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아름다운 자연을 위한 지킴이가 되어 [환경보호국민운동본부 황기철 본부장]

아름다운 자연을 위한 지킴이가 되어 [환경보호국민운동본부 황기철 본부장]

by 안양교차로 2014.11.25

주변을 둘러보면 등산을 하는 사람은 많아도 숲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바다를 사진으로 남기는 사람은 많아도 바다를 걱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즉, 자연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은 많지만 자연을 지키는 사람은 적다. 그런데 정말 자연을 즐길 자격이 있는 사람은 이 소수의 사람이 아닐까?
우리 지역 푸르게 푸르게
환경보호국민운동본부는 97년도에 발족한 환우회에서 발전된 비영리 민간단체로 환경보호를 위한 노력에 앞장서고 있다. 이 모임에서 황기철(60) 씨는 군포시 지역본부의 본부장으로서 환경 지킴이의 역할을 충실히 한다.
“환경을 훼손하는 사람들을 단속하고, 폐기물을 치우는 일을 가장 많이 해요. 누군가 쓰레기를 버리면 앞으로는 적법한 방법으로 지정된 장소에 버릴 수 있게끔 해서 지역이 깨끗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지난 10월 다른 등산객들이 단풍놀이를 즐기기 위해 산을 찾을 때도 그는 등산을 겸해 산에 있는 쓰레기를 치웠다. 그는 시간이 나면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산에 가서 등산객들이 무심코 버린 쓰레기를 줍곤 한다. 주변의 관악산, 수리산, 삼성산은 모두 그의 지역이다.
“저와 지인들이 쓰레기를 줍고 있으면 다른 등산객들도 저희를 보고 같이 쓰레기를 주워서 우리 봉투에 담아주시더라고요. 그러면 보람이 크죠. 제가 한 조그만 행동이 다른 사람의 행동을 부른 거니까요."
그가 지켜야 할 곳은 안양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방에 인적이 드문 산에 버려진 건축폐기물을 발견하고, 폐기물을 추적해 수거를 요청한 적도 있을 정도. 이런 곳은 목격자나 CCTV도 많지 않아 누가 한 짓인지 알아내기 쉽지 않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다.
또한 환경보호국민운동본부에서는 각종 대회나 캠페인을 통해 일반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환경보호에 관한 교육도 한다. 매년 미술대회를 열어 환경을 책임질 아이들에게 환경에 대한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내년에는 걷기대회와 웅변대회도 계획하고 있다. 사무실에는 프로젝트를 마련하여 환경보호에 대한 무료 교육도 한다. 한 명이든, 단체든 상관없이 누구나 언제든 배울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단단히 해 놓은 것이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아주 사소한 행동
황 씨는 우연한 기회에 지인으로부터 봉사활동을 함께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고 난 뒤, 흔쾌히 함께 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때부터 봉사를 시작해서 벌써 십여 년이 훌쩍 넘었다. 한국자유총연맹,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를 거쳐 지금은 바르게살기협의회와 환경보호국민운동본부에서 주로 활동한다.
“매스컴에도 환경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사실 현 세대도 그렇지만 다음 세대가 정말 걱정입니다. 남들은 쳐다만 보고 지나가는 문제를 이렇게 봉사단체에서 활동하게 되면서 더욱 많은 관심을 갖게 되고, 그래서 조금이나마 바로 잡을 수 있어 다행이에요. 이렇게 조금씩 변화해간다면 앞으로 훨씬 좋아지겠죠.”
그가 환경을 지키는 방법은 이렇게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환경오염을 바로 잡는 일이다. 길거리에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 기본적인 분리수거가 되지 않은 쓰레기, 그리고 일반 가정에서 쉽게 생각하고 버리는 폐식용유도 그 중 하나다.
“일반 가정집에서 폐식용유를 버릴 때, 집에 개수대에 버리면 막힐까 봐 밖에 나와서 하수구에 버리는 경우도 봤어요. 이미 버린 건 굳기 전에 물로 희석해서 흘려보냈어요. 굳으면 기름이 썩으면서 냄새가 굉장히 많이 나거든요. 그리고 버린 사람한테도 차라리 폐식용유라고 표시를 해서 시나 구에서 수거해갈 수 있도록 하라고 알려줬죠.”
우리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환경보호, 분리수거
그는 그래도 전보다는 일반적인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가는 것 같다며 웃음 지었다. 예전에는 골목에 쓰레기가 방치되는 경우가 매우 많았는데, 이제는 쓰레기의 양도 줄었고, 지정된 장소에 버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보니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지만 그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단호히 말한다.
“우리가 가장 쉽게,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보호는 분리수거입니다. 검정 비닐봉지에 종이와 비닐, 페트병, 심지어 과일 껍질을 넣고 그걸 다시 모아서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종량제 봉투가 아무 의미가 없어요. 아파트에서는 그나마 음식물쓰레기를 분리하지만 이마저도 일반 주택에서는 안 되고 있어요. 일반 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은 분리수거가 가능한 공간이나 수거 통도 준비되어 있지 않고, 관리해주는 사람도 없고요.”
이것에 대해 그가 생각한 해결방법은 골목 단위의 관리자를 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세대주택에서 거주자들끼리 의논을 해서 통을 어디에 두고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해 의논을 한다. 그리고 관리자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분리수거를 올바르게 할 수 있도록 관리를 한다. 수거는 어차피 시에서 하니까 크게 번거로운 일은 아닐 것이다. 다세대주택에서 성공적으로 이렇게 분리수거를 한다면 주변의 일반 주택들도 함께 참여할 것이고, 그 주변의 거리는 훨씬 깨끗해질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환경보호라는 거창한 목표를 이루는 것은 영화에 나올듯한 대단한 능력을 갖춘 영웅이 아니라 그처럼 작은 것까지도 걱정하고 해결방안을 고민하는 수많은 사람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취재 강나은 기자 naeun1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