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환대받을 권리를 가진 생명을 존중합니다.” [행복한마을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정홍상 한의사]

“환대받을 권리를 가진 생명을 존중합니다.” [행복한마을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정홍상 한의사]

by 안양교차로 2016.04.19

아직 우리나라에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개념이 낯설었던 십 수 년 전부터 의료사협을 꿈꾸었던 정홍상 한의사는 비로소 십 년 만에 그 꿈을 이루었다. 지역 내 환자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자신의 이익보다는 사회적 책임을 우선시하는 그에게는 개인이 운영하는 한의원보다 지금의 의료사협이 훨씬 잘 어울렸다.
한의원보다 의료사협
정홍상(58) 씨는 2002년 개인 한의원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한의사로서의 길을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안성에 우리나라 최초의 의료사협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는 여러 번 의료사협을 만들려고 했으나 쉽지는 않았다. 세 번째 도전했던 의료사협은 다행히도 성공리에 만들어졌고, 그 세 번째 의료사협이 지금 그가 근무하고 있는 행복한마을이다.
의료사협과 개인 한의원의 가장 큰 차이는 출자하는 주체에 있다. 개인 한의원은 말 그대로 개인 한의사가 출자하기 때문에 한의사가 진료를 하는 한편 경영을 하고, 이익을 남기는 데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반면 의료사협은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출자해서 공동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한의사는 경영보다는 진료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행복한마을이 생겨난 지 이제 3년. 아직은 자리를 잡는 중이라 적자로 운영되고 있지만 조합원이나 지역 내 환자들과의 교류에 있어서는 벌써 성과를 내고 있다.
“아무래도 개인 한의원에서는 ‘의사가 과잉진료를 하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실 수 있겠지만 이런 의료사협에서는 그런 생각은 안 하시죠. 또 저도 이전에 개인 한의원을 할 때보다 더욱 친근한 의사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고요.”
행복한마을에 조합원이 되면 의료사협 운영에 참여를 할 수 있으며 여러 가지 소모임이나 조합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조합원 주치의 제도가 마련되면 조합원과 의사의 관계는 더욱 가까워질 예정이다.
“의사와의 심리적 거리감을 줄여서 이제는 의사에게 궁금한 점을 스스럼없이 물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스스로 건강을 돌볼 수 있는 능력을 평소에 높이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도록 도와드릴 수 있고요. 그럼에도 건강상의 불편함이나 문제가 발생한다면 빠른 치료를 해드릴 수 있어서 좋죠.”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생명을 위하여
행복한마을은 조합원과 지역 내 환자들뿐만 아니라 소외계층 진료에도 적극적이다. 일주일에 한 번, 목요일마다 행복한마을에 근무하는 의사들 중 한 명은 복지관에 직접 방문해 진료를 한다. 작년 같은 경우에는 장애인 주치의제도를 운영하여 장애인들의 치료를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지적장애를 겪는 한 초등학생의 경우, 불안할 때마다 자해행동을 자주 하곤 했지만 그가 한약을 처방하면서 증상이 조금씩 완화되기도 했다.
또한 그는 행복한 마을 인터넷 커뮤니티를 이용해 건강 정보 글을 일주일마다 올리고 있다. 지난겨울에는 감기 후유증을 막기 위해 감기의 조기 치료를 권하기도 했다.
“감기는 자연치유나 대체의학으로 충분히 이겨낼 수 있어요. 하지만 환자가 괴롭거나 힘들면 마냥 참기보다는 한방의 힘을 빌려야 해요. 일반 감기는 보험한약이 있기 때문에 저렴하고, 가루로 타먹을 수 있게 약이 나오기 때문에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요.”
한편 그는 환경운동에도 몸 담은 지 벌써 10년이 되었고, 몇 년 전부터 공동의장으로 활동 중이다.
“우리나라가 발전은 했지만 생태 문제가 계속 남아있어요. 또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나 안전한 식량문제가 늘 대두되고 있고요. 농약 등으로 오염된 먹을거리는 건강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결 되어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환경운동연합은 원전, 탈핵 등 환경현안에 대한 대응과 함께 지역 내 현안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의왕 청계마을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두꺼비와 개구리의 산란지인 논, 습지가 사라질 위기를 막았다. 올바르게 환경을 대하고, 지킬 수 있도록 아이들의 환경교육에도 열심이고, 안양천 살리기 등 환경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환대받을 권리, 환대할 의무
그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자신이 하고 있는 활동이 봉사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이야기 한다.
“이 땅에 태어난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살아있는 생명이라면 환대받았기 때문에 태어났고, 환대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 권리를 보장해주려면 우리 모두 환대해 줄 의무도 있습니다. 환자와의 친밀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환경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 모두 이런 의무를 지키고 있는 것뿐입니다.”
그는 그게 무엇이든 주변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세상이 더 밝아질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저는 올해 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이름이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면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생김새와 향기는 어떤지, 어떤 곳에서 잘 자라는지 관찰하다보면 애착이 생겨요. 그러면 그런 방향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