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현대케피코 밥퍼봉사단 채을용 단장 “저보고 다들 그래요, 봉사하게 생겼다고”

현대케피코 밥퍼봉사단 채을용 단장 “저보고 다들 그래요, 봉사하게 생겼다고”

by 안양교차로 2013.07.15

연말연시에 가장 눈에 띄지 않지만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영역이 있다면 봉사일 것이다. 최근에는 기업의 사회공헌차원에서 봉사단을 꾸려 활동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채을용 단장은 군포에 있는 현대케피코(KEPICO) ‘밥퍼 봉사단’의 단장을 맡고 있다. 서글서글한 인상에 “날 때부터 순둥이”라는 말을 들었을 법한 그는 19년째 직장생활을 하며 봉사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천직에서 봉사를 찾다
경북 경주가 고향인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제대한 뒤 대학에 가라는 부모님의 뜻을 뿌리치고 상경했다. 인천에 있는 한 직업훈련학교에 입사했다. “돈을 벌겠다”는 일념 하나로 기술을 배웠고 지인의 소개를 통해 우연찮게 현대케피코에 입사하게 됐다.
“공부를 하더라도 잘 안 되는 사람들 있잖아요. 제가 딱 그런 쪽이었던 것 같아요. 부모님께 ‘저는 공부랑 맞지 않으니 돈을 벌겠습니다’라고 선언했죠(웃음).”
어느 모로 보나 비뚤게 살았을 것 같지 않은 덤덤한 인상이다. 19년 동안 한 직장에 머문 것만 봐도 그가 성실한 사람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장직 근로자로 오랫동안 일을 하면서 채을용 단장은 “평생의 천직”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한다.
봉사는 우연한 동아리 활동을 통해 접하게 됐다. 인천에 있는 한 복지관에서 건물 주변에 쓰레기를 치워주거나 장애인 목욕을 시켜주는 봉사를 알게 됐다. 결혼을 했던 94년 이전까지 5년 정도 봉사를 하면서 “누군가를 돌보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는 할 수 있지만, 반드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바로 봉사라는 확신이 생긴 것.
“무엇이든지 꾸준히 하기가 힘들잖아요. 처음에는 그냥 좋은 일이라고 해서 시작했는데 하다보니까 어느 틈엔가 ‘나만의 행복’을 느낄 때가 오더라고요. 봉사는 아무나 할 수 있고 얼마든지 오래 할 수 있으니까 가장 자유로운 일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사내 최초 봉사동아리 만들어
97년에는 사내 최초의 봉사 동아리인 ‘밥퍼 봉사단’에서 활동하게 됐다. 생산직 근로자들로 이뤄진 밥퍼 봉사단은 군포 관내의 복지관에 무료급식 배달을 하는 봉사조직. 처음 10명으로 시작한 동아리 회원들이 지금은 21명으로 늘었다. 조합 활동의 확장이지만 회사의 이름으로 봉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에게는 큰 보람이자 기쁨이다.
“처음에는 이동급식차를 이용해서 복지관 어르신들에게 반찬을 배달해드렸죠. 금정동에 있는 어르신들 무료급식센터에서 밥을 퍼주는 봉사도 했어요. 크게는 매년 어버이날과 추석, 그리고 요즘 같은 연말 때 봉사를 나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걷힌 회비를 모아서 군포중학교에 재학 중인 아이들에게 방과 후 활동비로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회사 직원 입장에서는 별도의 동아리 지원비 없이 근무시간을 빼서 봉사를 하는 것이 무척 큰 부담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봉사를 손에서 놓을 수 없다는 게 채을용 단장의 말이다.
2002년부터는 사회사업으로 봉사 영역을 넓혀 군포 성민원 무료급식센터에서 봉사를 시작했다. 혼자서는 ‘푸드뱅크’ 봉사를 겸하고 있다. 2006년부터 군포 지역 임대아파트를 상대로 반찬 배달을 하는 것이다. 야간 근무가 끝난 새벽 시각에 쪽잠을 자고 아침 일찍부터 봉사를 나간다는 그는 봉사 얘기에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힘들어도 신앙의 눈으로 봉사
“집에서는 일 끝나고 봉사 가는 걸 안타깝게 생각하죠. 그런데 다른 여유가 있는 것보다 봉사를 통해서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거니까 불만은 없어요. 제가 좋아서 하는 건데요.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몸이 힘든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아요.”
올해부터는 단장으로 임명돼 단원들의 봉사를 통솔하는 리더가 됐다. 서울구치소 아이들을 대상으로 멘토링 봉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충실한 기독교인으로서 성경의 가르침을 따라 봉사하고 있는 그는 장기근속을 한 성실한 직장인이자 믿음직한 가장 노릇까지 소화하고 있다. 느릿느릿한 말투에 차분하고 열정적으로 봉사의 가치를 말할 때 채을용 단장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봉사는 하고 싶어서 하는 부분도 있지만 하기 싫을 때도 포기하지 않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람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의 눈으로, 신앙의 가치로 봉사를 하면 힘든 것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봉사를 하다보면 인맥도 늘고 봉사를 하면 좋은 사람을 참 많이 만나요. 삶의 여유를 봉사에서 찾게 돼요. 가정도 소중하고, 직장도 소중한데 사람을 배려하고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기 때문에 봉사가 정말 가치 있는 것 같아요.”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