신을 스스로 ‘밑바닥’,‘낮은 자’라고 말하면서도 한없이 숭고한 이상을 쫒는 양재영 회장은 2007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조금이나마 자신이 모은 여윳돈과 함께,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의 후원금을 모아 노을아동후원회를 만들었다. 그 이름처럼 따뜻하면서도 애틋한 노을아동후원회에는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가 숨어있다.
투명하고 따뜻한 노을아동후원회
노을아동후원회는 의왕, 안양 지역 내의 28군데 아동센터를 후원하는 아동후원회로, 현재까지 1억이 넘는 후원금을 사용해가며 아동센터의 운영을 돕고 있다. 현재 노을아동후원회 이름으로 모여 있는 적금은 3000만 원, 매달 모이는 후원금이 140만 원에 이를 정도로 기꺼이 자신의 몫을 나누어 노을아동후원회를 응원하는 이들이 많다.
“후원해주신 많은 분들이 있었기에 도움이 필요한 곳에 지원을 할 수 있었습니다. 길거리에서 군것질로 만 원을 쓰기에는 아깝지 않아도 기부하는 만 원은 아까워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하지만 좋은 곳에 쓰도록 작은 돈, 큰 돈 상관없이 후원해주신 분들이 참 많아요. 노을아동후원회를 믿어주신만큼 앞으로도 투명하게 운영하면서 10원도 허투루 쓰이지 않고, 꼭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의 다짐을 증명하듯 그는 모든 수입, 지출 내역이 훼손되지 않도록 파일에 시간순으로 보관하고 있었다. 2007년 계좌를 개설해 자신이 처음 입금했던 만 원부터 최근 후원자의 입금에 이르기까지 모든 입금내역이 담긴 통장과 몇 천원을 쓰든 몇 천만 원을 쓰든 차곡차곡 모아놓은 영수증도 모두 간직하고 있다.
“저로 인해 혹시라도 노을아동회의 취지가 퇴색되거나 변질될까봐 늘 조심스럽습니다. 봉사하는 사람으로서 후원회의 운영뿐만 아니라 횡단보도에서 무단횡단이라도 하지 않도록 늘 몸가짐, 마음가짐도 조심하게 되더라고요.”
마음 부자의 마음 나누기
이렇게 후원회를 이끌며 자신 스스로도 후원회에 매달 큰 돈을 기부하고 있는 그는 사실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자는 아니다. 다만 남들보다 마음이 부유할 뿐이다.
“저는 스스로 밑바닥부터 시작했다고 생각하고, 지금도 밑바닥에서 삶을 꾸려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어렸을 때부터 돈을 벌기 위해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공장에서 일을 하며 밥 대신 빵으로 끼니를 때우고, 월급을 시골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내곤 했다. 이후 돈을 모아 지물포를 시작했지만 25살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의 피해자가 되어 현재까지도 치료를 받고 있다. 그 뒤로 노래방, 포장마차 식당 등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뛰어들었다. 하지만 번번이 운명이 그를 가로막았다. 노래방은 화재로, 포장마차는 관의 철거로, 식당은 사고로 인해 문을 닫고 말았다.
“그때 ‘내가 다리는 불편하지만 손은 부지런하니까 구두수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15년 전에 처음 평촌에 와서 연고도 없고, 장사할 땅도 없으니 막막했었죠.”
그때 그의 눈 앞에 교회 하나가 보였다. 무작정 교회로 들어가 목사에게 사정을 했다. ‘제가 평촌에 이러이러한 사람인데 여기 앞에 있는 주차장에서 조그만 구두수선박스를 하고 싶습니다. 전기세는 당연히 제가 내고, 주변 환경도 제가 깨끗하게 유지하겠습니다.’
목사는 이 이야기를 듣고는 흔쾌히 허락했고, 그는 3~4개월간 주변의 구두수선사들에게 눈동냥으로 기술을 배워 그 자리에서 구두수선을 시작했다. 그리고는 조금의 여유가 생기자 구두수선박스 앞 교회 목사가 운영하는 세창비전스쿨이라는 지역아동센터에 기부를 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자 목사는 그에게 이 지역아동센터를 책임지고 한번 해보라는 권유를 했다. 그는 오랜 고민 끝에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는 주변 모든 가게들에 들어가 작은 모금통을 전달했고, 이 모금통에 모인 금액을 기부 받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아동센터 아이들을 내 아이들처럼 생각한다면
이것이 발단이 되어 노을아동후원회가 생겨났고, 노을아동후원회는 처음 그 마음처럼 아동센터를 돕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곳은 안양에 있는 꿈세지역아동센터다. 꿈세지역아동센터가 지자체에서 아동센터로 인정이 되지 않아 운영비가 전혀 나오고 있지 않았던 시기부터 지금까지도 운영 전반에 필요한 비용을 노을아동후원회에서 지원하고 있다.
“그 당시 꿈세지역아동센터가 존폐위기에 놓여있었어요. 월세가 밀려서 쫒겨날 상황이었죠.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큰 돈은 아니었지만 돈 천 만원을 들고 건물 주인을 찾아갔어요. 알고보니 그동안 200~300만 원 정도 되는 금액이 월세로 밀려있었죠. 그래서 건물주인에게 작지만 노을아동후원회가 꿈세지역아동센터를 돕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혹여 월세가 밀리더라도 제가 낼테니 걱정말라고 말했죠.”
그의 도움으로 꿈세지역아동센터는 존폐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이제는 정식으로 아동센터로 인정받아 지역 내 많은 아이들을 돌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노을아동후원회가 아동센터를 후원해야 하는 이유에 관해서 말을 이었다.
“아동센터에서 여행을 간다고 하면, 혹은 여행을 가서 조금은 가격이 나가는 식사를 한다고 하면 이것을 사치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요. 하지만 일반 가정에서 내 아이들에게 밥을 사준다고 하면 이것을 사치라고 생각하시지는 않잖아요. 이렇게 지자체에서 아동센터를 운영하는 데 최소한의 비용은 지원이 되지만 그 울타리너머 아이들이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으려면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해요.”

취재 강나은 기자

[후원안내]기업은행 232-085946-04-019 노을아동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