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충훈부지역아동센터 이신애 센터장 “센터는 곧 제 삶이에요”

충훈부지역아동센터 이신애 센터장 “센터는 곧 제 삶이에요”

by 안양교차로 2013.07.23

충훈부교회 한편에 터를 잡고 스물아홉 명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이신애 센터장은 ‘또 하나의 집’이라는 수식어로 충훈부지역아동센터를 소개했다. 하루 온종일 아이들과 부대끼면서도 아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는 그녀. 그녀에게 이곳은, 이 아이들은 어떤 의미일까.

아이들과 함께 하다
이신애 센터장의 ‘지역아동센터 역사’는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교 시절 선배의 소개로 안민공부방(현 안민지역아동센터)에서 시작한 학습지도교사 활동이 그 출발점이었다. 당시 그곳에서는 40여 명의 아이들이 함께 모여 공부를 했는데, 그녀의 눈에 그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 보였단다. 이 귀중한 경험을 등에 업은 그녀는 곧장 자신의 동네로 달려가 충훈부교회 목사를 설득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99년, 충훈부지역아동센터의 시초인 충훈부공부방을 개설하기에 이른다
“대학 졸업 후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충훈부공부방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이곳에서 교사활동을 하며 공부도 가르치고, 밥도 먹이고, 같이 놀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2007년에 충훈부지역아동센터로 변경되면서 생활복지사로 일하다가 작년 9월부터 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
‘센터장’이라는 무거운 직함을 이름 뒤에 달게 됐지만 이 씨는 예전과 똑같다. 아이들과 한 공간에서 어울리면서 함께 호흡하고, 함께 느껴야 비로소 살맛이 난다는 것이다. 이런 마음가짐 덕분인지 이곳에 온 아이들은 웬만해서는 집에 가려고 하지 않는다고.
“센터 문 닫을 시간이 됐는데도 도무지 아이들이 갈 생각을 않아요. 센터생활이 즐거운 거죠. 이런 친구들을 볼 때마다 야간에도 운영했으면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그럴 수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죠.”
그녀의 정신없고 행복한 하루
이 씨의 하루는 눈코 뜰 새 없이 흘러간다. 오전에 출근해 서류작업을 하다보면 금세 점심시간이 다가온다. 점심을 다 먹을 무렵이면 초등학교 1학년생들부터 아이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2시까지 자유놀이시간을 갖고, 2시부터 5시 40분까지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다보면 어느새 저녁시간. 가기 싫다 떼쓰는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 집으로 보내고 나면 8시가 훌쩍 넘어가있다. 평일을 거쳐 토요일까지 반복되는 일상이 싫증날 법도 하건만 그녀의 얼굴에서는 연신 즐거운 미소가 피어오른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을 참 좋아했어요. 대학 시절 유치원 선생님을 꿈꿀 정도였죠. 그러니 아이들과 함께하는 이 생활이 저에게는 ‘딱’인 거죠. 복 받은 삶이에요.(웃음)”
이 씨의 역할은 이뿐만이 아니다. 센터장으로서 여러 대외활동에도 신경 써야 하는 것. 그 중 그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은 안양지역 23개 지역아동센터 연합회다. 한 달에 한 번씩 서로 만나 정보를 공유하고 친분도 쌓다보면 얻는 것이 많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사실 개별 지역아동센터들은 큰 힘이 없어요. 그래서 23개 센터가 모인 거죠. 함께 힘을 합치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활동을 다양하게 할 수 있어 참 좋아요.”
이 씨의 활동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해준 사람은 바로 남편이다. 남자 선생님이 없어 겪는 공백을 훌륭하게 메워주는 것이다. 여름캠프와 휴가일정을 맞춰 아이들의 보디가드 역할을 자처하는가 하면, 매주 토요일 지역아동센터에 찾아와 아이들과 함께 놀아준다.
“가끔 남편이 ‘나도 센터에 다니고 싶다’고 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정말 미안하죠. 그래서 올해는 가족끼리 오붓하게 여행 한 번 가려고요. 마침 결혼 10주년이기도 하니 잘됐지 뭐예요?(웃음)”
행복한 우리들의 ‘집’을 위하여
사람들은 이 씨에게 말한다. 개인의 삶과 센터장으로서의 삶을 분리시켜야 힘이 들지 않는다고. 이 충고에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그녀는 대답한다. 지금까지는 괜찮다고, 그리고 앞으로도 괜찮을 거라고. 그녀는 이 일을 봉사라고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단다. 직업, 일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자신의 삶이 곧 지역아동센터라고 그녀는 명쾌하게 말한다.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곳에서 활동했어요. 전 진심으로 이곳이 좋고, 또 편해요. 아이들도 저를 ‘제2의 엄마’로 생각하고 잘 따라요. 이곳이 아이들과 저의 ‘또 하나의 집’인 셈이죠.”
자신의 집을 제 집 드나들 듯 오가고, 장보는 자신을 졸졸 따라다니는 아이들이 그 무엇보다도 사랑스럽다는 이 씨. ‘내 아이처럼’이라는 모토를 가슴에 품고 충훈부지역아동센터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집’으로 만들고픈 그녀의 꿈은 오늘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취재 강진우 기자 bohemtic@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