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내 재주 나누고 큰 행복 얻습니다” [봉사자 김정자씨]

“내 재주 나누고 큰 행복 얻습니다” [봉사자 김정자씨]

by 안양교차로 2014.08.19

“여든까지 봉사할 생각인데, 가능할까요?(웃음)” 소녀 같은 웃음소리가 귓바퀴를 타고 들어온다. 일흔일곱의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순수한 미소가 보인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열심히 봉사하실 수 있나’ 생각하던 찰나, 그녀가 말했다. “봉사하면 재미있어요. 그러니까 하지, 재미없으면 못해요.”
그녀, 봉사에 눈뜨다
김정자 씨는 중학교 때부터 교회에 나갔다. 한국전쟁의 어수선함이 채 가시기 전이었다. 김 씨는 그곳에서 봉사를 시작했다. 주일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각종 일거리를 교회 사람들과 함께 해나갔다.
곧 김 씨는 고등학생이 됐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미션스쿨에 다녔다. 여기서도 봉사할 기회가 많이 있었다. 미션스쿨 내 종교부에서 요청이 들어왔다. 시골 교회에서 운영하는 하계 성경학교에서 아이들을 지도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김 씨는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의 기회를 잡았다.
“두 사람씩 짝을 지어서 강경, 김천 등 시골 교회에 갔어요. 거기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동화구연도 해주고, 같이 놀아주고, 부족한 공부도 가르쳤죠. 자기들 말을 잘 들어주는 누나가 오니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했죠.”
수십 년만에 다시 시작된 행복
결혼 후 김 씨는 봉사의 뜻을 잠시 접을 수밖에 없었다. 집안일을 돌봐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에도 그녀는 ‘봉사’라는 두 글자를 늘 가슴에 새기고 있었다. ‘자식들이 다 크고, 어느 정도 여유로워지면 봉사를 다시 시작하리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드디어 기회가 왔다. 2001년의 일이었다.
“당시 2002 한일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전국적으로 자원봉사자를 모집했어요. 텔레비전을 보다가 모집 공고를 보고 군포시청에 가서 자원봉사 신청 서류를 접수했죠. 행여나 불합격할까 조바심이 나서 각종 교육에 빠짐없이 참석했어요. 그리고 결국 합격 통보를 받았어요. 정말 기뻤던 순간이었죠.”
김 씨가 봉사지로 배정받은 곳은 수원시 만석공원이었다. 월드컵 기간 동안 그곳에서 ‘월드 빌리지’라는 무대가 마련됐다. 세계인들이 모여서 각자의 문화와 전통 공연을 나누고 즐기는 무대였다. 김 씨는 장애인 휠체어와 유모차를 대여해주는 코너를 맡았다. 11일 동안 오후 1시부터 8시까지 봉사해야했기에 몸은 고됐지만, 마음은 하늘을 날아다닐 듯 좋았다.
“제가 언제 또 세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겠어요? 여러 나라 사람들의 공연도 보고, 그들과 대화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봉사하러 갔지만, 저에게도 유쾌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보람찬 인생의 주춧돌, 봉사
만석공원에서의 봉사를 계기로 김 씨는 봉사의 끈을 다시 잡았다. 군포시자원봉사센터에서 ‘여기에서도 봉사를 해달라’고 요청해서 여러 가지 봉사를 했다. 군포시가야종합사회복지관에서 시니어 복지사 교육을 받고 2005년부터 2년간 생일잔치, 바자회, 초등학생 견학 인솔 등 다양한 일을 맡아 처리했다. 호스피스로서의 활동도 겸했다. 환자를 위해 말벗도 해주고, 청소도 해줬다.
2006년, 김 씨는 안양시자원봉사센터에도 손을 뻗쳤다. 이곳에서 전래놀이 봉사팀을 만났다. 고무줄 한 줄, 돌멩이 하나로 하루종일 즐겁게 놀았던 옛 기억이 떠올랐다. 각종 공부에 지친 아이들에게 우리 고유의 놀이를 전해주고 싶었다. 그녀는 이곳에서 전래놀이를 배우는 동시에 따로 공부를 시작했다. 그 결과 전래놀이지도사 3급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었다.
“안양시에 있는 꿈터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에게 전래놀이를 가르치고 있어요. 한 달에 두 시간 아이들을 만나죠. 아이들이 얼마나 재미있어하는지 몰라요. 그런 모습을 보면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해요. 그만큼 공부에 지쳐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우연한 기회에 배운 국악놀이도 김 씨의 봉사 재능 중 하나다. 군포시에 있는 한 어린이집에서 월 1회 2시간씩 아이들을 대상으로 장구, 민요 등 우리나라의 전통 가락을 가르치고 있는 것.
“우리 옛 것들을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대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 노인들의 중요한 소임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젊은이들은 돈 벌기에도 빠듯한 세상이니까요. 그런 자부심을 갖고 봉사에 임하고 있답니다.”
몸져눕기 전까지는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싶다는 김정자 씨. 현재 그녀의 목표는 ‘80세까지 봉사하기’다. 자신의 재주를 남에게 나눌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기 때문. 봉사는 그녀의 재미이자 기쁨이 된지 오래다.
“사람이 태어나서 잘 먹고, 일 잘하고, 여행 다니고, 오래 살고, 그러면 참 좋죠. 그런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내가 가지고 있는 재주를 주위 사람들과 나누면 더 보람찬 인생을 살 수 있다고 봐요. 이런 생각으로 앞으로도 열심히 봉사하렵니다!(웃음)”
취재 강진우 기자 bohemtic@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