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봉사하라고 주어진 새 삶” [브이터전 오영자 팀장]

“봉사하라고 주어진 새 삶” [브이터전 오영자 팀장]

by 안양교차로 2016.09.07

벌써 4년째 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오영자 씨는 이전에 6년간의 통장 경험이 있는 베테랑. 동네에 관한 일이라면 모르는 게 없다. 그녀는 이렇게 마을 내 봉사활동에 매진하게 된 건 26년 전 생사의 고비를 넘긴 뒤 새 삶을 찾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자신의 모든 시간을 봉사에 써도 아깝지 않은 것일까?
봉사활동을 하고 싶은 자, 브이터전으로 오라
오영자 팀장은 매달 새로운 봉사활동 계획을 세우고, 청소년이나 코치가 봉사활동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교통사고예방 캠페인, 빵 만들기, 부채 만들기, EM만들기, 동네 환경미화 활동을 하기도 하고, 추석을 앞두고는 전 만들기를 할 예정이다. 캠페인을 하든, 물건을 만들든 모두 동네에 있는 주민들에게 그 결실이 돌아가는 것도 브이터전의 특징. 예를 들어 브이터전에서 만든 빵은 동네에 있는 노인정에 전달되거나 주민센터를 통해 독거노인들에게 전달된다.
브이터전으로 봉사에 참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청소년들이 1365 자원봉사 센터로 자원봉사 신청을 하거나 브이터전 모집공고에 지원을 하면서 이 달의 봉사활동 계획을 볼 수 있다. 이렇게 활동을 하고 나면 결과를 정리하는 것은 팀장의 몫이다. 들어간 경비를 10원 단위까지 계산해 영수증을 첨부하고, 학생들이 봉사시간을 받을 수 있도록 전산으로 처리하고, 사진과 활동 내역이 담긴 문서로 활동보고를 해야 한다. 한 달에 한 번 정보를 나누기 위해 브이터전 팀장들이 모이는 회의에도 참여한다.
이렇게 한 달을 보내고 나면 다시 다음 달의 활동계획을 올려야 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오영자 팀장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안양시에서 그녀가 계획한 봉사활동 프로그램이 우수프로그램으로 선정되어 50만 원의 재료비가 활동에 지원되고 있다. 한 번 활동 재료비로는 딱 10만 원씩, 더도 덜도 않도록 맞추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 지원으로 학생들에게 봉사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만큼 보람이 크다.
쓰레기 산을 한 달 보름간 지키다
그녀는 지금 브이터전에 쏟는 열정만큼이나 통장을 하면서 쏟았던 열정도 컸다. 아파트와는 달리 통장이 잘 구해지지 않는 주택가에 통장을 구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그 현수막을 보고 무심코 그녀는 ‘통장이나 해볼까’라고 말을 했고, 이 말이 동장 귀에까지 들어가 그녀가 통장을 맡게 되었다. 얼떨결에 통장이 되었지만 맡은 일에는 책임감 있게 임하는 그녀는 호계 1동이 더 살기 좋은 동네가 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호계 1동 내에 있었던 쓰레기 산을 없앤 주인공도 바로 그녀였다. 동네 공터에 사방에서 불법 투기하는 쓰레기를 없애기 위해 그녀는 주민들과 미화원의 이야기부터 들어봤다.
주민들은 골목에 쓰레기를 놔두면 치워가지 않아 공터에 버린다고 주장하고, 미화원들은 골목에 쓰레기가 있었다면 진작 치웠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평범한 방법으로 쓰레기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자 그녀는 공터에 상인회의 대형화분 4개를 얻어서 두고 그 앞을 밤 10시부터 새벽까지 한 달 보름을 지켰다. 그러자 없어지지 않을 것 같던 쓰레기 산이 드디어 사라졌다. 아직도 이 공터는 깨끗하게 남아있다.
또한 그녀는 아침 운동을 대신해 새벽마다 매일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그렇다보니 동네에 일어나는 일은 모두 그녀가 알 수 있었고, 통장으로서 해결방법을 찾기도 했다. 교도소 이전, 안양과천군포 통합 도를 만드는 데에 관한 서명을 받고, 일 년에 세 번씩 적십자 회비도 걷었다. 이렇게 마을에서 활동하면서 그녀가 알게 된 것이 있었다.
“여기가 아파트가 거의 없다보니까 옛날 시골동네 같아요. 정이 많고, 재미있어요. 다 가족 같고요. 바르게살기회, 부녀회, 새마을회 등 호계 1동에 있는 단체가 10개가 넘어도 다 친하게 지내고요.”
봉사로 채우는 새 삶
오영자 팀장이 적지 않은 나이에 브이터전 팀장을 맡게 된 것은 이전 브이터전 팀장이었던 하수찬 전 팀장의 역할이 컸다. 오랜 통장 활동을 그만두고 이제는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하수찬 전 팀장의 제안으로 브이터전에 들어가게 되었고, 전 팀장이 브이터전 이외의 일이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브이터전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된 그녀가 브이터전을 맡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브이터전을 맡게 됐죠. 브이터전을 하면서 봉사하시는 분들을 참 많이 만났어요. 전 팀장인 하수찬 씨도 안양재가요양센터를 하시면서 자신의 제빵 기술을 활용해서 브이터전의 제빵 코치로 활동하고 계세요. 또 매달 미용봉사를 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물론 학생들 중에도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하지만 재료비 이외의 지원이 전혀 없기에 4년 넘게 팀장 자리를 유지한다는 것이 힘에 부칠 때도 있다. 차비는 물론 브이터전 코치의 식사비까지 감당하며 일주일 거의 내내 주민센터에 나와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편도 바르게살기 위원장에 이어서 주민자치위원장을 맡고 있어서요. 둘 다 봉사하느라 매일 바쁘다보니까 안팎으로 돈과 시간을 쓰고 있는 거죠.”
하지만 책임감으로 이렇게 봉사에 매진하는 건 자신의 삶이 봉사를 하라고 주어진 삶이라고 생각해서였다.
“제가 26년 전에 연탄가스를 먹었어요. 그때만 해도 연탄가스 중독으로 매일 몇 명이 죽었다고 뉴스에 나올 때였죠. 콩팥이 녹아내려서 급성신부전증으로 실려 갔는데 병원에서 첫 일주일동안 방치가 되면서 더 상황이 심각해졌어요. 다른 병원으로 갔을 때는 만성신부전증이 될 가능성이 높고, 최악의 경우에는 죽거나 뇌사 상태가 될 수 있고, 콩팥 기능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으면 평생 투석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한 달이 지나서 콩팥의 기능이 살아났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봉사를 하라고 그 때 다시 살아난 것 같아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