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대로” [김홍란 봉사자]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대로” [김홍란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6.06.21

성경 중 가장 잘 알려진 구절 중 하나인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구절대로 많은 종교인들은 소외된 이웃을 나 자신처럼 사랑하고 있다. 김홍란 봉사자 또한 마찬가지. 5년째 지역 내 독거노인과 노숙자들에게 식사를 준비해주며 사랑을 나누고 있는 중이다.
독거노인을 위한 따뜻한 도시락 배달
김홍란(46) 씨가 처음 봉사를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5년 전, 학교에서 ‘노는 토요일’이 생기기 시작했을 때였다. 가족 모두가 함께 할 만한 뜻 깊은 일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남편이 우연히 시청에서 복지관 홍보자료를 보게 되면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세 식구가 호계동 노인복지관에서 도시락 봉사를 시작한 초창기에는 매주 다른 가정을 방문하느라 정이 쌓일 틈이 없었다. 그래서 복지관에 고정적으로 방문 가정을 정해달라고 요청해 몇몇 가정을 소개받았다.
봉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그 전부터 허리가 안 좋다고 누워 계셨던 어르신이었지만 돌보는 가족이 있는지 늘 집안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방에 손자 사진도 걸려있었다. 그날도 누군가 만들어온 죽이 옆에 있었지만 어르신은 의식이 없는 상태. 복지관에 연락해 병원에 옮겨야 될 것 같다고 말을 전했고, 복지관에서 후속조치를 취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것이 어르신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 때가 가장 아쉬움이 남아요. 차라리 바로 제가 119에 전화해서 병원으로 모시고 갈 걸.”
한 할아버지는 음식에 대한 저장 강박증세가 있는 할아버지로 집 안에 들어가기 전 아들은 코부터 막았다.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집안에 진동하기 때문이다. 구더기가 생겨서 도저히 못 드실 음식은 찾아서 버리려고 하지만 할아버지는 버리지 못하게 하신다. 그녀는 해당 동사무소에 연락해 이 할아버지 댁 상태가 좋지 않고, 혼자서 청소하기에는 벅찰 정도의 양이라 업체를 부르거나 청소할 인원이 모인다면 그녀도 청소를 돕겠다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동사무소에서도 워낙 할아버지의 반대가 심해서 청소를 못하는 상태. 결국 가족 모두가 출동해 큰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버릴만한 음식을 모두 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는 기운이 없다는 말씀을 하시기 시작했고, 성당에서 요양원으로 옮기셨다는 이야기를 나중에야 전해 들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봉사활동
그녀는 작년부터 빈첸시오 성당의 봉사단체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여기서는 수원에 있는 사랑의 집에서 노숙자를 위한 음식을 만들어서 배식하고, 설거지까지 하는 일을 하고 있다. 육체적으로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사랑의집은 국가 보조를 전혀 받지 않는 곳으로 순수하게 개인봉사자들의 기부와 봉사로 운영되는 곳이기에 그만큼 보람도 크다.
또한 한 달에 두 번, 호계동 노인복지관에서 행복나눔봉사단으로 배식봉사를 하고 있다. 34명 정도 단원이 똘똘 뭉쳐 봉사하면서 배식 봉사 외에도 돈가스를 만들어 판매한 수익금 250만원을 꿈세지역아동센터에 기부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올해 초 추천으로 식품품질관리원 명예 감시원 활동을 위한 교육을 시작했고, 오래전부터 구역장, 성가대 등 성당 활동에도 열심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도 하고 싶은 봉사활동이 너무나 많다. 학원을 운영하며 바쁜 와중에도 봉사활동을 소홀히 해본 적이 없다.
“제가 하는 봉사가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저도 휴일 아침에 늦잠 자고 싶어 하는 아이를 깨워 같이 움직이는 게 힘들 때는 있죠. 그래도 시작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번 시작하니까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봉사활동을 할 만한 곳들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내가 한 곳을 꾸준하게 했으니 다른 곳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자신감도 붙고요. 그래서 여러 가지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봉사로 느끼는 뿌듯함,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었으면
그녀는 특히 가족이 함께 봉사를 하기에 느끼는 행복감과 보람이 더욱 크다.
“세 명이 하나가 된다는 거창한 의미보다는 셋이서 같이 뿌듯함을 느낀다는 점만으로도 참 좋더라고요. 오늘 아침에도 기도를 하다가 네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성경 구절을 읽었거든요. 사랑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이든 사랑을 하는 과정에서 나 자신도 참 행복하잖아요?”
하지만 봉사활동을 해보니 아쉬웠던 점도 있었다. 많고 많은 봉사단체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 힘들다는 것. 특히 그녀는 안양시 봉사단체장 연수에 참여하면서 연수에 참석한 이들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더욱 이를 깨닫게 되었다.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제가 재작년과 작년에는 좀 덜 바빠서 봉사를 하고 싶을 때였는데 어떤 봉사를 할 수 있을지 그런 정보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어떤 봉사활동이 있고, 이 봉사활동을 매달 몇 번, 언제 하는지, 시간은 몇 시간가량 소요되는지에 대한 내용이 정리된 자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요즘에는 노력봉사 외에도 재능 봉사도 있잖아요. 그런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모르시는 분들도 정말 많거든요. 이런 부분들이 보완되면 더 많은 분들이 봉사활동에 참여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