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국민의 의무 수행하다 봉사를 취미로 하게 되었어요.” [채관우 봉사자]

“국민의 의무 수행하다 봉사를 취미로 하게 되었어요.” [채관우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6.05.10

사회복지복무요원은 군복무를 대체해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 사회복지시설에서 복무하는 인원으로, 각종 복지관에도 이런 인력들이 배치된다. 이렇게 복지관에서 복무하다가 봉사의 즐거움을 깨달아 지금까지도 꾸준히 봉사를 이어오고 있는 젊은 대학생 봉사자를 만나 20대가 느끼는 봉사에 대해 알아봤다.
봉사의 즐거움에 눈을 뜨다
채관우 씨는 봉사를 시작한 계기가 유독 남다르다. 그는 지난 2012년 안양시노인복지관에서 사회복지복무요원으로 군복무를 대신하게 되면서 봉사의 즐거움을 깨달았다. 2년 동안 꼬박꼬박 복지관에 가다보니 복지관에 오시는 어르신들과 복지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과 정이 쌓여 사이가 돈독해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복지관에서 복무하기 전까지는 몰랐지만 복지관에서 필요한 봉사자들에 비해 실제로 봉사를 하러 오는 봉사자들이 너무도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군복무를 마친 뒤 그는 다시 대학생이 되어 학교로 돌아갔지만 그는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봉사에 관심을 가지고, 지역 내 복지관이나 봉사활동에 눈을 뜨게 되었다. 처음에 한 번, 두 번 드문드문 가기 시작한 봉사활동이 이제는 한 달에 두 번, 방학 때는 한 달에 네 번으로 늘어났다.
“대학생이다 보니 공강이나 휴강 때, 시간이 날 때마다 와서 봉사하고 있어요. 스펙을 쌓거나 아르바이트, 학점 관리 때문에 봉사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하루 종일 봉사를 하는 게 아니라 잠깐 몇 시간씩 하는 취미생활이니까요. 다른 대학생들도 이렇게 봉사를 하기 시작하면 부담스럽지 않게 봉사를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그도 학교생활과 병행하느라 봉사활동을 계획했던 것만큼은 하지 못하고 있다. 6개월 정도 했던 안양시에서 주최하는 봉사나 장애인복지관에서 하는 직업 활동 보조는 이제 더 이상 이어나가지 못하고, 안양시노인복지관경로식당에서 식당보조, 배식, 설거지를 하고 있다.
“여러 곳에 봉사자로 등록하기만 하고 자주 가지 못하는 것보다는 제가 자주 갈 수 있는 곳 한 곳에서 꾸준히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요.”
4년 넘게 꾸준한 봉사를 이어오다
대체복무로 2년, 봉사로 2년 반 정도 안양시노인복지관 경로식당에서 일을 하다 보니 식당 직원들이 가족같이, 아들같이 대해주는 건 물론 자주 얼굴을 뵙게 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먼저 밥은 먹고 왔는지, 학교는 잘 다니고 있는지 안부를 여쭤봐 주신다. 또 봉사를 위해 안양시노인복지관을 찾은 다른 봉사자들과도 친분이 쌓였다.
대학생이라서 순탄하게 봉사를 이어온 것 같지만 그에게도 개인사정으로 봉사활동을 하기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학생 때는 나름대로 일정하게 여유시간이 나다보니 정기적인 봉사활동이 가능했지만 등록금을 스스로 마련하기 위해 야간에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는 주야가 바뀌면서 낮에 많은 시간을 낼 수 없어 봉사활동을 위한 시간을 따로 빼기가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꾸준한 봉사활동을 이어나갔다. 자신을 필요로 하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봉사를 오래 하다 보니 일부 봉사자들 중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봉사자들 때문에 봉사를 하며 난감했던 적도 있었다.
“사회봉사자로 오시는 분들 중에 굉장히 일부지만 봉사활동에 자원해서 와서 봉사활동을 성실히 하시지 않는 분들이 있어요. 이런 분들은 오히려 다른 봉사자들을 불편하게 하거든요. 생색내기용으로 봉사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또 선거철에 이미지를 위해 봉사를 오시는 후보자 분들이나 대학교에서 봉사점수만을 위해 오는 분들도 있어요. 이런 분들은 일정 시기에만 몰려서 오고 그 시기가 지나면 봉사를 하지 않으시거든요. 그래서 이런 분들이 많을 때는 전체 봉사자가 많아서 기존에 봉사를 하던 사람들도 일손이 남아돌 때가 많아요. 이 분들이 꾸준히 오셔서 봉사를 해주셨으면 평소에 늘 부족한 일손이 모두 채워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쉽죠.”
20대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없는 경험을 쌓다
그는 평소에 봉사를 거창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 봉사를 계속 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한다.
“제가 생각하는 봉사는 일부러 시간을 만들어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남을 때, 취미로 비어있는 시간을 활용해서 오랫동안 꾸준히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봉사를 지속하다보면 봉사활동을 하러 오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회사, 검찰청, 소방서 등에서 각자 자신의 분야를 가진 분들을 만나고, 이 사람들과 같이 좋은 일을 하다보면 평범한 20대가 쌓을 수 없는 다양한 경험치를 쌓게 된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다양한 나이 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과 교류하면서 인맥도 늘어났고, 배우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봉사의 즐거움 중 가장 큰 것은 스스로 느끼는 뿌듯함과 성취감이다.
“제가 말솜씨나 표현력이 부족해서 정확히 말하기가 어렵지만 봉사를 해보면 참 즐거워요. 제가 봉사를 계속 이어오고 있는 이유는 결국 그 즐거움 때문인 것 같아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