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어르신들에게 맛있는 밥 한 끼 드리고 싶어요” [김용순 봉사자]

“어르신들에게 맛있는 밥 한 끼 드리고 싶어요” [김용순 봉사자]

by 정운 스님 2014.02.11

여유와 쉼으로 점철된 식사시간. 하지만 봉사자 김용순(60) 씨는 그 누구보다도 바쁘다. 스스로 원한 길이기에 일절 후회는 없다. 그저 어르신들이 밥 한 끼 배부르고 맛있게 드시기를 바랄 뿐이다.
식사시간은 곧 봉사시간
김용순 씨는 점심시간 동안 어르신들을 위해 급식 봉사를 하고 있다. 월요일, 수요일, 목요일 11시 즈음이 되면 그녀는 군포시 노인복지관(이하 노인복지관)에 나타난다. 식재료 준비팀이 오전 내내 준비한 정성스런 음식을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배식하기 위해서다. 오전 11시 30분부터 시작되는 노인복지관의 점심시간은 오후 1시까지 이어진다. 급식소를 찾는 어르신들은 대략 800~900명. 직원들과 봉사자들까지 합해 1,000명에 육박하는 이들에게 배식을 하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지만, 그녀와 봉사자들은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는다. “한 시간 반이 정말 정신없이 흘러요. 그래도 어르신들이 맛있게 식사하시는 모습을 보면 금세 피로가 가시죠. 설거지거리가 많을 때는 설거지팀을 돕기도 한답니다.”
노인복지관에 가지 않는 날의 점심시간에도 바쁘긴 매한가지. 화요일과 금요일에는 수리산역 근방에 위치한 군포시 가야종합사회복지관(이하 가야복지관)에서 봉사한다. 김 씨의 진가는 가야복지관에서 제대로 발휘된다. 배식만 맡았던 노인복지관과는 달리 식재료 준비부터 설거지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기 때문. 오전 10시부터 꼬박 네 시간 동안 허리 한 번 못 펴고 봉사하다보면 어느새 오후 2시다. “가야복지관에서는 200여 명의 어르신들에게 점심식사를 드리고 있어요. 노인복지관보다 규모는 작지만 식사 전 과정에 참여해야하니 저를 비롯한 봉사자들이 신경을 많이 쓰고 있죠.” 여느 봉사자들이 그렇듯 김 씨의 봉사도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일주일에 두 번, 그녀는 성민원으로 향한다. 점심을 제공하는 대부분의 복지단체 및 복지관과 달리 성민원에서는 어르신들에게 저녁식사를 제공한다. 저녁을 못 드시는 어르신들을 위한 배려다. 이러한 취지에 깊이 공감한 김 씨는 점심 봉사를 끝마친 뒤 내처 이곳에서 저녁 봉사를 한다.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100여 명의 어르신들을 맞이하고 나서야 한숨 돌린다는 그녀. 아름답다 못해 투철하기까지 한 그녀의 봉사 정신은 어떻게 발현된 것일까. 그 속사정이 궁금했다.
그녀의 행복은 봉사에 있다
한창 사회에 진출할 나이인 20대. 김 씨의 그맘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일반 기업부터 학원, 시민단체에 이르기까지 남부럽지 않은 사회경험을 해나가던 그녀는 이상하리만치 봉사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당장 봉사를 시작하고 싶었지만 여건상 여의치 않았다. 대신 그 열망을 마음속에 고이 간직했다. 은퇴 직후, 김 씨는 봉사의 기치를 빼들었다. 누가 권할 새도 없이 군포시 자원봉사센터를 찾았다. 센터 직원에게 어디든지 괜찮으니 봉사할 곳을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그녀의 봉사 여정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노인복지관, 가야복지관, 성민원을 소개받았어요. 그런데 어느 한 곳을 선택하려니 괜스레 다른 복지관에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거예요. 결국 일정을 잘 조율해 세 군데에서 모두 봉사하고 있어요.”
그 후 김 씨는 1년 반 동안 꾸준히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때때로 몸이 고되기도 하지만 마음이 즐겁고 편안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그 누가 억지로 시킨 일이 아니기에 그녀는 즐겁고 행복한 봉사의 삶을 살고 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의 평안이라고 생각해요. 봉사를 통해 그것을 얻고 있으니 행복할 수밖에요. 처음에는 ‘어려운 분들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하며 봉사했는데, 거꾸로 제가 도움을 받고 있는 셈이죠.”
김 씨와 봉사자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어르신들은 봉사자들에게 유독 살갑다. “어쩜 이렇게 예쁜 일을 하냐”며 칭찬하는 어르신에서부터 과일 한두 개, 스타킹 한 세트 등 선물을 챙겨주는 어르신까지 고마움을 표시하는 방법도 다양하다고. 비록 작은 선물이지만 어르신들에게는 무엇보다 큰 것임을 알기에 그녀를 비롯한 봉사자들은 눈물겹도록 기쁘다.
돈을 벌 때보다 지금의 봉사하는 삶이 더 값지고 행복하다는 김 씨. 그녀는 앞으로도 ‘눈물겨운 기쁨’과 ‘마음의 평안’을 위해, 어르신들의 따듯한 한 끼를 위해 열심히 봉사할 생각이다. 그녀의 행복은 봉사에 있다.

취재 강진우 기자 bohemtic@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