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군포제일교회 김은숙 씨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건 밥보다 사랑이죠”

군포제일교회 김은숙 씨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건 밥보다 사랑이죠”

by 안양교차로 2013.07.15

김은숙 씨는 원래 봉사를 모르던 사람이었다. 치매와 관절염으로 고생하던 시어머니의 병수발을 오랫동안 했던 게 며느리의 의무였다면 15년 동안 자신도 모르게 봉사의 틀을 다져놓은 셈이다. 현재는 군포제일교회에서 운영하는 성민원에서 봉사활동을 관리하고 있다. “봉사를 함으로써 내가 살아있다는 존재감을 느낀다”고 말하는 그의 봉사이야기를 들어보자.
실버합창단을 만나다
김은숙 씨는 결혼을 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시어머니를 모셨다. 시어머니가 노환으로 아프기 시작한 이후 5년 동안 집밖을 나서본 적이 없을 정도. 2~3년은 시어머니 대·소변을 직접 받아냈을 만큼 그는 효성 깊은 며느리였다. 김 씨의 시어머니는 결국 치매와 관절염 합병증으로 돌아가셨다.
시어머니를 모시는 동안 집에만 있었던 그에게 갑작스러운 시어머니의 죽음은 삶의 공백과 같았다. 두문불출하던 그를 이끌어냈던 건 군포제일교회의 목사님이었다. 활력소를 찾으라며 그에게 일거리를 준 것이 군포제일교회 실버합창단을 관리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어르신들을 처음 만났다.
“세상이 이렇게 신기하구나 싶었죠. 저는 시어머니 모시고 아팠던 시간 동안 밖에 나가본 적이 거의 없었거든요. 실버합창단을 처음 만나면서 제 삶도 조금씩 활력이 돌기 시작한 거죠.”
2009년부터는 군포제일교회에서 운영하는 성민원에서 목욕도우미로도 봉사를 하고 있다. 합창단을 관리하면서 목욕도우미로 봉사하는 동안 그는 어르신들을 가까이에서 만났고, 시어머니를 모셨던 기간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다시 생각했다.
‘봉사 마인드’의 의미
봉사를 하려면 일정 교육기간을 거치는 게 보통이지만 김은숙 씨는 시어머니의 병수발을 하면서 봉사할 준비가 이미 된 상태였다. 어떤 이는 ‘봉사 마인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생기는 것이라고 했지만 김은숙 씨에게는 마음속에 부모님을 공경하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합창단 관리와 목욕봉사를 하면서 그의 인생은 조금씩 달라졌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던 그가 악보를 찾아보게 되고 어르신들의 알몸과 마주하며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없었던 상황에서 다른 요양사들과 함께 봉사를 하는 그를 두고 주변에서는 “경험자가 낫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저는 숙달된 조교였죠(웃음). 시어머니를 대할 때와는 다른 마음인 건 사실이죠. 좀 더 편안한 마음이 됐다고 할까요. 시어머니는 말투와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대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어르신들은 시어머니한테 하는 것 반 정도만 해드려도 너무 좋아하시니까요.”
성민원 요양원에 오는 이들은 대부분 가족들과 떨어져서 지내는 노인들이다. 삶이 적적하고 말벗이 필요한 그들에게 김은숙 씨는 딸처럼 살가운 존재가 되었다. 손을 잡고 안아주는 사소한 스킨십에도 곱절의 표현으로 되돌려주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김 씨는 “살아가는 것의 동기는 결국 사랑”이라는 것을 배웠다.
“사람이 죽는 순간까지 사랑을 갈구하는 존재라는 것. 그리고 사랑을 받아야 행복하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앞으로 더 많은 어르신들에게 제게 있는 사랑을 조금씩 나눠드리고 싶어요.”
어르신들이 살아가는 이유
무료급식소에서는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치매 예방을 위한 운동도 이끌고 있다. 스트레칭을 통해 무표정했던 노인들이 활기를 얻고 입맛을 되찾는 모습에서 김 씨는 봉사의 보람을 느낀다고. 나이가 많다고 단지 밥만 먹여주는 게 아니라 여가를 활용한 게임을 이끌어줌으로써 어르신들의 삶의 활력을 북돋는 게 그의 역할이다. 김 씨는 “급식소를 찾는 이들이 대부분 80세 전후로 나이가 많다”며 “간단한 율동을 가르쳐드리면 3~4개월이 지나면 곧장 어르신들 손놀림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어르신들이 나에게 존재감을 되찾아주었기 때문에 오히려 고마운 존재”라고 말했다. 무기력했던 자신의 생활 속에서 ‘내가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주기 때문이라고. 봉사를 하는 이유도 그렇게 상대가 누군지에 상관없이 더불어 사는 삶을 배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치매 어르신들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면 봉사가 더 쉬워져요. 연세가 많을 뿐이지 나와 똑같은 존재라는 거.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건 밥보다는 사랑이거든요. 제일 중요한 건 그분들이 살아가야 할 이유를 만들어드리는 거예요.”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