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봉사는 인생을 배우는 과정 같아요 [우리이웃사랑봉사회 임상택 봉사자]

봉사는 인생을 배우는 과정 같아요 [우리이웃사랑봉사회 임상택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4.11.04

어르신들을 위한 공연 무대에서 임상택(54) 씨는 능숙하게 사회를 보며 행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이어진 난타 무대와 각설이 타령, 노래까지 모두 소화한 그는 무대에서 가장 빛났다. 게다가 무대 뒤에서 음향장비를 준비하고, 다른 가수들이나 단원 섭외까지 모두 그가 한 일이라니. 그는 어려운 이웃들을 즐겁게 해주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어느새 익숙해진 봉사의 즐거움
임 씨가 처음 봉사를 하게 된 것은 98년에 복지관에서 장애인들에게 일주일에 한 시간씩 풍물을 가르치면서부터이다.
“그 때 사람들이 참 순수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주 시간을 보내면서 저도 모르게 신이 나더라고요. 원래는 갈 때마다 자원봉사증을 찍어서 봉사시간을 인증하는 시스템이었어요. 그런데 어느새부턴가 자원봉사증은 신경 쓰지 않게 되고, 보답에 대한 생각 없이 봉사를 즐기게 됐어요.”
그러면서 알게 된 이웃사랑문화예술단 박재민 회장과의 인연으로 그는 본격적으로 봉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각종 노인잔치와 장애인 행사마다 그는 빠지지 않고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무대에서 그가 가장 많이 보여주는 모습은 각설이. 어렸을 때부터 노래 부르는 것, 북․장구․ 꽹과리를 치는 것을 좋아하던 그는 자연스럽게 각설이 공연을 하게 되었다. 이전에 풍물강습으로 유명할 정도였으니 멘트도 자신 있었다.
“각설이 공연이 정말 좋아요. 무엇보다 관객들이 가장 좋아해주시니까요. 요양병원에 계신 어르신들도,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도 각설이 옷만 입으면 저를 더 편하고 친근하게 대해 주세요.”
그는 현재 한세대에서 난타를 지도하며, 그가 단장으로 있는 좋은 예술단에서는 풍물을 가르치고 있다. 일반인 대상으로 하는 난타교실이나 노래교실에서도 그의 제자들이 가득하다.
이렇게 가르치는 일 또한 그에게는 봉사의 일부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주일에 한 번은 안양두드림예술단에 전통국악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난타를 가르치는데, 그에게 배운 제자들이 그와 함께 공연봉사를 한다.
편견을 깨트려준 봉사의 힘
임 씨는 3년째 군포시장애인나들이를 맡아서 운영하고 있다. 바로 지난달에도 이 행사가 열렸다. 이 날은 택시기사들의 도움을 받아 개인택시 40대를 동원하여 화성에 있는 궁평유원지로 나들이를 갔다. 봉사로 행사를 하는데도 팁으로 천 원짜리, 오천 원짜리 지폐들이 모였다. 그는 이 돈들을 모두 모아 다시 돌려주고 오지만 그만큼 공연에 만족했던 관객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것을 느낀다.
평촌 범계사거리에 전주콩나물해장국집도 그가 매년 봉사하는 곳 중 하나이다. 일 년에 한 번, 이곳의 사장님은 어르신들께 점심을 대접한다. 서빙과 일손을 돕는 일은 봉사단체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 점심을 잡순 어르신들에게 공연으로 즐거움을 드리는 일은 임 씨가 한다.
그의 재능기부가 주로 공연기획에 맞춰져 있지만 틈틈이 다른 봉사도 겸한다. 겨울마다 그는 의왕시 청계산 아래에 있는 장애인시설 ‘녹향원’을 돕기 위해 청계산 등산객들에게 오뎅을 판다. 산 속이라 더 추운 날씨에 발이 시렵고, 손이 얼지만 그는 기쁜 마음으로 봉사하고 있다. 봉사자들의 지원이 뜸해지는 겨울, 그가 번 돈으로 이 시설에 있는 사람들이 조금 더 따뜻하게 먹고 자고 할 수 있다면 몸은 춥지만 마음이 훈훈해진다고. 그는 이 봉사를 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자신의 편견을 없앨 수 있었다고 말한다.
“저는 그전까지 장애인에 대한 이유 없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봉사를 하면서 장애인분들과 많이 친해졌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이 열리더라고요.”
마음으로 부자가 되는 법
그 또한 공연봉사가 쉽지만은 않았다. “제가 공연봉사를 위해서 가수들을 섭외하려고 했을 때 ‘돈 벌어야지. 무슨 봉사냐’ 이런 말을 들으면 많이 속상하긴 해요. 또 저도 사람인지라 봉사하는 공연 날짜와 돈을 벌 수 있는 일반 행사 날짜가 겹치면 아까운 마음도 들죠. 그런데 돈을 조금만 버는 대신 마음을 채워간다고 생각해요. 하루 돈 안 벌어도 마음이 부자 되는 느낌이에요.”
연성대에 1학년으로 재학 중인 아들은 그의 재능을 물려받아서인지 학교에서 치어리더 단장으로 있다. 그의 아들은 임 씨에게 자신도 공연봉사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후 가끔 이 부자는 행사를 함께 하곤 한다. 지난 사회복지법인의 날에도 둘은 함께였다.
그는 봉사를 하면서 스스로 많이 달라짐을 느꼈다.
“봉사를 하다보면 많은 것들을 배워요. 가족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고요. 특히 부모님이 생각나서 짠할 때가 많죠. 이번 여름에 저희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다른 어르신을 보면서 저희 부모님이라고 생각하고 안아드리고, 이야기 나누고 할 때가 많아요. 결국 봉사활동으로 저는 인생을 배우게 된 것 같아요. 저 자신이 편견을 깨뜨리고 다른 사람들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이제는 이웃을 되돌아보면서 살게 되었으니 전보다 많이 배운 거죠.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제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즐겁고, 신명나게 공연으로 봉사할 생각입니다.”
그는 지금 가수로서 발돋움을 하고 있고, 한편으로는 공연기획에 대한 욕심도 품고 있다. 자신처럼 늦게라도 꿈을 이루는 가수들을 돕고 싶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들의 행복이 자신의 행복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는 그의 욕심이 아름다웠다.
취재 강나은 기자 naeun1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