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의왕노인장기요양재가센터 신철희 원장 “죽을 때까지 함께 있어달라는 말 때문에…”

의왕노인장기요양재가센터 신철희 원장 “죽을 때까지 함께 있어달라는 말 때문에…”

by 안양교차로 2013.07.15

신철희 원장은 직장인 시절부터 꾸준하게 봉사를 했다. 서울 옥수동에서 어르신들 수발을 들던 중 부모님의 요양을 위해 의왕에 터를 잡고 살다가 의왕시민모임과 연을 맺게 되었다. 그러다가 아예 어르신들을 위한 노인요양원을 차리게 됐다. 그는 “자신이 죽을 때까지 함께 있어달라는 어르신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내 어머니처럼 돌봐드리고 싶었다”며 “지금은 봉사가 일이고 일이 곧 봉사가 됐다”고 말한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봉사의 기쁨
봉사를 계기로 노인요양보호사로 활동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신철희 원장도 몸이 아픈 부모님의 병 수발을 들면서 자격증을 취득했다. 7년 간 봉사를 하며 눈빛만 봐도 어르신이 편찮으신지 아닌지, 어디가 불편한지 눈치 챌 만큼 노련해졌다. 서울에서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꾸준히 봉사하던 그를 눈여겨보았던 지인이 신 원장을 의왕시민모임에 추천했다. 봉사를 하면서 의왕시 여성분과위원회 위원으로 4기째 일할 만큼 지역사회에 관심도 갖게 됐다고.
그는 사랑의 요양원에 매달 한 번씩 방문해 어르신들에게 먹을거리를 대접하고 풍선놀이와 레크레이션을 하면서 봉사정신이 몸에 뱄다.
“마음이 흡족한 거 외에 다른 말로는 설명이 안 되네요. 내가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것 같아요. 결국 어르신들이 걷는 길이 곧 내 길이 되기도 할 테니까요.”
7년쯤 봉사경력이 쌓이면서 모르는 게 없어졌다고 봉사에 내 돈과 시간이 어느 정도 쏟을 수밖에 없다는 것, 누군가가 알아주기를 바라면 반드시 실망한다는 것. 일찍이 성당에 다니면서 봉사하는 마음을 길렀던 터라, 봉사하는 초심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하는 그.
어르신들을 내 식구처럼 돌봐주겠다는 신념
“저하고 호흡이 맞든지 안 맞든지 같은 단체에서 일하고 있으면 같은 마음이 될 수밖에 없어요. 사람은 생긴 것도, 생각하는 것도 다른 존재잖아요. 아쉬운 거는 제가 몸이 아플 때 봉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거죠. 몸이 건강해야 봉사도 하는 거니까, 제 몸을 잘 챙기는 것도 봉사를 위한 것이란 생각을 해요.”
어르신들 봉사를 하면서 노인들을 보는 눈도 달라지게 됐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라는 것, 자식들이 버리면 의지할 곳 없는 존재라는 것. 신철희 원장은 “어르신들은 당신이 피해를 보는 한이 있어도 절대로 자식들에게 피해주는 말은 하지 않는다”며 “부모의 역할마저 박탈당한 어르신들이 우리 사회에서 무가치한 존재로 보호받아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런 마음 때문에 아예 그 자신이 4년 전 의왕노인장기요양재가센터를 설립했다. 봉사자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어르신들을 좀 더 효율적으로 챙겨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돈 욕심보다, 어르신들을 내 가족과 식구처럼 돌봐드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신념 하나로 지금껏 운영해오고 있다.
‘죽을 때까지 같이 있어 달라’는 말
“3~4년 동안 돌봐드린 어르신들인데 오죽 정이 들었겠어요.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듣죠. 제일 잊을 수 없는 말은 ‘죽을 때까지 같이 있어줘’라는 거예요. 눈물이 날 만큼 고맙고, 또 제가 하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알게 되고요.”
의왕에 거주한 지도 벌써 30년이 넘었다. 부모님의 요양을 계기로 내려왔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신철희 원장은 의왕의 장점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살기 좋고 이웃사촌이란 말이 여전히 통할 수 있는 동네, 직장에서나 이웃 간에도 남처럼 생각되지 않는 동네가 의왕이라고 덧붙였다.
“봉사를 하면 가슴에서 늘 고마운 마음이 생기죠.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또 같이 어울려서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게 가치 있는 거 아니겠어요?”
지금도 여전히 생각나는 어르신이 있다고. 젊은 시절 불렀던 노래의 한 구절, 춤 한 자락을 추며 비틀거리면서도 몸동작을 따라하고 싶어 하는 어르신을 보면서 세월의 무상함을 느꼈다는 그. 그래도 봉사자가 있기에 어르신들의 적적한 노후가 조금은 더 따뜻해질 수 있어서, 더 많은 봉사자가 함께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한다.
“봉사는 일단 첫발을 떼기가 힘든데 그것만 지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라고 봐요. 봉사를 하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신청하세요. 봉사자라고 하면 어디를 가든 환영받으니까요.”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