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내가 보탬이 될 수 있을 때 도와드리는 것뿐.” [윤주형 봉사자]

“내가 보탬이 될 수 있을 때 도와드리는 것뿐.” [윤주형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6.07.05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윤주형 씨는 평소 친하게 지내는 회사 동료이자 친구인 우용호 씨를 따라 봉사활동을 자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또한 마음이 전혀 없었다면 가지 않았을 일.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겸손일 뿐, 사실 이 상황에 맞는 말을 고르자면 좋은 사람 주변에는 좋은 사람만 모이는 ‘유유상종’에 가깝다.
친구 따라 봉사 간다
윤주형(59) 씨는 자신이 언제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다니고 있던 회사 안양시시설관리공단 직원들 사이에서 봉사 붐이 불기 시작하면서 그도 평소에 친분이 깊던 우용호 씨를 따라서 봉사를 시작했다.
“저는 그냥 쫒아간 것뿐이죠. 처음에는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는 마음도 없이 시작했어요. 그런데 같이 다니다보니까 나쁜 일도 아니고, 좋은 일이다보니 계속 하게 됐어요. 가면 배울 점이 많고, 그동안 제가 미처 알지 못했던 사회 일부분이 있으니까요. 제가 모르는 사람들에게 제가 이렇게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었거든요. 그런데 가서 보니까 내가 도와줄 사람도 많고,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도 많다는 것을 느꼈죠. 그래서 매주 봉사를 하다 보니 이제는 안 가면 괜히 섭섭한 마음이 들어요.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습관처럼 주말은 봉사를 하면서 보내요. 다행히도 가족들이 반대하거나 서운해 하지도 않고, 오히려 도와주려고 하니까요.”
그를 돕는 건 가족뿐만이 아니다. 지금 직장인 안양시시설관리공단에서도 꾸준히 봉사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도 봉사를 워낙 많이 해요. 주말에는 개인 봉사와 회사 봉사가 겹치기도 할 정도로 일정이 많죠.”
현재 그는 개인 봉사와 단체 봉사를 포함해 집수리와 도시락배달, 신체 장애인들을 위해 함께 여행가서 휠체어 밀어주기, 몰래 산타 등의 봉사를 하고 있다.
개선되고 있는 사회복지, 좀 더 여건이 좋아지기를
이렇게 자주 봉사를 다니다보니 우리나라에서 어떤 복지가 부족하고, 왜 사각지대가 생겨날 수밖에 없는지도 알게 되었다.
“집수리 대상자들은 대부분 시에서 이미 도움을 주고 계신 분들이에요. 그래서 어떨 때는 가보면 어렵다는 생각이 안 들고, 수리가 필요하지 않다고 느낄 정도로 잘 살고 계신 분들이 있어요. 우리나라 복지 체계에서 촘촘히 걸러내야 하는 부분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예를 저희가 보게 돼요. 어차피 세상이 공평하지는 않으니 그런 부분이 없을 수는 없겠죠.”
하지만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는 시에서 도와주는데도 열악한 가정이다.
“몇 년 전에는 집수리 봉사활동을 가면 쓰레기 집이 참 많았어요. 대문부터 시작해서 온 집안에 발 디딜 틈 없이 쓰레기더미에요. 바퀴벌레가 드글드글하고요. 이런 곳들이 할머니, 할아버지 혼자 사시는 집이면 이해할 수 있어요. 그 분들이야 거동이 불편하시니까 도움이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이런 집들은 대부분이 조손가정이었어요. 둘이 살면 그나마 학생이 할머니를 도와드릴 것 같은데 집을 치우지 않아요. 그래서 이런 집들을 보면 ‘도와준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올 텐데’라는 생각이 들죠. 젊은 친구들은 지금은 비록 가난하지만 앞으로는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물론 쓰레기가 쌓여있다고 해도 나름대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살 수도 있겠죠. 그런데 건강을 위협할 만큼 집이 더럽다면 치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집들이 있다는 건 이 아이들을 돌보고, 신경 써줄 제대로 된 멘토가 없다는 뜻일 겁니다. 복지사나 시 복지과에서는 이러한 사실들을 알고 나서 해결방법을 얘기해봤을 텐데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이들보다 더 높은 사람들이 무심해서는 아닐까요?
그나마 몇 년 전부터는 이러한 일들이 자주 없는 걸 보면 우리나라 복지도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이러한 가정들이 많은 만큼 개선 속도가 더 빨라졌으면 좋겠어요."
건강하고 여유로울 때만 봉사할 수 있습니다
그는 주변에 자신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뽐내지도, 나아가 봉사를 같이 하자는 권유도 잘 하지 않는다.
“봉사는 자발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전에야 봉사활동에 대해서 알려진 바도 없고, 혼자서 시작하기에 힘들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학생들도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봉사시간이 있고, 회사에서도 봉사활동 프로그램들을 만들잖아요. 이렇게 봉사를 해볼 수 있었던 계기도 많고,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은데 특별히 하고 있는 봉사활동이 없다면 아직 마음이 없다는 거예요. 물론 사회가 너무 팍팍해서 그런 거겠죠.”
하지만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만은 다른 이들이 느껴 봤으면 하는 마음이다.
“도울 수 있을 때 도와야지 언제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겠어요.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건강하고, 여유가 조금이나마 있어서 다행히 봉사활동을 할 수 있어요. 봉사를 하다보면 몸이 불편하시고, 경제적으로 어려우신 분들이 많아요. 내가 그렇게 여건이 가능하지 않으면 돕고 싶어도 도울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가능한 한 많이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