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우리 마을 사랑방에 놀러오세요" [정경조 봉사자]

"우리 마을 사랑방에 놀러오세요" [정경조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6.09.13

옛날에는 사랑방이라는 공간이 있었다. 손님을 맞는 장소이자 손님이 없을 때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곳이었다. 이제는 옛날처럼 마을사람들이 서로 친하지도 않고, 사랑방도 없는 시대가 되었지만 호계 1동에는 마을 공동의 사랑방이 살아있다. 바로 호계 1동 북카페다.
주민들이 애용하는 마을의 사랑방
북카페가 들어선 건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전 호계 1동 자치위원장이 다른 동네의 성공사례들을 보고 와서 북카페를 제안하면서부터였다. 현재 북카페에 일하는 모든 사람들은 자원봉사자로 현재 하루 4시간씩, 일주일에 12명이 돌아가면서 바리스타 역할을 하고 있다. 북카페는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카페라기보다는 주민들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음료 값이 저렴하고, 언제든 동네 사람들을 만나 담소를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주민자치위원회, 지역 내 봉사단체 등에서 2000장의 전자 티켓을 구매하면서 더욱 주민들이 많아져 북적이고 있다. 이 북카페의 운영을 맡고 있는 정경조 봉사자는 주민자치위원회 운영분과장으로, 봉사자를 모아 이 공간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북카페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을 때 그녀가 나서서 북카페를 맡았기 때문이다.
“초반에 전문 바리스타한테 월급을 주려다보니까 운영이 도저히 안 되더라고요. 운영을 할수록 마이너스가 되는 거예요. 그렇다보니까 이 공간 전체를 작은 도서관으로 꾸미거나 자판기만 두고 운영을 하자는 이야기들이 나왔죠. 그때 다행히도 자원봉사자들로 운영을 해보자는 제의가 나왔어요. 정말 좋은 아이디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나서서 ‘봉사자들을 모아서 운영해보겠다, 그래도 운영이 안 되면 그때 폐업을 생각해보자.’고 했죠.”
그렇게 간신히 살아난 호계 1동 북카페는 이제 어느덧 자리를 잡아 마을 주민들이 편하게 애용하는 장소가 됐다.
봉사자들로만 운영되고 있는 북카페
이렇게 자신 있게 그녀가 나설 수 있었던 데에는 그녀가 부녀회를 6년간 운영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민자치위원회도 부녀회장을 하면서 저절로 들어오게 되었다. 부녀회장을 맡고 있는 동안 주민자치위원회에서 활동을 하다가 그녀가 부녀회장을 그만두면서 주민자치위원회에서도 탈퇴를 하게 됐다. 하지만 반 년 정도가 지났을 때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그렇게 다시 시작한 주민자치위원회에서 그녀는 북카페 운영을 맡게 되었다.
하지만 간신히 살려낸 북카페 운영은 쉽지 않았다. 봉사자를 구하기도 어려웠고, 봉사자들이 출근을 못했을 때 봉사자들을 대체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안정된 지금도 일주일에 한두 명은 출근할 수 없는 상황이 오고, 그럴 때마다 그녀가 대체를 해서 북카페를 지키고 있다. 이렇게 열심히 북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나 그녀 또한 자신의 일을 하고 있기에 봉사에 100% 전념하지 못하고 있어 늘 안타깝다.
“운영만 잘 하면 이 카페는 정말 잘 될 것이라고 믿어요. 그런데 누가 요즘 봉사만 100% 할 수 있나요. 모두 자기 일하면서 봉사를 하다보니까 쉽지가 않죠. 저는 우리 동네에 주민들이 와서 책도 읽고, 차도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고, 소중해요. 그래서 이 카페가 정말 잘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하루에 4시간씩 봉사 해주시는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북카페가 운영이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맛있는 음료와 뜻 깊은 기부가 있는 북카페를 꿈꾸며
그녀가 꿈꾸는 북카페의 미래는 두 가지다. 첫 번째로는 이익금을 꾸준히 창출해서 전문 바리스타가 북카페를 운영하도록 하는 것. 현재는 원가 비중이 굉장히 높고,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않아 투입 금액이 크지만, 전문가가 좋은 재료를 좀 더 저렴하게 구하기 위해서 발품을 팔고, 음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한다면 더 많은 주민들이 북카페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바리스타가 운영을 하면서 수제 차 등 여기에서만 마실 수 있는 음료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주민들이 ‘북카페 그 음료는 정말 맛있어.’라고 생각할 만큼 음료가 맛있어서 일부러 찾아오는 카페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두 번째는 이익금으로 불우이웃을 돕는 것이다. 처음 북카페를 개업했을 때 모았던 돈 100만 원이 가정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의 장학금으로 들어갔다. 이후에는 운영이 어려워져서 불우이웃을 도울 여건이 안 됐다. 하지만 이제 조금씩 안정적으로 수익이 발생하고 있고, 바리스타가 직접 운영을 하면서 수익이 더욱 많아진다면 정기적인 기부도 가능하리라 여겨진다.
그녀는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와중에 북카페의 청사진을 그리며 노력하고 있다. 주민들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봉사를 하면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이다. 또 즐겁게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봉사의 재미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봉사를 하면서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봉사하는 만큼 내가 돈을 벌었다면 우리 가정이 더 윤택해지지 않았을까?’ 하지만 제가 봉사를 했기 때문에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웃고, 즐기면서 보람을 찾을 수 있었어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