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작은 빵집으로 오세요” [고재영 자원봉사자]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작은 빵집으로 오세요” [고재영 자원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6.08.23

맛있는 빵 냄새가 솔솔 풍겨오는 작은 빵집 하나. 이 빵집에서는 빵처럼 따뜻하고, 행복한 일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미리내 가게부터 시작해 클로버 스토어, 착한가게, 우수자원봉사자 할인점 등의 스티커가 가득 붙어있는 빵집 대문을 열고 빵집 안으로 들어서면 따뜻한 미소를 띤 고재영 씨가 친절하게 손님들을 맞이한다.
군포 미리내 가게 1호, 고재영 빵집
고재영 빵집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가게 개업과 동시에 헌혈증을 모으기 시작했다. 가게에 오시는 손님들이 헌혈증을 기부해주면 헌혈증이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했다. 고재영 씨가 기관이 아닌 개인에게 헌혈증을 주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관을 통하지 않으면 헌혈증이 필요한 개인들이 헌혈증을 구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빵집에서는 헌혈증이 필요하다는 사연을 들으면 그 자리에서 헌혈증을 전달한다.
헌혈증을 모은다는 소식이 소문이 났는지, 미리내운동본부에서 미리내 가게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들어왔다. 미리내 운동은 이탈리아 나폴리 카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우리나라에 시작된 제도다. 손님이 커피를 마시며 커피 한 잔을 더 계산하면 커피가 필요한 누군가가 무료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제도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음식점의 참여율이 높아 음식점을 이용하는 손님이 자신과 이곳을 찾을 누군가의 식사값을 먼저 내면 모르는 누군가에게 식사를 한 끼 대접할 수 있다. 취지가 좋고,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일이기에 고재영 씨는 그 자리에서 선뜻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군포 미리내가게 1호점이 탄생했고, 현재 미리내 가게는 군포 내 6~7개로 그 점포수가 늘어났다.
“미리내 제도는 지역 내에서만 손님들이 미리 내주시는 게 아니라 지역 밖에서, 멀리서 미리 내주시기도 해요. 온라인으로 돈을 보내주시는 분들도 있고, 자신이 재배하는 농산물을 보내주시기도 해요. 제가 기부자와 수혜자의 중간에서 제가 징검다리 역할을 하다 보니 참 재미있어요.”
재능 나누기, 행복 더하기
고재영 빵집은 가야복지관을 후원하는 클로버 스토어에도 가입되어 있어 작은 저금통에 가야복지관 후원기금을 조금씩 모으고 있다. 또 구세군에 정기적으로 후원을 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에게 주어진 착한 가게 타이틀도 갖고 있으며 군포자원봉사자센터에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제도인 군포 우수자원봉사자 할인 가맹점도 하고 있다. 군포 우수자원봉사자 할인 가맹점은 일 년에 100시간 이상 봉사하는 우수봉사자들에게 발행되는 우수자원봉사자 카드 소지자들에게 일정금액을 할인해준다.
“저는 자원봉사를 하시는 분들에게 혜택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제 주변에 봉사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런데 그 중 대부분은 숨은 자원봉사자들이에요. 돈으로 봉사하고, 기부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몸을 움직여서 봉사하시는 분들에게도 많은 혜택이 가야 하지 않을까요?”
이밖에도 고재영 씨는 복지관에 빵을 보내기도 하고, 복지관에서 프로그램을 마련하면 가서 재능기부로 빵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지금은 군포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군포나누미학교에 재능 기부를 하고 있어요. 쿠키 만들기 프로그램을 하다보면 아이들이 ‘재미있었다’, ‘맛있다’라고 하면서 웃을 때 어찌나 예쁜지 몰라요. 또 쿠키 나오자마자 맛보라고 갖다줄 때마다 제가 하는 일이 뿌듯하죠.”,
또한 자유학기제를 통해 아이들이 직업체험을 하고 싶을 때 오는 곳도 바로 이 빵집이다. 현재 매주 토요일마다 오는 중학생 3학년 학생이 대표적이다. 파티쉐라는 장래희망을 가진 아이는 이곳에서 자신의 꿈에 매주 한발자국씩 가까워지고 있다.
그가 이렇게 많은 봉사와 기부를 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제가 봉사나 기부에 관심이 많아서라기보다는 제가 가게를 하다 보니 가게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고민하지 않고 실천에 바로 옮겼더니 이렇게 여러 가지 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한 달에 10만 원씩 내는 건 쉽지 않지만 빵을 복지관에 보내거나 내가 가서 빵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건 제가 쉽게 할 수 있잖아요. 아무리 대단하고, 중요한 일이라고 해도 제가 할 수 없는 일이라면 하지 못하겠죠. 그런데 제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바로 시작해요.”
나의 재능을 더욱 특별하게 빛내는 방법
그가 중학교에 직업체험을 하러 가면 아이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봉사에 대해서 너무 크게 생각해요. 가서 몇 시간씩 봉사를 하거나 정기적으로 기부를 하는 것만이 봉사는 아니에요. 남을 기쁘게 하는 것은 모두 봉사입니다. 길을 걷다가 버려져있는 쓰레기를 줍는 것도, 고마운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도 모두 봉사에요. 봉사라는 개념을 작게 잡으면 누구나 쉽게 봉사를 할 수 있어요.”
또 하나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귀하게 여겨주면서 나누라는 것이다.
“재능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데 자신의 재능이 특별하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나누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조금이라도 내가 재능이 있다고 생각되면 누군가에게 나눠보세요. 자신의 재능을 더 발전시킬 수 있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자신의 재능이 더 많은 것들을 나누게 할 겁니다. 특별한 비용도 들어가지 않으니 시간만 맞으면 부담 없이 할 수 있어요. 많은 분들이 저처럼 재능을 나누시면서 행복함을 느끼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는 봉사를 이렇게 생각한다. 어떤 하나의 사건이 있어서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조금씩이라도 실천하는 것. 특별한 즐거움이 있어서가 아니라 소소하게 행복감을 느낄 수 있어서 지속하는 것. 그래서 그는 누구나 봉사로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