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위급한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갑니다” [국제봉사전문가협회 & 국제응급구조의료지원재단 최호칠 이사장]

“위급한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갑니다” [국제봉사전문가협회 & 국제응급구조의료지원재단 최호칠 이사장]

by 안양교차로 2014.09.16

23년째 의료지원사역에 매달리고 있는 목사가 있다. 성직자로서는 국내 최초로 국제응급구조사로 활동 중인 최호칠 이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재단법인 국제봉사전문가협회(이하 FISPA)와 재단법인 국제응급구조의료지원재단(이하 FIEMS)을 이끌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세월호 참사 현장을 위로하다
전 국민을 분노와 슬픔의 늪에 빠뜨렸던 세월호 참사. 그 현장 한가운데에 최호칠 이사장이 있었다. 자신의 교단인 감리교로부터 세월호참사응급구조의료구호단장으로 임명받고 FIEMS와 함께 구호활동을 펼친 것이다. 참사가 일어난 지 5일 만인 4월 21일부터 한 달 내내 상주하며 각종 상담과 간접 의료 지원, 희생자 유가족들의 건강관리에 힘썼다.
“구조단과 취재진, 의료진, 유가족, 봉사자들이 한 데 섞인 아수라장이었죠. 한마디로 참혹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었던 건 슬픔에 빠져있는 사람들 곁을 지키는 것과 그들에게 조금이마나 도움을 드리는 것, 그것뿐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봉사단체들이 하나둘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호칠 이사장은 여전히 부스를 지키고 있다. “우리들이 잊히고 있는 것 같다”는 유가족들의 고독과 절망을 어루만져주기 위해. 말을 잇는 그의 입술에 문득 힘이 실렸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원하는 건 네 가지입니다. 철저한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가족을 잃은 데 따른 적절한 보상, 그리고 세월호 참사와 그 희생자들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그 이상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이것이 현장을 다섯 달째 지키고 있는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의료지원사역이 숙명이 된 사연
80년대 후반 어느 날, 그날은 최 이사장의 운명을 바꾼 날이었다. 대전에서 세미나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고속도로. 뜻하지 않게 차가 밀렸다. 꽉 막힌 길에서 차들은 도무지 움직일 생각을 않고 있었다. ‘무슨 일이 났나’ 싶어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온 최 이사장은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했다.
“차 한 대가 전복돼서 논두렁에 처박혀있더라고요. 당시만 해도 응급구조체계가 없을 때였어요. 그리고 휴대폰도 없었죠. 사고 목격자가 톨게이트까지 가서 ‘어느 지점에 사고 났으니 신고해달라’고 말해야지만 병원 구급차와 교통경찰이 출동하던 시절이었죠. 그러니까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사고가 나면 목격자들이 나서는 수밖에 별다른 방도가 없었어요. 그런데 다들 팔짱끼고 사고 현장을 지켜보더라고요. 기가 막힌 일이었죠.”
최 이사장은 곧바로 전복된 차를 향해 뛰어들었다. 운전석에서 신음하던 남성을 차 밖으로 빼냈다. 내처 조수석으로 달려가 여성을 꺼내던 차,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애처로운 눈빛이었다. 곧 그녀의 숨이 잦아들었다.
그 뒤 최 이사장은 적십자에서 응급처치를 배웠고, 대학원에서 임상목회를 병행하며 환자들을 돌봤다. 1995년 브라질 상파울루에 부임한 뒤 응급구조학에 눈을 떴다. 그곳에서 그는 응급구조사 석사 과정을 수료하고 본격적으로 의료지원사역에 뛰어들었다. 남미와 동남아 3개국에 선교병원을 설립했고, 1999년 국내로 들어온 뒤 안산기독병원을 설립했다. 이 병원을 안양으로 옮겨온 것은 지난 2009년. 예방의학의 중요성을 깨달은 그는 병원 명칭을 한국기독병원으로 바꾸고 검진전문병원으로서의 출발을 알렸다.
여전히 빛을 발하는 그의 봉사정신
최 이사장의 24시간은 24분처럼 빠르게 지나간다. 국내 안전 관련 단체에서 청소년 및 일반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고 세월호 참사 현장과 같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고 있다.
“제 차에는 500만 원 상당의 응급의료장비가 실려 있어요. 장비를 싣고 다니다가 응급 환자를 발견하면 두 발 벗고 나서죠. 이렇게 활동하면서 1년에 50여 명 정도를 살리고 있어요. 참 보람 있는 일이죠.”
그의 시선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FISPA와 FIEMS를 잇달아 설립하며 국제적인 응급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두 단체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외국민간원조단체로 지정받아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버지의 활동을 눈여겨본 두 자녀도 응급구조학을 공부해 큰아들은 119 구급대원으로, 대학생인 작은 딸은 인천아시안게임 축구 국가대표팀 자원봉사자로 활동 중이다.
최 이사장은 앞으로도 지금의 활동들을 이어갈 생각이다. 이와 더불어 응급구조체계 개선에도 지속적으로 힘쓸 예정이다. 강산은 두 번 바뀌었다. 하지만 23년을 의료지원사역에 매달려온 최호칠 이사장의 봉사정신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취재 강진우 기자 bohemti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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