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나누는 기쁨, 많은 사람들이 느꼈으면 좋겠어요.” [이혜영 봉사자]

“나누는 기쁨, 많은 사람들이 느꼈으면 좋겠어요.” [이혜영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6.01.26

주는 기쁨이 받는 기쁨보다 크다고는 하지만 이를 진심으로 느끼는 이들은 많지 않다. 또한 주는 기쁨을 잘 알고 있는 이들도 주는 대상을 ‘모든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는 사람이 많을수록, 주는 것들이 많을수록 큰 기쁨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향기로운 봉사
커피 원두향이 향기로운 효민교회 아름드리카페, 이혜영 씨(60)는 오늘도 커피를 내리고, 토스트를 전달하며 이곳을 찾은 사람들과 즐겁게 얘기를 나눈다. 그녀가 이 카페에서 봉사를 하기 시작한 건 거의 4년째, 이 카페에서는 자신이 먹은 음료값을 자율적으로 내되 1500원 이상은 내지 못한다. 그녀는 순수 봉사자로서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1시부터 5시나 6시정도까지 이 카페를 혼자 운영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리 한 번을 비우지 않는다.
“아무리 봉사라고는 하지만 저도 책임이 있기 때문에 문 잠그고 쉽게 나갔다 들어왔다 할 수는 없죠. 카페를 찾아왔다가 문이 잠겨있으면 실망스럽잖아요. 그래서 언제 누가 올지는 몰라도 늘 이곳을 지키고 있어야죠. 물론 이 카페에서 봉사하는 것 외에 다른 것들을 포기하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좋은 일이니까 괜찮아요.”
그 뿐이 아니다. 효민교회에서는 9년째 매주 화요일, 목요일마다 노숙자와 이곳을 지나가는 이들에게 무료로 토스트를 전달하고 있다. 이 일에도 그녀는 열정적으로 참여한다. 교회에서 이런 봉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여성단체나 봉사단체에서 장애인을 위한 식사 준비 등 다양한 봉사를 했던 그녀에게는 익숙한 일들이다.
“저도 사람인지라 완벽하지 않고 많이 부족하지만 조금이나마 보람 있게 사려면 이렇게 봉사를 해야죠.”
나누는 기쁨
그녀는 자신이 가진 것을 다른 이와 나누는 행복을 잘 알고 있다. 교회에서 하는 일을 제외하고도 그녀는 그녀가 가는 곳마다 조그만 것이라도 나눈다. 운동을 좋아하는 그녀는 등산이나 골프 등의 취미를 즐길 때에도 간식거리라도 가져가서 다른 사람들과 나눠먹는다. 그렇게 만난 인연들은 또 곳곳에서 그녀처럼 무언가를 나누는 기쁨을 배워 실천하고 있다.
그녀는 지인들이 아닌 카페에 온 사람들에게도 봉사를 권한다. 과거보다 취미생활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되었지만 우울한 노후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늘 ‘손길이 닿는 곳이면 어디든지 봉사를 해보라’며 이야기 한다.
“종교가 다르다고 해도 교회 봉사에 참여할 수 있어요. 이 토스트를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인원이 필요한대요. 야채 다듬고, 썰고, 빵 굽고, 이걸 또 전달하는 데만 해도 일손이 굉장히 부족해요.”
그녀의 경험상 봉사를 하게 되면 베푸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다른 것에서도 마음이 넉넉해지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그녀가 밖에서 활동할 수 없기에 자신이 할 수 없는 봉사를 전달하기도 한다. 도와줘야 할 사람들, 해야 할 봉사로 이야기 꽃을 피운다.
얼마 전에도 그녀는 카페에서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쉼터에서 머무르고 있는 학생 미혼모와 식사자리를 가졌다. 한우를 사주며, 그녀는 어린 엄마에게 힘을 북돋아주었고, 미혼모는 ‘정말 맛있다’며 고기를 연신 입으로 넣었다.
“아이도 갖고 있는데 얼마나 먹고 싶은 게 많았겠어요. 제가 직장생활을 하는 게 아니라서 많이 여유롭지는 않지만 그렇게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까 기쁘고 뿌듯하더라고요. 우리가 앞으로 남은 인생 얼마 안 되는데 시간이 허락하는 한 즐거운 마음으로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하고 싶어요.”
건강 비결은 봉사
그녀는 독실한 기독교신자로 전도를 자신의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종교에 대해서 배타적이지는 않다.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교회를 찾은 신도보다 교회 위쪽에 있는 절을 찾았다가 이 카페를 찾는 손님이 많은데, 이 사람들과도 종교를 떠나 봉사에 대한 즐거움을 나눈다. ‘종교는 다르지만 참 괜찮은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이 카페에서 일하는 재미 중 하나이다. 또한 토스트를 나눠주는 날이면 음료만 마시러 온 이들에게도 토스트를 주고, 집에 가서 먹으라며 싸주기까지 한다. 그러니 이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라면 그녀의 따뜻한 정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정이 많은 그녀는 스스로를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아이라고 말한다.
“저는 음식 솜씨가 뛰어나지도 않고, 특별히 어떤 재능이 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제 손이 꼭 닿아야 하는 일이 있어요. 그렇게 내가 어떤 걸 하든지 겁내지 않고, 꾀부리지 않는 자세라면 무엇이든 하게 되죠. 예를 들어서 저는 집을 지을 수 있는 능력은 없어요. 그래서 의왕에 하는 집짓기 운동에 참여했을 때는 집짓기 대신 봉사자들에게 식사거리를 준비해줬어요. 다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이 달라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가진 걸 나누고 다른 사람들을 품어주는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힘든 봉사를 할 기회가 있으면 꼭 참여하려고 하죠.”
봉사를 이렇게 꾸준히 하기 때문에 자신이 건강한 것 같다며 활짝 웃는 그녀는 마음의 건강 또한 봉사로 지켜나가고 있었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