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교통약자의 길벗이 되어 [착한수레센터 성생현센터장]

교통약자의 길벗이 되어 [착한수레센터 성생현센터장]

by 안양교차로 2015.02.17

‘착한수레’는 안양시에서 운영하는 장애인콜택시를 이르는 말로 4년 전부터 운영되고 있다. 3대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13대가 운영되고 있으며 3월 15일에 6대가 더 늘어날 예정이다. 교통약자에게는 다리이자 길벗이 되어주고 있는 착한수레는 하루에 약 100명이 이용하며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교통약자의 BMW
비장애인은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택시를 탈 수 있지만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는 무엇 하나 쉽지가 않다. 버스를 타려고 해도 버스가 지나쳐버리고, 택시를 타려고 해도 택시가 서지 않는다. 지하철은 한번 타기가 버거울 정도로 힘들다. 착한수레가 하는 일은 장애를 가진 이들의 ‘BMW(Bus, Metro, Walk)'가 되어주는 것이다.
착한수레를 운영하고 있는 센터장 성생현(53)씨는 매달 한 번씩 하는 안전교육과 친절교육 시간을 중요시한다. 매번 교육내용이 비슷하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두 가지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접촉사고가 나면 아무리 조그만 사고라도 비장애인과 달리 장애인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요. 위급상황에서의 대처능력이라던가 충격정도가 달라지니까요. 그래서 시속 60km이상 달리지 않아요. 뒤에게 빨리 가라며 크락션을 울려도 어쩔 수 없어요. 운영한지 4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속도위반으로 걸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을 정도에요.
친절교육에서는 ‘역지사지’란 단어를 자주 쓰는데요. 저희 직원들이 진정성을 갖고 모든 마음을 다한다고 해도 상대방에게는 못 미치는 경우가 있어요. 예를 들면 저희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의 이동을 위해 배차를 빡빡하게 해요. 물론 지각은 없도록 시간을 조절하는데, 앞의 고객이 늦어서 저희도 다음 고객에게 늦는 경우가 생겨요. 앞의 고객도 이해해야 하는 게 거동이 불편하시다보니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고요. 뒤에서 화를 내는 고객도 오랜만에 외출하는데 어떤 일로 차질이 생기니 화가 날 수밖에 없어요. 모두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을 하면 해답이 나오더라고요.“
오는 감사인사, 가는 도움의 손길
지난 13일 오후 착한 수레 직원들은 안양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찾았다. 1년에 한 번 십시일반으로 직원들이 모은 돈으로 쌀 280kg를 전달하고, 자립센터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을 협의했다. 착한수레 직원들은 1년에 한 번 이렇게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기존까지는 이동을 도우며 알게 된 어려운 이웃을 선정해서 도왔지만 이번에는 단체를 선정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동안 많은 이들을 돕기도 했지만 반대로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설이나 추석, 연말이 되면 착한수레 사무실 앞으로 택배가 쌓인다. 떡이며, 과일상자, 굴비까지 배달된다. 보낸 주소를 보고 다시 반송을 시키면 전화가 온다. 성의를 받아주지 않는다며, 서운하다는 목소리가 저쪽에서 들려온다.
“사실 받아도 될 만한 컵라면이며, 음료 이런 것들도 다시 돌려드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걸 받으면 저는 그 이름을 기억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만약에 그 분이 예약이 안 된다며 전화가 오면 혹시나 저도 사람인지라 어떻게든 해보려고 애쓰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되면 다른 분들의 이동 기회를 약간 침해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그런 차별을 두지 않기 위한 방법이에요.”
그럼에도 피치 못하게 받게 되기도 한다. 수박 2통, 복숭아 한 봉지, 찐 감자, 피자 5판. 그럴 때는 전화를 한다.
“마음만으로도 고맙습니다. 이번에는 우선 받긴 했습니다만 다음에 또 이런 걸 보내주시면 예약하는 데 불이익을 드리겠습니다.”
한번은 택배로 온 컵라면 20개와 커피믹스 한 박스를 돌려주기 위해 직접 찾아간 적도 있었다. 80대 중반의 노부부는 ‘그럼 우리 두 노인네가 만날 라면만 먹으라는 거냐.’며 받지 않았다. 결국 두 분과 함께 가까운 노인정에 가서 라면과 커피를 전달했다.
교훈대로 살아가는 삶
“아마 초중고 교훈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텐데요. 저는 기억나요. 초등학교 때는 교훈 말고 급훈이 기억나는데 ‘착하게 살자’였고요. 중학교 교훈은 ‘스스로, 바르게 실천’이었고, 고등학교 교훈은 ‘진실한 봉사자가 되라’였어요. 그 때 배운 것처럼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15년 전 호계동에 노인복지센터에서 매주 금요일 다른 회원들과 함께 급식봉사를 시작했다. 그는 그 당시 가장 젊어 밥 푸는 일을 도맡아 했다. 하루 400~500그릇의 밥을 푸면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어떤 사람은 주는 밥의 양 대로 받고, 어떤 사람은 주는 밥을 덜어내고, 어떤 사람은 밥을 더 받아가는 것이었다. 그는 당시 복지센터장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센터장이 대답했다.
“밥을 더는 분들은 아침을 드신 분이고요. 주는 대로 드시는 분들은 아침을 굶으신 분, 그리고 밥을 더 가져가시는 분은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을 굶으신 분들이에요. 하루 한 끼를 드시는 분들이죠.”
그 말을 들으니 봉사를 끊을 수가 없었다. 10여 년 전부터는 일일찻집의 수익금으로 쌀을 사서 한 복지관을 후원하고 있다. 매년 장사가 잘 되면 100포대, 장사가 안 되면 50포대 정도를 보낸다.
그 외에도 1년에 3~4번은 도시락 배달을 하고, 만리포 기름유출 사건이며, 동두천 물난리 등 각종 자연재해에도 따스한 온정을 보낸다. 그의 일이자 취미이자 특기가 모두 봉사인 셈이다.

취재 강나은 기자(naeun113@naver.com)

[착한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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