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봉사 받아야 할 사람이 따로 있고, 봉사할 사람이 따로 있나요” [김태순 봉사자]

“봉사 받아야 할 사람이 따로 있고, 봉사할 사람이 따로 있나요” [김태순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6.06.14

노약자는 봉사를 받아야 할 사람, 젊고 건강한 사람은 봉사를 할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늘의 주인공 김태순 할머니를 알게 된다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운동을 배우려고 노인복지관을 처음 찾았다가 봉사를 처음 시작하게 되었다는 김태순 할머니. 올해 80이지만 누구보다 정정하시고 활동적이시다. 젊은이들 저리 가라 할 운동신경에, 성실함을 갖추셨다보니 웬만한 봉사자들의 일당백인 봉사자로 꼽힌다.
시작은 회원으로, 지금은 봉사자로
김태순(80) 할머니가 처음 봉사를 시작한 건 2003년. 아는 동생이 안양시노인복지관에서 게이트볼을 배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였다. 원래 운동을 좋아하는 할머니로서는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게이트볼에 흥미를 느꼈고 2003년 입회를 하면서 안양시노인복지관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렇게 복지관에 오고 가는 날들이 많아지면서 복지관 소식도 자주 듣게 되었고, 식당에서 순서대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식권 발급을 할 봉사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할머니는 복지관을 소개해준 동생과 함께 적극적으로 나서 봉사를 시작했다.
이곳을 찾은 어르신들에게 순서에 맞춰 번호표를 나눠주는 봉사를 삼, 사 년간 했던 할머니는 그 뒤로는 도시락을 준비해주는 봉사로 종목을 바뀌어 지금까지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주방에서 독거노인 90여 명을 위한 도시락 반찬을 준비해주면 할머니는 반찬을 반찬 통에 담아 도시락을 배달해주시는 분들에게 전달해주거나 가까운 곳은 직접 방문한다. 물론 주방이 바쁠 때는 융통성 있게 주방에 들어가 칼질을 하고 조리를 하는 일도 돕는다. 지금은 이곳에서 주무시는 분들이 없지만 복지관에서 주무시던 분들을 돕는 일에도 참여했다.
보통은 일주일에 삼 일정도 봉사하는 일이 예사지만 김태순 할머니는 3일이 아닌 5일이나 복지관을 찾아 봉사활동에 힘쓴다. 또한 2003년부터 석수동에 위치한 복지관에서도 빨래를 개는 등의 봉사를 추가로 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봉사를 하고 계시지만 막상 김태순 할머니에게는 이는 별것 아닌 일이다.
“집에 있으면 뭐해요? 그래서 이틀을 더 나와서 봉사활동도 하고, 다른 복지관도 가는 거죠.”
복지관이 선물해준 소중한 추억
안양시 노인복지관을 알게 되면서 할머니는 소중한 추억도 많이 쌓았다. 복지관에서 게이트볼에 이어 탁구를 배웠고, 7~8년 탁구를 치면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탁구 단장을 맡기도 했다. 2010년에는 전국 복지관 탁구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물론 복지관에서 봉사를 하면서 느낀 보람도 크다. 도시락 배달을 갔을 때 그리도 좋아하시던 90세 정도의 연세가 되시던 어르신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저희가 도시락을 배달하러 가면 반기시면서, 춥다고 ‘여기 앉아라’, ‘같이 먹자’ 이렇게 하세요. 누가 사탕이나 과자라도 사다드렸으면 그거도 다 내놓고 계속 먹으라고 하시고요. 그런데 이 분이 삼 년 전에 이사를 가셨어요. 지금은 못 뵌 지 오래됐지만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죠.”
아무리 좋은 일이라지만 그동안 평일 내내 8시에 나와서 11시까지, 주방 일까지 도와주면 1시까지 봉사를 하면서 힘에 부치신 적은 없으셨을까?
“즐겁게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힘이 든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은 없었어요.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고, 힘들면 가끔 쉴 때도 있을 텐데 지금까지는 그렇지 않으니까 그냥 계속 하는 거죠. 우리 애들도 제가 복지관 다녀온다고 하면 별로 걱정하지도 않고, 그냥 ‘복지관에 가서 놀고 오나보다’라고 생각해요. 복지관을 다니고 나서 훨씬 좋아보이나봐요.”
그도 그럴 것이 할머니는 젊어서는 회사에 다니시다가 할아버지가 편찮으시면서 할아버지를 간호하시는 동시에 살림을 하셨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할머니는 허전한 마음에 집 안에서 우울한 일상을 보내기만 했다.
“지금이 훨씬 좋아요. 그때는 집에서 그냥 혼자 밥 먹고 혼자 집에 있는 거죠. 특별히 할 일도 없고. 시골처럼 집 앞에 땅이 있어서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니니까. 그런데 복지관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그런 건 다 잊어버리고 살잖아요. 전 제가 봉사를 하지 못할 때까지 하겠다는 생각으로 봉사하고 있어요.”
할머니만의 특별한 건강 비결
특히 복지관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할머니는 삶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복지관에 다니면 무엇보다도 즐겁게 생활하게 돼요. 집에 있었으면 밖에 나가기도 힘들다고 완전히 노인네가 되어서 힘이 없었을 텐데 여기 와서 대화도 하고 하니까 즐겁잖아요. 봉사하다보면 나보다 어린 사람도 많거든요. 그런 사람들이 가끔 저한테 얘기해요. 봉사 받을 사람이 봉사를 하느냐고.
그런데 사실은 봉사를 하면서 내 몸도 건강해져서 더 봉사를 할 수 있는 거예요. 사는 보람을 나 나름대로 찾은 거죠. 말년에 와서 뭐 할 것 있어요? 내 힘이 있어서 도와드리는 것뿐이지, 크게 의미가 있어서 지금까지 해온 건 아니에요.”
이렇게 즐겁게 봉사를 하시는 모습을 보며 ‘나도 봉사활동 할 수 있냐’, ‘나도 복지관에 나가도 되냐’며 물어보는 주변 사람들도 한 둘이 아니하고. 그런 사람들한테 할머니는 늘 복지관을 소개시켜 주신다.
“우리 안양에 복지관이 참 잘되어 있어요. 특히 노인들에게는 정말 좋아요. 복지관 사무실에 계신 분들도 ‘어르신’, ‘어르신’ 하면서 얼마나 잘하는지 몰라요. 그러니까 집에 있어도 늘 궁금해요. 아무튼 여기는 노인들에게 삶의 활력을 줘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