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군포시니어클럽 송순이 봉사자 “봉사하는 순간순간이 참 좋아요”

군포시니어클럽 송순이 봉사자 “봉사하는 순간순간이 참 좋아요”

by 안양교차로 2013.10.02

송순이 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순간이 일상을 만든다’는 격언이 생각났다. 봉사로 채운 그녀의 순간순간은 한 데 모여 행복한 일상으로 화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는 밝은 눈동자를 통해 묻는다. 당신의 순간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느냐고.
우연히 찾아온 빛줄기
지난 2007년, 14년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직한 송순이 씨에게 불청객이 찾아왔다. 은퇴한 사람들이 흔히 겪는다는 우울증이 그녀에게도 들이닥친 것. 내 안의 나와 싸워야했던 힘겨운 시간 끝에 ‘봉사’라는 행복이 그녀를 찾아왔다.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우연히 군포시니어클럽(이하 시니어클럽)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 그 출발점이었다.
“이야기를 듣고 무작정 지인을 따라 시니어클럽에 갔어요.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해 20만 원을 받고 요양원에서 노인들 수발을 들었죠.”
몸이 불편한 노인들의 식사, 목욕 등을 도우며 순이 씨는 마음속에 한 줄기 빛이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무슨 수를 써도 깨지지 않았던 ‘우울의 벽’에 서서히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며 그녀의 마음은 서서히 양지로 나올 수 있었다.
“그 뒤로 봉사를 봉사답게 하고 싶어 돈을 안 받았어요. 남을 위해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이었으니까요. 돈보다 더 큰 선물을 받은 셈이죠.(웃음)”
그녀의 따뜻한 봉사데이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하던 순이 씨는 2008년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녀는 일과 봉사를 병행하려 했지만 여건상 녹록치 않았다고. 안타까움을 삼키며 잠시 활동을 쉬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4년간의 긴 휴가 끝에 그녀는 다시 ‘봉사 기지개’를 켰다.
순이 씨는 현재 시니어클럽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금요일이 그녀의 ‘봉사데이’다. 목요일 오전에는 군포시립노인요양센터(이하 요양센터)에서 노인들의 말벗을 해드리고 있고, 오후에는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금요일에는 군포시 환경미화활동을 하며 마을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 일조하고 있다. 그녀가 특히 신경 쓰는 활동은 요양센터 방문. 그곳에서 기거하고 있는 노인들의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리고 싶기 때문이다.
“사실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외로움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찾아뵐 때마다 저를 부둥켜안고 놓아줄 생각을 안 하세요. 저도 그분들 안아드리고, 손잡아드리면서 따뜻한 정을 느끼죠. 그분들과 만나는 순간순간이 참 좋아요.”
7년 전 그날처럼 행복 피어나
커피 잔을 입가에 가져가며 미소 짓는 순이 씨. 그녀의 은은한 미소 뒤에는 가슴을 옥죄는 아픔이 서려있다. 그녀는 지난 8월 평생의 동반자였던 남편을 멀리 떠나보냈다. 갑작스러운 폐암 말기 진단과 일곱 번의 항암치료, 그리고 이별. 담담하게 행적을 읊조리던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분명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예요. 저와 함께 봉사활동을 많이 하셨거든요. 특히 환경운동을 열심히 하셔서 군포시장상도 받으셨는데…. 이렇게 갑자기 떠나셨네요.”
부군을 떠나보낸 지 한 달 남짓. 아직도 상처에 소금뿌린 듯 마음이 아리지만, 순이 씨는 오늘도 세상 밖으로 걸음을 옮긴다. 자신에게 뻗는 도움의 손길을 차마 뿌리칠 수 없다. 남편도 그 손을 잡기를 원할 것이기에 그녀는 다시 미소를 머금는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행복이 다시 피어났다. 마치 처음 봉사를 시작한 7년 전 그날처럼.
“남편 보내고 한동안 활동을 안 했더니 시니어클럽에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그렇게 집에 있으면 안 된다고, 다시 나오라고. 덕분에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있어요. 이 자리를 빌려 시니어클럽 회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뿌듯한 일인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를 거라는 순이 씨. 행복을 향한 그녀의 꾸준한 걸음걸이가 기실 세상을 행복으로 물들이고 있음을 그녀는 알고 있을까. 초가을 햇살을 받은 그녀의 실루엣은 핑크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취재 강진우 기자 bohemtic@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