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스칼렛미용실 황기화 원장 “봉사는 젊을 때 하세요. 그게 복이에요”

스칼렛미용실 황기화 원장 “봉사는 젊을 때 하세요. 그게 복이에요”

by 안양교차로 2013.07.15

황기화 원장은 30대 후반, 젊은 나이에 봉사를 시작했다. 나만의 주특기가 있는데 망설일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교회 봉사팀에서 매주 군포시 관내에 독거노인 15가구를 찾아가 커트와 염색을 해준다. 지금은 군포 독거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인기 봉사자가 됐다. “치매 어르신들의 천사 같은 눈을 볼 때면 봉사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고 말하는 그의 명랑한 봉사 이야기를 들어보자.
미용실 원장님의 찾아가는 이·미용 서비스
군포시 수리동 가야아파트 종합상가 내에 위치한 스칼렛미용실. 황기화 원장이 분주하게 손님들을 맞고 있다. 40대 여성 고객들 틈에서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들의 모습도 보인다.
“이 주변에 독거노인들이 많이 사세요. 굳이 봉사라는 생각이 없어도 어르신들을 상대하다보면 자연스레 봉사 마인드가 생겨요.”
처음엔 미용실에 찾아오는 어르신들을 무료로 커트해주다가 교회 봉사팀이 정식으로 발족되면서 ‘찾아가는 이·미용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 미용실을 시작한 이후부터 봉사를 시작했으니 벌써 7년째다. 매달 5~15가구를 방문해 독거노인들의 커트와 염색을 해주고 있는 그는 올해 44살이다.
“친정엄마가 뇌출혈로 쓰러지신 게 계기가 됐어요. 멀리 떨어져 사는 딸의 심정으로 어머니를 대하듯 어르신들의 머리를 손질해드리면서 저도 배우는 게 많아요.”
때마침 그가 다니고 있는 교회에서 봉사자를 모집하고 있었고, 황기화 원장은 신앙심을 토대로 남을 섬긴다는 생각으로 봉사에 참여하게 됐다.
봉사는 사람을 겸손하게 한다
예전부터 군포시 장애인복지센터 등에서 꾸준히 봉사를 해왔던 황기화 원장은 서울 출생이다. 결혼하고 군포에 터를 잡고 지금까지 제2의 고향처럼 여기고 있다고. 어릴 때부터 조부모님 밑에서 자란 그에게 더불어 나누며 사는 삶은 늘 꿈꿔왔던 것이었다. 소담하고 아늑한 군포시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며 치매 어르신을 대상으로 봉사를 해왔던 그는 몸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활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고 있다.
“어르신들을 만나다보면 같은 치매 환자라도 매일 매일 달라진다는 걸 느껴요. 아픈 와중에도 매번 자기 머리를 잘라주는 사람이 누구인지 잘 알죠. 아기 같은, 천사 같은 눈빛이라고 할까요?”
매달 빠짐없이 10여 명에게 주기적으로 이·미용봉사를 해주고 있는 황기화 원장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봉사는 사람을 겸손하게 한다”고 말했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늙듯, 봉사를 통해 노인의 마음을 배울 수 있기에 젊은 사람들이 봉사에 더 많이 참여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했다. 황 원장은 “어르신들이 많은 동네에서 살다보니까 봉사는 꼭 내가 해야 할 일이란 생각이 든다”며 “봉사를 하며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기에 나는 참 복 받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젊은 나이일수록 봉사를 해야죠”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봉사에 매진하는 그를 두고 주변에서는 “젊은 사람이 일하기 바쁜데 봉사를 한다”고 칭찬한다. 하지만 황기화 원장은 봉사는 평소에 자투리 시간을 쪼개서라도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여긴다. 물질이 없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남을 섬기는 것은 기독교의 나눔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
“젊은 나이일수록 더 봉사를 해야죠. 자신이 잘하는 일에서 봉사할 수 있는 거고요. 봉사자들은 좋은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플 일도 없어요. 저도 일을 하다보니까 뭔가 해야겠다는 의무감이 들어서 시작한 거예요.”
봉사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이들에게 황기화 원장은 “계기나 동기부여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자신의 생활패턴을 봉사에 맞게끔 바꾸기 위해서는 신앙심이든 노력이든 필요하다는 얘기. 그는 “저는 신앙으로 봉사를 시작했지만 신앙이 없다면 복지센터에 무작정 찾아가보는 것도 좋다”며 “젊은 사람들이 종교단체나 복지단체를 통해 시작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