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봉사로 우정을 돈독히 하는 세 친구”이남호 봉사자

“봉사로 우정을 돈독히 하는 세 친구”이남호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6.05.24

마음이 잘 맞는 친구 셋은 모여서 봉사활동에 간다. 남들은 술도 안마시고, 특별한 취미도 없이 무슨 재미냐고 하지만 이 셋은 같이 있을 때 가장 편안하고,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단다.
봉사활동에 늘 함께하는 우수봉사자 세 명
이남호, 우용호, 윤주형. 이렇게 세 사람이 함께 봉사를 시작한 지는 대략 15년. 처음에는 직장 동료로 회사에서 단체로 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했던 이들은 이제는 직장 외에 사랑의 집수리, 안양천 환경정화, 복지관 도시락 봉사를 할 때도 늘 함께다. 이 우수봉사자 세 사람 중 한 명인 이남호(60) 씨는 봉사의 공을 모두 우용호 씨에게 돌린다.
“저는 동갑내기인 우용호가 하자고 하는 대로 할 뿐이에요. 그 전에는 저도 이것저것 일이 바빠 못하다가 15년 전부터 봉사를 제대로 하게 되었어요. 시간을 내서 한다기보다 시간이 될 때마다 가서 하는 거죠. 그래도 이렇게 움직일 수 있고 남을 도와줄 수 있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이에요.”
겸손하게 이야기를 꺼냈지만 그 또한 봉사를 하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로 매주 주말이 바쁘다.
“봉사활동을 하면 하는 사람이 즐겁죠. 남을 위한 게 아니라 나를 위해서 가는 거라고 느끼면서 하는 편이에요. 그러니 어려운 것도 힘든 것도 없죠.”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난감했던 일은 꽤 여러 번 있었다. 복지관에서 도시락 배달을 하다가 TV에서만 보던 쓰레기로 가득찬 집도 보았고, 거동이 불편해 화장실도 못 가시는 어르신이 여기저기에 볼일을 봐놓으신 집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 어르신을 도와드려야겠다는 마음은 먹었는데 나중에 가니까 그 집이 없어졌더라고요. 돌아가신 것 같다고 짐작만 하고 있어요.”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 봉사
세 친구는 ‘오른손이 하는 일은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옛말 그대로 주변에 자신의 선행이나 봉사활동을 웬만하면 알리지 않고 조용히 자신이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이어나가는 편이었다. 특히 이남호 씨의 경우 처음 봉사를 하면서 아들에게 봉사를 권하다가 포기한 적이 있어서 남에게 봉사를 권유하지 않는다.
“그 나름대로의 생활이 있는데 제가 봉사를 강요할 수는 없죠. 제 자식도 못하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하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전 어불성설인 것 같아요. 봉사는 내가 할 수 있을 만큼 하고, 가족이 할 수 있다면 가족이 함께하고, 이런 모습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생각해서 우리를 따라 더 많은 사람들이 봉사를 하게 되면 더 사회가 좋아지겠지만 그렇다고 제가 남에게 강요할 수는 없어요.”
그나마 그가 하는 권유는 사랑의 집수리에서 최소 인원이 모이지 않았을 때 이전에 집수리 봉사활동에 참여했던 이들에게 다시 나와 줄 수 없는지 요청하는 정도가 전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이들에게 봉사활동에 대해 널리 알려야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우리 이사장님이 ‘오른손이 하는 일은 왼손 정도가 아니라 양손이 알게 해야 돼요’ 이렇게 말씀하셨을 때는 깊게 생각하지 못하고 저도 웃기만 했죠.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 말에 일리가 있더라고요. 좋은 일을 하고 있다면 그걸 많은 사람들한테 알려서 참여하게 하고, 기회를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 우리 셋이 생각했던 것과 달리 이 방향이 더 맞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해요.”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꾸준히 행할 뿐
그가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흔들리지 않고 15년간 꾸준히 봉사를 할 수 있던 건 그 스스로 봉사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칭찬한다고 더 열심히 하지도 않고, 누가 욕을 한다고 소홀히 하지도 않아요. 그저 우리 세 명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꾸준히 하는 것뿐이에요. 옳다고 생각하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야죠.
그래서 저는 우리 세 사람이 참 재밌게, 뜻 깊게 사는 것 같아요. 사실 집사람은 우리가 미울 수도 있어요. 쉬는 날 되면 같이 쉬고, 애들이랑 놀아주기도 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집수리 하러 가야된다, 도시락 배달하러 가야된다 하면서 한 달에 세, 네 번을 가니까요. 가정은 내팽개쳤나 생각할 수도 있어요.(웃음) 그래도 나쁜 일 하러 다니는 게 아니니까 참고 이해해주는 거겠죠.“
그는 앞으로도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지금 주어진 일에 열심히 하는 것이 목표다.
“힘이 닿는 데까지, 여건이 닿는 데까지 열심히 하는 거죠. 봉사활동을 하면서 큰 목표를 세울 필요가 있나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