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는 소중한 경험 [노래강사 박근수]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는 소중한 경험 [노래강사 박근수]

by 안양교차로 2014.12.02

오형제 중 막내 동생이 농기계에 손이 빨려 들어갔다. 동생은 젊은 나이에 오른손을 잃었다. 오형제 중 첫째 박근수 씨(50)는 동생을 이해하기 위해 봉사를 시작했다. 그 후로 벌써 이십년이 훌쩍 흘렀다. 이제 첫째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백혈병어린이들과 독거노인, 결손가정 청소년들을 따뜻하게 돌보는 봉사자가 되었다.
소외된 이웃을 위해 희망을 노래하다
“온몸으로 부딪쳐라/ 내일을 위해/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꿈을 향해 달려가 보자/ 힘들다고 포기하지마/ 너의 꿈을 이룰 때까지/ 겨울에 찬바람을 이겨낸 나무라야 꽃을 피우지”
자신의 이름을 내건 노래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박근수 씨는 노래강사이자 이 노래 ‘온몸으로 부딪쳐라’ 부른 가수이기도 하다. 청소년이나 장애인 등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희망을 갖기를 바라면서 직접 작사한 곡이다.
노래교실은 주중에 오전시간과 오후시간 두 타임만 운영하기 때문에 나머지 시간은 모두 봉사에 할애하고 있는 그는 그의 재능을 이용하여 공연기획과 노래지도를 통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을 선물하고 있다.
“봉사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평상시에 지역 자원봉사센터나 요양원, 양로원 등에 봉사를 할 수 있도록 계획을 잡아놔요. 제가 바쁘면 후배들이라도 가서 봉사할 수 있도록 하죠. 한번은 후배가 봉사를 갔는데 어떤 시각 장애를 가진 아이가 노래를 정말 잘하더래요. 그래서 저도 그 애 노래를 들어보니까 가수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더라고요. 그 아이한테 조금 더 노래를 가르쳐서 노래자랑대회에서 상을 받게 한 적이 있었어요. 굉장히 뿌듯하면서도 안타까웠어요. 그 아이 말고도 그런 아이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그가 하는 일은 정신적인 도움에 그치지 않는다. 김장철에는 봉사단체에 배추를 배달해주며, 어려운 이웃들에게 쌀을 전달하는 일도 그의 몫이다. 그의 도움으로 소외된 이들은 마음과 육체 모두 풍요로워지고 있다.
‘뭘 도와줄까’에서 ‘뭐가 필요할까’로
그는 봉사에 있어서도 ‘경험만한 스승이 없다’는 격언이 적용된다며 자신도 처음과는 달라진 점이 많다고 말한다.
“처음에 봉사할 때는 제 입장에서 보면서 ‘뭘 도와줄까’ 생각했죠. 그런데 이제는 도움을 받는 사람입장에서 ‘뭐가 필요할까’ 생각해요. 입장에서 했죠. 예를 들어서 독거노인을 위한 봉사를 한다고 생각하면, 물론 음식을 준비해주는 것도 중요하죠. 그런데 그게 다는 아니에요. 제 생각만으로 ‘나는 10원 주는 것보다 100원 주는 게 더 좋을 거야’라고 하면서 100원을 주면서 ‘나는 할 만큼 했다’라고 할 수도 있어요. 처음 봉사할 때 도움을 받으시는 분들과 많은 교류를 하지 못하면 계속 그렇게 생각했을 거예요. 그런데 그 분들과 가까워질수록 제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어요. 물질적인 것보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마음이 오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요. ‘나이 들면 병들어서 죽는 게 아니라 외로워서 죽는다’는 말도 있잖아요. 독거노인에게는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것,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것이 음식을 준비해주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행복을 줘요.”
그는 비슷한 예를 하나 더 들었다.
“봉사를 가면 후배들에게 사진은 꼭 뒤에서 한두 컷 정도만 찍고, 많이는 찍지 말라고 해요. 봉사 온 사람들이야 기념으로 간직하고 싶어서 이 사람 저 사람 찍지만, 찍히는 당사자들은 그걸 원하지 않아요. 생각해보면 누구나 마찬가지잖아요. 내가 도움 받고 있는 사진을 누가 찍히고 싶어 하겠어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해요. 그런데 제가 지금 이렇게 말하는 것도 들어서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누구에게 무엇이 가장 필요하고,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는 본인이 직접 경험을 통해서 느끼게 돼요.”
찬바람을 이겨내고 꽃을 피우길
“범죄자 한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 한 명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괴로움에 빠지잖아요. 반대로 생각하면 봉사자 한 사람으로 인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찾을 수 있어요. 저 또한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린 분들이 저로 인해 희망을 얻었다면 그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저는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인데 이 모습까지 반겨주고, 저로 인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저와 상대방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포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봉사에서 느끼는 만족감이 강한만큼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봉사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년째 그가 활동하고 있는 사랑과봉사회는 백혈병 아이들을 돕는 단체로, 지난 8월 13일에 백혈병 돕기 희망 콘서트를 주최했다. 콘서트를 통해 모인 기부금은 백혈병 아이들의 치료를 위해 쓰였다. 오는 12월에도 백혈병 아이들 돕기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다. 이 콘서트는 전국에 있는 학생들이 예선, 본선에 걸쳐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경연을 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백혈병 아이들의 어려운 상황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점차 늘려나가고 있다는 것이 그에게는 큰 기쁨이자 보람이다.
그는 내년에도 봉사단체인 연꽃마을을 찾아가 매달 한 번씩 생일잔치를 해주고, 매주 목요일마다 성당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에게 노래를 가르쳐줄 것이다. 올해처럼 봉사하면서 알게 된 이주 여성들이 결혼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부르던 노래 가사처럼 '어려움을 겪는 모두가 찬바람을 이겨내고 꽃을 피우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는 세상의 찬바람을 조금이라도 대신 막아주고, 자신의 입김을 호호 불어주며 따뜻한 봄이 오는 그날까지 함께 곁에 있어줄 것이다.
취재 강나은 기자 naeun1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