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내 도움이 필요한 곳에 내가 설 수 있다는 것 [서로나눔봉사단 곽순자 봉사자]

내 도움이 필요한 곳에 내가 설 수 있다는 것 [서로나눔봉사단 곽순자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4.11.11

운동을 자주 하는 사람들은 운동을 소홀히 하면 근육통을 느낀다. 그것처럼 ‘봉사 근육통’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봉사를 하면서도 더 많은 봉사에 목말라 있고, 봉사를 안 하면 입안에 가시가 돋치는 듯 마음이 불편하다면 ‘봉사 근육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봉사 근육통’을 해결하기 위해 봉사로 시간을 채워나가는 곽순자(58) 봉사자의 이야기이다.
조금 더 많이, 조금 더 자주
“같은 곳에서 오래 봉사하다보니 누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고, 뭘 먹으면 안 되는지 다 알게 됐어요. 급식을 하면서도 사람마다 양을 맞춰서 드리게 되죠. 처음 봉사를 할 때는 잔반이 너무 많이 남거나 부족한 경우도 많았는데 이제는 잔반이 남거나 부족하지 않도록 하면서도 급식 받는 사람들이 모두 양껏 먹을 수 있도록 조절을 할 수도 있고요. 또 같이 일하는 봉사자들과도 손발이 잘 맞아서 일을 할 때도 훨씬 편하고 즐거워요.” 곽 씨의 말에서 봉사의 즐거움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녀는 지난 2007년 청소년선도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봉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캠핑을 가거나 청소년유해업소에 관련된 캠페인 활동을 하는 봉사로는 성이 안 찼다. 그러던 도중 수리장애인복지관에서 장애인을 위한 급식을 보조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한 달에 한 번 네 시간 정도 하던 봉사가 일주일에 한 번으로 그리고 이제는 일주일에 세 번으로 횟수가 늘어났다.
“제가 도와드리는 분들을 직접 만나고, 제 몸을 써가며 하는 봉사가 저한테는 더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전에는 횟수도 부족했고요. 이제서야 정말 봉사를 하고 있다는 게 실감나더라고요.”
이렇게 수리장애인복지관에서 일하다보니 율목종합복지관에서 일손이 부족하다며 도움을 요청해왔다. 그래서 지금은 수리장애인복지관과 율목종합복지관에서 급식 보조로 일손을 보태고 있다.
이 두 복지관에서만 봉사하기도 바쁠 텐데도 그녀는 아파트 부녀회에서까지 봉사를 꾸준히 하고 있다. 1년에 한 번 65세 이상 되는 어르신들이랑 당일 코스로 나들이를 가곤 하고, 11월 말에는 노인정에 보내는 김장에도 손 걷고 나선다.
더 커진 보람과 뿌듯함
지난 7일 곽 씨는 용인 민속촌에 가서 다른 봉사자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수리장애인복지관에서 보내준 것이다. 율목종합복지관에서는 45명, 수리장애인복지관에서는 65명 정도의 우수봉사자들을 모아 1년에 한 번 나들이를 간다. 매년 이 나들이에 참여하는 것이 그녀에게는 큰 행복이자 보람이다.
올해에는 특별히 율목종합복지관에서 연고가 없고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을 봉사자가 1대 1로 돌봐드리며 총 14명이 2박 3일 동안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3일 동안 휠체어를 밀어드리고, 휠체어가 갈 수 없는 곳에서는 부축을 해드리며 좋은 곳을 맘껏 구경시켜 드릴 수 있었다고 한다. 몸은 고되지만 어르신과 다른 누구보다도 가까워질 수 있었다.
“오르막길마다 그 어르신께서 자신이 정말 무거운데 밀어주느라고 얼마나 힘드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러시더니 마지막 3일째 되는 날, 저한테 제주도 오매기 떡을 사가지고 주셨어요. 제가 오히려 사드려야지, 받을 수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저한테 그러시더라고요. 너무 고마워서 주는 거라면서 본인이 줄 사람이 또 어디 있겠냐고요. 이 말씀 듣고 그냥 받아서 맛있게 잘 먹었어요. 봉사를 하다 보니 이렇게 여행을 다닐 수 있는 기회도 생기고, 많은 분들의 고마움과 애정을 받게 되요. 참 행운이죠.”
더 커진 행복과 즐거움
곽 씨는 봉사를 하며 주변의 어르신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그전에는 길을 지나가다가도 지친 모습의 어르신을 보면 나랑은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지나갔는데요. 이제는 어디가 불편하셔서 그런 건 아닌지,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건 없는지 가서 돕게 돼요. 친정 어머님이 지금 86세신데, 시골에 살고 계세요. 독거노인을 돌보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은 젊은 분이 오셔서 말동무도 해드리고 불편한 점은 없는지 봐주신다는데 제가 열심히 다른 어르신들을 도우면 다른 이들도 우리 어머님을 같은 마음으로 돌보지 않을까요?”
그녀는 봉사의 기쁨을 ‘내 도움이 필요한 곳에 내가 설 수 있다는 것’으로 표현했다.
“내가 지금 누군가를 돌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뿌듯해요. 봉사는 처음에 시작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죠. 한 번 시작하고 나서는 ‘오늘은 왜 전화가 없지’하면서 기다리기도 하고, 봉사하러 갔을 때 내일 봉사자들 일손이 부족하지 않은지 먼저 물어보게 되기도 해요. 자주 가다가 그 횟수가 줄면 마음이 불편해져요. 봉사를 하고 돌아와야 마음이 편해져요.”
그녀는 또한 봉사로 얻은 것이 많다며 첫 번째로는 건강을 꼽았다. 3년째 하고 있는 수영이 끝난 뒤 그녀는 바로 복지관으로 향해 걸어간다. 걸어서 3~40분. 짧은 거리는 아니지만 꾸준히 운동을 한다는 생각으로 걸어다니며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정신적 건강을 꼽았다. 벌써 두 자녀는 장성해 직장에 다니기 시작했고, 그녀는 집에서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자 그녀는 그 시간을 의미 있게 쓰기 위해 봉사를 시작했다. 그녀는 자녀가 다 자라면 생기는 ‘빈둥지증후군’으로 대표되는 중년 우울증을 겪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어느 때보다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좋은 인연’이다. 봉사를 하며 마음이 통하고, 성격이 잘 맞는 사람들과는 봉사를 하면서도 개인적으로도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좋은 일을 하면서 만난 좋은 인연들이 그녀의 삶에 또 하나의 활력소가 되었다.
일주일 내내 봉사로 바쁜 것이 즐겁다며 웃음 짓는 그녀에게서 몸과 마음의 건강함이 느껴졌다.
취재 강나은 기자 naeun1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