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봉사는 여가활동이 아닌 작은 실천입니다 [대한적십자사봉사회 안양지구협의회장 최은희]

봉사는 여가활동이 아닌 작은 실천입니다 [대한적십자사봉사회 안양지구협의회장 최은희]

by 안양교차로 2015.02.10

안양시 자원봉사센터에서 인정한 시간만 해도 11,500시간 이상을 기록하며, 10년 동안 적십자 임원으로 봉사에 매진했던 최은희 씨는 최근 대한적십자사봉사회 안양지구협의회의 회장에 취임되어 총 인원 180명, 만안봉사회, 동안봉사회 등 8개의 지역단위 봉사회를 이끌어 가고 있다.
수동적이었던 봉사가 적극적인 봉사로
지난 86년, 최은희(63)씨는 지인을 따라 일산 홀트아동복지회를 찾았다. 집에 돌아와 한참을 아이들 생각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정신이나 몸이 건강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밥을 먹여주고, 함께 놀아줬던 시간이 벅찬 뿌듯함으로 다가왔다. 그 후 그녀는 안양에 있는 보육원에서 일대일 엄마를 하면서 아이들을 돌봤다. 96년에는 적십자에 들어가 활동을 시작했고, 20년차를 바라보는 2015년. 그녀는 적십자 안양지구협의회장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처음에는 ‘봉사’를 하고 있다는 생각도 못하고 따라다니기만 했어요. 큰 그림을 못보고, 여기서 봉사자가 필요하다고 하면 가서 하고, 저기서 필요하다고 하면 가서 하고요. 그렇지만 지금은 봉사의 목적을 생각하게 되네요. 오늘 반찬 봉사가 예정되어 있으면 ‘오늘 내가 어떤 반찬을 해드려야 어르신들께서 맛있게 드실 수 있을까.’, ‘더 맛있게 해드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하는 고민을 합니다. 또 배냇저고리를 만들면서도 아이들이 건강하고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전문가에게 가서 자문을 받고요. 집을 고치러 가도 수혜자의 의견을 꼼꼼히 메모해서 이 내용에 대해 수리업체와 회의를 통해 최대한 만족스러울 수 있도록 조정해요.”
그래서 적십자는 수혜자를 이해하고 더 충실히 돕기 위해 봉사자 교육에도 많은 시간을 쏟는다. 사회가 발달함에 따라서 과거처럼 세탁이나 설거지, 청소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봉사의 목적과 지역 등에 따라 전문화의 필요성을 갖추기 위해서이다. 봉사원이 되면 적십자에서는 1년에 네, 다섯 번씩 전문적인 교육을 받는다. 여기에 봉사자들의 배려와 따뜻한 마음, 이해심을 더하면 더욱 완전한 봉사가 이루어진다.
봉사자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어려운 이웃이 어디 있는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에 대한 정보다. 이것은 주민센터와 사회복지사, 각 지역의 통장에게서 추천을 받는다. 아직도 ‘왜 이렇게 늦게 알았을까’ 싶을 정도로 도움이 필요한 곳이 많아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이럴 때일수록 봉사를 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생겨난다.
함께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내일을 준비하는 봉사회, 적십자
인원이 많고 체계적으로 봉사를 하고 있어 적십자에서 하는 일은 굉장히 다양하다. 우선 복지관에서 하는 봉사가 가장 기본적이라 할 수 있다. 노인복지관에 가면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들의 목욕을 돕고, 식사를 준비한다. 또한 세탁차를 이용해 복지관의 빨래를 몰아서 해주기도 한다.
취약가정을 돌보는 일도 적십자의 몫이다. 소년소녀가정, 다문화가정, 탈북자 가정에 매주 화요일에는 반찬을 만들어 나누고, 한 달에 한 번 238세대에 구호미를 전달하며, 일 년에 세 네 번 정도는 생필품을 챙겨 준다. 각각 자신의 지역을 맡아 안양 31개 동 가정을 방문하며 상담과 주거환경개선까지 돕는다.
수익사업으로는 고추장, 된장을 담그고 있다. 아파트가 생기며 집에서 직접 장 담그기가 어려워지자 98년부터 된장을, 그 이후에는 고추장까지 함께 한다. 안양시에서 신청을 받고, 그 양에 맞춰 만드는데 130말에서 150말을 담글 정도로 인기가 좋다. 여기서 나온 수익금으로 학업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
적십자에 있는 제빵 시설을 이용해 봉사원과 안양시민, 기업인들이 정성을 모아 빵을 만들고, 그 빵을 장애인복지관, 아동보호시설에 전달하는 일도 한다. 얼마 전에는 40개의 케이크를 전달해 아이들에게 큰 기쁨을 주기도 했다.
또한 적십자라면 재해구호활동이 빠질 수 없다. 작년 겨울에도 눈사태로 무너진 비닐하우스를 세우고, 여름 장마로 일어난 수해복구에 가장 먼저 달려간다. 그 외에도 이미용 봉사며, 수지침 봉사, 헌혈 봉사에도 도움을 주고 있으며, 다른 지역의 농촌에도 일손을 보탠다.
여전히 ‘함께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내일을 준비하는 봉사회’라는 적십자의 모토에 충실하고 있는 모습이다.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는 결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렇게 많은 봉사활동을 소화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시에서 후원하는 기금과 3월 바자회 수익금, 특별회비를 모아 운영하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반찬사업의 식재료 값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요즘 경기가 어렵다보니 적십자회비가 몇 년 전부터 줄어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저희 회원들이 특별회비도 내고, 후원도 받고 해서 사업을 진행하지만 그래도 국민들이 내주는 적십자회비가 가장 큰 역할을 합니다. 저희가 취약계층이나 불우이웃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적십자 회비 모금에 적극적인 협조와 동참을 부탁드립니다.”
봉사에 대한 생각을 조금만 바꿔도 더욱 쉽게 봉사에 다가갈 수 있다며 그녀는 봉사의 의미와 보람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간이 있어야 봉사한다.’, ‘여유가 있어야 봉사한다.’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사실 봉사는 여가활동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하는 작은 실천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다보면 오히려 봉사가 활력소가 되거든요. 봉사원들끼리 하루 일과를 되짚어보면 무엇이 아쉬웠고, 무엇이 만족스러운지, 또 ‘앞으로는 이렇게 해봐야겠다.’, ‘이런 방향으로 바꿔야겠다.’ 계획을 세웁니다. 그러면 다음 봉사가 더욱 기대될 수밖에 없죠.”
그녀가 어떻게 큰 자리에 오르게 됐는지 알게 되는 답변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또 다른 이유가 가장 크다며 말을 이었다.
“희망이 필요한 곳이라면 언제든지 달려와 주는 다른 봉사원들과 다 같이 하기 때문에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침에 일찍 나오고, 저녁에 늦게 들어갈 때도 있는데 군말 없이 제 뜻을 이해해주고, 많은 격려를 해준 가족들에게도 고맙고요. 전임 회장님께서 하시는 일들을 옆에서 많이 보고 배운 만큼 앞으로도 봉사자들에게는 더 큰 보람을, 수혜자들에게는 더 큰 혜택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취재 강나은 기자(naeun1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