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경기도신체장애인복지회 의왕시지부 조양식 지부장 “저는 굳게 믿습니다”

경기도신체장애인복지회 의왕시지부 조양식 지부장 “저는 굳게 믿습니다”

by 안양교차로 2013.08.27

‘장애는 불편하지만 불행한 것은 아니다.’ 그를 만나자 헬렌 켈러의 명언이 떠올랐다. 어릴 적 소아마비로 인해 1급 하지장애를 갖고 있지만 그것은 그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듯했다. 경기도신체장애인복지회 의왕시지부(이하 의왕신체장애인복지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조양식 씨는 열정으로 빛나는 눈빛과 자신감 어린 어조, 그리고 장애인 복지개선에 대한 굳은 신념을 지니고 있었다.
장애인을 위해 나서다
손목시계 제조업에 몸담고 있던 양식 씨가 장애인의 복지개선을 위해 발 벗고 나서게 된 것은 지난 2003년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다른 사업으로 전향을 꾀하던 중 우연히 협회를 알게 됐고, 그 길로 사업 대신 장애인을 위해 살기로 결심한 것.
“사실 사업을 할 때는 장애인 복지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복지 실태가 장애인들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더군요. ‘이 안타까운 현실을 우리 스스로 고쳐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겁니다.”
양식 씨는 의왕신체장애인복지회 활동 외에도 장애인미디어인권연대 의왕지회 지회장, 장애인골프협회 의왕지회장, e장애인신문 의왕지사장을 맡으며 의왕시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의 복지개선에 힘쓰고 있다.
“특정 단체 활동만으로는 장애인 복지사업을 추진하는 데 상당한 제약을 받더군요. 그래서 제 힘이 닿는 한 여러 단체에서 활동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행복을 전하는 ‘실질적 복지’
양식 씨가 의왕신체장애인복지회를 통해 펼치고 있는 사업은 부곡복지회관 한편에 마련한 작업실에서 지퍼백 생산, 파일 조립 등을 통해 장애인들의 경제활동을 돕는 ‘작업장 활동’, 장애인들에게 무료로 결혼식을 올려주는 ‘합동결혼식’, 장애인 학생들과 각 분야 사회지도층 인사들 간 멘토링을 맺어주는 ‘사랑의 끈 연결운동’ 등 크게 세 가지다.
“장애인들에게 단순히 물질적 복지를 제공하는 것보다는 장애인들이 행복할 수 있는 실질적 복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작업장 활동, 합동결혼식, 사랑의 끈 연결운동은 모두 이런 취지에서 시작되었죠. 장애인들에게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는 것. 이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한편 양식 씨는 장애인 문화생활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 하나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장애인 문화 불모지’에 작은 씨앗을 뿌리고 있는 것. 장애인 문화 복지 또한 실질적 복지의 하나라고 양식 씨는 힘주어 말한다.
“앞으로 장애인을 위한 맞춤 문화 프로그램도 운영하려 합니다. 특히 운동도 하고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는 파크골프장(기존의 공원을 이용, 장애인들이 골프를 칠 수 있도록 만든 운동시설)을 의왕시 곳곳에 조성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나 된 세상’을 꿈꾸다
장애인 복지개선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양식 씨를 힘들게 하는 것은 ‘불편한 다리’가 아니라 ‘불편한 시선’이다. 장애인들의 활동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이는 양식 씨가 추진하는 파크골프장 설치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기도 하다.
“개인 사업할 때 홍콩에 간 적이 있어요. 그곳에서는 제가 거리 한복판을 걸어 다녀도 눈길 주는 사람 하나 없어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없는 거죠. 우리나라도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많이 남아있어요. 이런 시선들을 느낄 때마다 참 안타깝죠.”
일이 있든 없든 오겠다는 봉사자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봉사자들이 장애인들과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공동체 의식을 가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 양식 씨는 이런 경험이 비장애인들의 의식 전환에 큰 몫을 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여기 오시는 봉사자분들은 ‘장애인의 세계를 배우러 온다’는 생각으로 오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곳에 와서 직접 보고 느낀 것들을 주위 분들에게 전해주셨으면 해요. 이런 부분들이 모이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저는 굳게 믿습니다.” 취재 강진우 기자 bohemtic@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