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군포고등학교 3학년 김민하 학생 “봉사하다가 사회복지사 꿈꾸게 됐어요”

군포고등학교 3학년 김민하 학생 “봉사하다가 사회복지사 꿈꾸게 됐어요”

by 안양교차로 2013.07.15

(전문)봉사하는 고3 학생은 의무 시간을 채우거나 대입에 필요한 생활기록부 한 줄을 얻기 위해서 일 것이다. ‘학생이 봉사를 하면 얼마나 하겠어’라고 하는 게 어른들 생각이다. 김민하 학생도 처음엔 그런 오해를 받았다. 하지만 민하는 중학교 때부터 한 곳에서 꾸준히 봉사를 해온 ‘베테랑 봉사자’다.
내 인생 최초의 봉사
민하가 처음 봉사를 시작한 건 7살 무렵. 부모님을 따라 제부도에 있는 한 고아원을 방문했던 게 시초였다. 일곱 살 배기 아이가 웬 봉사냐고 하겠지만, 민하는 제 또래 아이들과 함께 놀면서 아이들 모두에게 말벗이 되어주는 조숙한 아이였다.
까마득히 잊고 있던 봉사의 기억을 되살려준 건 중학생 때.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 봉사처를 찾던 중 성민원 노인요양원을 알게 된 건 특별한 인연이었다. 어르신들의 휠체어를 밀어주고 손을 잡고 대화를 나누는 사소한 일이지만, 명목이 아닌 실제 봉사를 하는 목적과 이유를 알게 된 계기였다.
“내가 하는 일이 봉사가 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지금도 이게 봉사라는 생각은 안 해요. 그냥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저의 생활 속에 일부가 되었으니까요.”
매주 3~4시간씩 봉사를 하며 민하는 어르신들을 만나는 일이 점차 행복해졌다. TV에서 우연히 봤던 독거노인, 어쩌면 봉사가 아니었다면 평생 동안 만날 일이 없을 수도 있었겠지만, 봉사 덕분에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게 눈을 돌리게 됐다고. 친할머니가 일찍 돌아가셨다는 민하는 “어르신들 봉사를 할 때마다 친할머니를 떠올리며 손녀딸 같은 마음이 된다”고 말했다.
봉사로 튀어보자
고3 학생이 매주 한 번씩 시간을 내서 봉사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터. 굳이 공부 핑계를 대지 않더라도 피곤하고 귀찮으면 집에서 뒹굴게 마련인 나이가 아닌가. 그래도 민하는 “학원 가는 시간이 겹치지 않는다”면서 봉사 얘기를 할 때면 연신 싱글벙글 했다. 봉사를 통해 몰랐던 세계를 알게 된 게 소득이라면 자기 진로를 찾고 미래의 꿈을 설계하게 된 건 일종의 덤이다.
“전에는 솔직히 봉사를 하기 싫을 때도 있었고, 내가 이걸 하는 목적이 뭔지 잠깐 고민했던 적도 있어요. 지금은 ‘봉사로 튀어보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다른 애들이랑 비슷한 아이가 되는 것보다는 봉사로 차이를 만들자는 거죠. 뭔가 하나를 잘하면 돋보이는 시대잖아요.”
그래서 민하는 대학 진학 후 사회복지사를 꿈꾸고 있다. 어떻게 보면 봉사 덕분에 진로를 발견한 셈이다. 사회복지사가 결코 편한 직업이 아니며, 실제로 복지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옆에서 지켜봐온 터라 현실적인 직업관을 갖게 된 게 아닐까.
“할머니, 할아버지를 옆에서 지켜보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게 돼요. 친구들이랑 있었던 얘기나 진로 문제를 고민하기도 해요. 그러면 무척 재미있게 제 얘기를 들어주세요(웃음). 그러면 저는 마음가짐이 약간 달라지는 거죠. 진로를 고민하는 시기에 어르신들을 만나게 돼 참 다행이에요.”
봉사는 가벼운 마음만 있으면 할 수 있어
어린 나이지만 민하는 죽음이 무엇인지도 잘 안다. 2년 동안 봉사를 하며 봐왔던 할머니와 헤어졌던 경험도 있다. 거동을 하지 못하는 할머니를 위해 공을 튕기며 함께 놀이를 하곤 했는데 박수 치며 좋아하던 어르신은 지금 요양원에 있지 않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보면서 현재에 충실한 게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옛날 일을 생각하거나 너무 미래 일만 계획하지 말고 지금 살고 있는 오늘을 더 가치 있게 사는 거요.”
민하의 조숙한 통찰은 책을 읽는 힘에서 나온 것 같다. 소설을 좋아하는 민하는 앞으로 사회복지사 혹은 문학편집자를 꿈꾸고 있다. 대학에 가면 지금처럼 봉사를 하지 못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민하는 “봉사처를 찾아다니며 봉사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누군가 함께 하지 않더라도 혼자서 씩씩하게 봉사를 하는 민하가 사뭇 대견해보인다.
“친구들한테 같이 봉사하러 가자고 하면 귀찮아하더라고요. 봉사를 엄청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귀찮고 지저분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봉사예요. 가벼운 마음으로, 그렇지만 책임감을 갖고 하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어요.”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