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이동밥차 봉사자 조경숙 씨 “봉사가 작은 나눔 되면 누구나 동참할 수 있어요”

이동밥차 봉사자 조경숙 씨 “봉사가 작은 나눔 되면 누구나 동참할 수 있어요”

by 안양교차로 2013.07.15

매주 소외된 어르신들을 찾아가는 이동 밥차가 있다. 군포시 성민원에서 운영하는 이동 밥차는 관내에서 식사를 굶는 불우한 노인들에게 따듯한 밥 한 끼를 제공하는 곳이다. 어떤 이들이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봉사처럼 보이지만, 이동 밥차가 오길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다. 조경숙 씨는 8년째 이동 밥차에서 배식 봉사를 하며 어르신들을 맞고 있다. 환한 미소처럼 아름다운 그의 봉사 이야기를 전한다.
봉사를 통해 나를 돌아보다
조경숙 씨가 봉사를 시작한 것은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학교에서 녹색어머니회에 참여하면서 부터다. 그 전까지는 부녀회 활동에 간헐적으로 참여했지만, 녹색어머니회 봉사자들과의 인연으로 작은 봉사모임을 만들게 된 것이 이동 밥차 봉사로 이어졌다.
“봉사라는 것이 그렇잖아요. 한 번 하면 마음이 뿌듯해지고 보람 있고. 아직까지 우리 주변에 불우한 노인들이 많고 이 분들을 거들어줘야 할 손길이 필요한데 제가 그 일을 감당할 수 있으니 감사하죠.”
성민원에서 마련한 밥차에 반찬과 밥을 짓는 재료를 마련해주니 자신은 그저 요리만 잘해서 나눠주는 것뿐이라며 겸양의 말을 하는 그. 봉사를 할 때 거창한 명분보다는 내 시어머니, 시아버지를 모신다는 기분으로 하고 있기에 특별한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다고.
“세상에는 더 좋은 분들도 많고, 봉사라고 해서 특별할 건 없는 것 같아요. 일주일에 한 번, 남한테 보탬이 되는 일을 함으로써 제 자신을 돌아보는 거죠.”
봉사만큼 중요한 것은 일상을 나누는 것
이동 밥차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 씨가 참여하고 있는 이동 밥차도 성민원에서 지원해주지 않았다면 오랫동안 운영되기 어려웠을 거라고 한다. 단순히 식사 제공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재난재해 지역에까지 파견, 궂은일을 거들거나 봉사자들의 작은 쉼터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태안 재해 때도 현장에 가서 봉사를 거들었어요. 한 곳에 정착되어서 밥차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어려운 분들이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곳으로 밥차가 직접 찾아가요. 한곳에 치우치지 않고 불우한 어르신들을 찾아가는 거죠.”
밥차가 닿는 장소를 잊지 않고 찾아오는 어르신도 많다. 매일 금정동 주택단지에 차를 세워두고 매일 점심때면 어르신들을 맞고 있다. 밥차를 자주 찾는 이들은 조 씨를 친딸 대하듯 하기 때문에 정이 든 사람들도 많단다.
“볼 때마다 안부 인사를 하고 서로의 일상을 속속들이 아는 경우도 많죠. 저도 ‘병원은 다녀오셨냐’ ‘큰며느리는 잘 해주느냐’ 같은 사소한 이야기들을 공유하곤 해요. 군포에서 밥차에 오시는 분들 중에서 낯선 어르신은 별로 없죠(웃음).”
봉사는 남을 기분 좋게 하려는 작은 노력
조 씨가 군포에 정착한 것은 2000년 무렵, 강원도 태생인 그는 10여 년을 군포에서 지내며 이제는 제2의 고향처럼 여기고 있다. 군포시민으로 정착하기까지 봉사가 그에게 갖는 의미도 적지 않다.
“이동 밥차가 군포에서는 봉사의 상징 같은 존재가 됐죠. 일주일에 한 번뿐이지만 봉사를 함으로써 제 스스로도 주변의 불우한 노인들을 보는 시선도 달라졌고, 어르신들 얘기를 들어드리면서 늙음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졌어요.”
봉사자들끼리도 한 마음으로 뜻을 모으는 일은 쉽지 않을 터. 조 씨도 때로는 동료 봉사자들과 부딪힐 때가 많다. 그럴 때는 한 발 물러서서 여럿의 의견을 존중하는 편이라고. 어르신들이 조 씨를 친 딸처럼 가장 먼저 찾는 이유도 그의 이런 서글서글한 성격 때문이다.
조 씨가 생각하는 봉사란 “어렵지 않은 생활의 실천”이다. 꼭 어느 단체에 속하거나, 이름을 드러내놓고 활동하지 않아도 남과 더불어 나누겠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라면 일상의 풍요로움 속에서 봉사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봉사는 결코 어려운 게 아니죠. 지나가다가 어르신들 가방 한 번 들어드리는 것도 봉사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생각은 하지만 실천은 잘 안 하는 것들 있잖아요. 그렇게 작은 것부터 남을 기분 좋게 하려는 노력을 하면 사람들이 봉사를 좀 더 가깝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믿고 있어요.”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