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남편 따라 하게 된 봉사, 지금은 생활이 되었죠.” 자원봉사자 우은숙

“남편 따라 하게 된 봉사, 지금은 생활이 되었죠.” 자원봉사자 우은숙

by 안양교차로 2016.06.01

우은숙 씨의 배우자는 작년 소개되었던 유육남 씨로, 거의 일주일 내내 가족과 모두 다 함께 봉사를 다녀 주변 봉사자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주인공이었다. 이번에는 아내인 우은숙 씨를 만났다. 가족들 중에서는 맨 마지막으로 봉사활동에 동참해 지금은 가족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우은숙 씨가 봉사에 빠지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온 가족이 자원봉사자
우은숙(50) 씨가 봉사를 시작한 건 2012년. 월요일과 목요일, 토요일에는 사랑채, 화요일에는 안양복지관, 수요일, 금요일에는 의왕청계복지관에서 배식봉사를 하고 있다. 명절이나 바자회 같은 특별한 행사가 있으면 주말도 없이 봉사하는 일도 이 가족에게는 흔한 일이다.
그녀는 이전에 남편과 아이들이 봉사할 때도 크게 반대를 하는 아내는 아니었다. 그저 ‘본인이 좋다니까 하는구나’ 생각했고, 직접 나서서 봉사를 하지 않았을 뿐이다. 네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아이들은 남편을 따라 봉사활동을 모두 시작했고, 다섯 명의 가족은 시간이 날 때마다 봉사를 했다. 그 모습을 보며 그녀 또한 자연스럽게 ‘봉사가 그렇게 좋은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녀 또한 남편을 따라 우연히 안양복지관에 간 이후로 봉사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남편과 아이들이 왜 그렇게 봉사를 다녔는지 제가 봉사를 다녀보고 나니까 알게 됐어요. 저도 가봤는데 재미가 없었다면 그만 했겠죠. 좋으니까 이렇게 계속 할 수 있었던 거고요. 날마다 어르신들 만나는 것도 좋고, 함께 봉사하시는 분들도 정말 좋아요.”
마음이 깃든 한 알의 사탕
그녀가 말하는 봉사의 매력은 매일 하는 봉사지만 그 느낌은 날마다 새롭다는 것. 이 가족이 안양복지관에 갈 때마다 한 할아버지는 이들에게 사탕을 내미신다.
“저희는 매주 봉사하는 날이면 복지관에 습관적으로 가요. 그런데 그때마다 할아버지는 고마움과 관심의 표현을 해주세요. 저희 아이들도 기억해주시고, ‘예쁘다’, ‘기특하다’ 해주시고요. 한 주 안 오면 궁금해 하시고, 아이들이 학교는 잘 다니는지 물어보시고요.”
큰 건 아니지만 이 사탕에 담긴 마음을 알기에 이 가족에게는 할아버지의 사탕은 평범한 사탕이 아니다. 복지관에 갈 때마다 이 가족 또한 ‘사탕할아버지’가 안 나오시는 날이면 편찮으신 건 아닌지, 무슨 일이 있으신지 걱정스럽다.
“제가 일주일에 한 번씩 가니까 한 번 못 가면 이 주에 한 번 가게 되잖아요. 할아버지가 안 오시는 날에는 걱정스럽죠. 저번 주에도 안 보이셨는데 이번 주에도 안 보이셔서 다른 분들께 여쭤봤더니 몸이 약간 편찮으시다고 하더라고요. 이미 모두 연세가 있으셔서 보이다가 안 보이시면 건강이 가장 염려돼요.”
반대로 그녀를 가장 힘들 게 하는 것 역시도 작은 말 한 마디, 작은 행동 하나다.
“저도 사람이다 보니 작은 것 하나에 상처받을 때가 있어요. 그분들은 별 생각 없이 하신 말이지만 들었을 때 기억에 남는 거죠. 힘도 쭉 빠지고요. 그래도 제가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야죠. 제가 노력한다고 해서 그 분을 바뀌게 할 수는 없잖아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봉사자들도 모두 똑같은 마음이더라고요. 이런 작은 걸로 기뻐하고, 이런 작은 걸로 힘들어하고요.”
봉사를 하면서 받은 가장 큰 선물
그녀가 봉사를 일주일에 한 두 시간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하다 보니 생활이 바빠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있다. 집안일에 남편 일을 돕기도 하고, 아이를 키우는 동시에 봉사하기란 쉽지가 않지만 그녀는 봉사를 하면서 잃은 것 보다는 얻은 게 훨씬 많다고 말한다.
“저희 애가 넷이잖아요. 그런데 한 명도 삐뚤어진 아이가 없어요. 저는 그게 가족들이 모두 봉사를 함께 하면서 느낀 바가 많았기 때문에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게 해준 것이 봉사를 하면서 받은 가장 큰 선물이죠.”
막둥이 또한 ‘기분 좋은 마음으로 봉사를 하면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좋아하시니 계속 봉사를 하고 있다’고 그녀에게 말한다. 막둥이는 친구들에게도 배려심이 유독 많은 아이로 통한다.
그래서 이제 그녀는 남편과 아이들이 했던 것처럼 다른 이들에게 봉사활동을 열정적으로 전파한다. ‘멀리 안 가도 되니 가까운 곳으로 한 번 와서 봉사해보라’는 말에 다른 이들은 ‘내 부모한테도 못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다른 부모들에게 하겠느냐’라고 대답한다.
“저도 저희 부모님께 이렇게 자주 못 찾아뵙죠.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요. 그런데 마음먹기 나름인 것 같아요. 작은 생각차이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잖아요? 솔직히 배식은 큰 기술을 요하는 봉사활동이 아니라 정성과 마음만 있으면 하는 봉사활동이에요. 마음이 있으면 시간은 충분히 낼 수 있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