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안양소방서 의용소방대 박현순 씨 “화재현장에는 언제나 봉사자가 있죠”

안양소방서 의용소방대 박현순 씨 “화재현장에는 언제나 봉사자가 있죠”

by 안양교차로 2013.07.15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과 함께 출동해 응급활동을 펼치는 봉사자들이 있다. 박현순 씨는 안양소방서 의용소방대원으로 화재 현장에서 차량 통제, 물 보충, 급식 등의 활동으로 화재 진압을 돕고 있다. 10년 동안 시민의 안전을 위해 봉사해온 그의 가슴 훈훈한 봉사 이야기를 들어보자.
소방대원들과 화재 현장에 출동
안양시에도 매년 크고 작은 화재 사건이 발생한다. 2011년 센터파크 화재 사건, 며칠 전에도 호계동에 작은 화재 사건이 났다. 소방대원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불이 난 곳에 출동해 화재를 진압해야 한다. 박현순 씨도 그 자리에 빠짐없이 동석한다. 직접 화재를 진압하지는 못하지만 바쁜 소방대원들을 위해 물을 끓이거나 주변 지역 차량을 통제하는 일을 거들어주고 있다.
“보람이 있죠. 소방대원이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 저희는 그 뒤에서 안 보이게 뒤를 받쳐주는 역할이라고 보시면 돼요.”
여성의 몸으로 화재현장을 오가는 것은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박현순 씨는 벌써 10년째 의용소방대원으로 봉사를 하고 있다. 며칠 전 호계동 화재 사건 때도 라면을 사서 소방대원들의 현장 급식을 책임졌다. 화재 사건이 없는 평상시에는 심폐소생술 교육을 위해 강의를 하러 다니기도 한다.
“봉사하기 전에는 은행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안양에 산 지는 25년이 됐는데 봉사는 10년 전부터 시작했죠. 그 전에는 무슨 봉사냐고 코웃음 치던 사람이 저예요. 그때는 봉사가 뭔지도 몰랐는데 막상 해보니 이것만큼 보람 있는 게 없더라고요.”
봉사에도 적성이 있다
봉사의 가치는 마음의 평화가 제일이란다.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가 의용소방대원으로 홍보활동을 펴는 이유이기도 하다. 봉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CA활동을 통해 의용소방대 활동에 대해 설명해준다. 이 때문에 평소 학부모들이 “봉사에 대해 몰랐던 점을 가르쳐줘서 고맙다”는 전화를 자주 받는다고.
“봉사에도 적성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은 목욕봉사가 맞고 또 어떤 사람은 저처럼 소방대원으로 일하는 게 맞죠. 봉사를 몰라서 못하는 거지 자신에게 맞는 봉사만 있으면 누구나 할 마음이 생길 거예요.”
10년 동안 봉사를 하면서 마음으로 깨달은 점도 많다. 노인요양원에 풍물봉사를 했을 당시 치매 어르신들이 휠체어를 타고 박수를 치며 좋아하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단다. 말도 못하는 어르신들이 흥겨워서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눈물을 흘릴 때면 박현순 씨 역시 눈시울이 붉어진다.
“봉사를 하다보면 마음이 찡한 순간이 있어요. 그럴 때는 ‘아, 내가 봉사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죠. 봉사를 하고 난 이후부터는 제 마음에는 정말 많은 여유가 생겼어요.”
직장에 다닐 때는 돈이 전부인 줄 알았고 늘 시간에 쪼들리며 살던 그였다. 주부로서 봉사에 매진하다보니 가정도 살아나고 남편에게도 인정받는 아내가 될 수 있었다고.
자발적인 봉사가 가장 값진 것
그는 매주 한 번씩 안양5동에 위치한 119안전체험관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강의를 한다. 매년 열리는 시민축제 때는 부스를 만들어놓고 홍보도 한다. 봉사를 잘하는 사람일수록 부지런해지고, 봉사를 하다보면 더 젊어진다고 말하는 박현순 씨.
“요즘은 나이가 젊은 사람들이 봉사를 하겠다고 의용대원으로 들어오는데 좀 걱정될 때가 있어요. 봉사가 내 맘 같지 않을 때가 더 많죠. 단체로 움직이니까 너무 자기가 생각하는 기준과 기대대로 움직일 거라는 생각을 하면 안 돼요.”
그는 봉사는 마음을 비우고 자발적으로 할 때 가장 가치 있다고 말한다. 헌신보다 체계 안에서 동참할 수 있는 자세가 봉사자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박현순 씨는 “요즘 집에서 혼자 우울증에 걸린 주부들이 많은데 봉사야말로 우울증 특효”라며 “집에 있지 말고 밖에서 봉사하며 여러 사람과 어울리면 인생이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