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군포산본지구대 양병수 경사 “경찰관도 봉사 앞에서는 사심 없죠”

군포산본지구대 양병수 경사 “경찰관도 봉사 앞에서는 사심 없죠”

by 안양교차로 2013.07.15

만약 순찰 근무를 나선 경찰이 역전에서 배식 봉사를 보고 앞치마를 두른다면 주변에서 뭐라고 할까. 아무런 의도 없이 순수하게 봉사가 좋아서 뛰어든 사람 중에는 이렇듯 전문직을 가진 이들이 꽤 있다. 올해로 경찰 근무 23년차인 양병수 경사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봉사를 하는 이유 역시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게 민주시민의 몫”이라는 명쾌한 이유에서다.
서로 배려해주는 따뜻한 삶을 보다
1996년 여름, 양병수 경사는 수원에서 근무할 당시 기동대 순찰을 위해 수원역 광장에 나갔다. 그곳에서 그는 한 교회에서 급식 봉사를 하는 모습을 봤다. 이유는 없었다. 그 모습이 좋아 보였고, 스스럼없이 사람들에게 다가가 “나도 급식 봉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날 이후로 그는 매달 한 번씩 수원역 광장에서 급식 봉사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올해로 17년째다.
“제가 부모님 없이 형들과 함께 자랐어요. 그래서 그런지 남한테 베풀면서 이해를 해주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누구한테 드러내 보이고 그런 마음은 없죠. 잘 모르겠네요(웃음).”
고향은 경기도 용인. 7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난 그는 경찰 임용을 계기로 군포에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 처음 배치된 곳은 명학파출소. 군포기동대를 거쳐서 현재는 산본지구대에서 근무 중이다. 안양과 군포 생활만 23년, 사람들이 선하고 봉사자들이 많아서 좋다는 그는 직업의 특성상 삶의 다양한 형태들을 현장에서 목격한다.
“별의 별 일이 다 있죠. 저는 직업상 어쩔 수 없이 봐야 하지만, 사람들이 서로 따듯한 마음을 주고 배려하며 사는 게 정말 소중하다는 생각을 해요.”
삶에는 정답이 없다
성격이 잘 맞기에 경찰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주어진 임무이고 도중에 한 번도 다른 일을 생각해본 적이 없기에 지금은 천직이란 확신을 하고 있다고. 경찰은 야간 근무가 많고, 근무 교대도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양병수 경사가 휴일이나 야간 근무가 있을 때 틈 내서 봉사를 한다는 것은 어떤 뚜렷한 욕구가 있기 때문 아닐까.
“처음에는 그만둘까 생각했던 적도 많죠. 겉보기와는 달리 봉사도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그렇지만 혹시 제가 그만두면 ‘결국 그렇게 하다가 그만뒀구나’하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을까봐 지금은 엄두도 못내요(웃음).”
봉사를 시작하고 달라진 부분도 많다. 일상에 더 감사하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몸에 배었다. 평소에 근무하듯 봉사도 단순한 의무로 임했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몸의 건강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해야 할 어떤 사명처럼 느껴진다고.
“수원역 광장에서 어르신들에게 배식을 하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나보다 인생을 훨씬 더 많이 살았는데 그동안 무슨 우여곡절이 있었기에 이렇게 밥을 타먹게 되었지’하고. 그런데 사는 데 어떤 정답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저 살아가다보니 그 자리에 있게 되었을 뿐이죠.”
봉사 잘하는 법? 자기 가족에게 하듯 하면 돼
산본지구대에서 근무하면서 매일 수많은 사람을 목격한다는 그.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분한 뒤 누군가를 처벌하고, 다른 누군가는 보호해야 하는 상황에서 늘 형평성을 고민한다고 한다. 피해자는 자신에게 상황이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가해자는 억울하게 처벌받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 양 경사는 그럴 때 인간적인 태도야말로 일의 균형을 잡는 노하우가 된다고 설명했다.
“봉사를 할 때처럼 직업적인 부분을 떠나서 형처럼, 동생처럼, 아버지처럼 대우해드리는 거죠. 그렇게 진심을 열고 다가갔을 때 그 마음은 받아들여지더라고요.”
그가 생각하는 봉사의 정의는 그래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시간이나 비용을 생각지 말고 일단 한 번 해보면 그게 출발이 되고 그 이후로는 자연스럽게 봉사가 연결이 된다는 것. 민중의 지팡이라 불리는 경찰임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자신이 보탬이 된다는 걸 깨달았을 때 보람을 느낀다는 양 경사. 그동안 성민원, 가야복지관, 수원장애인복지관 등 다양한 봉사처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지금은 군포노인복지관에서 봉사를 하고 있다.
“봉사를 잘하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자기 앞에 있는 사람을 가족처럼 대해주면 되요. 나이가 어리면 동생처럼, 나이가 많으면 부모처럼 모시면 일에 대한 요령은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