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전통과 음식경연이 한 자리에, 삼막마을축제를 가다

전통과 음식경연이 한 자리에, 삼막마을축제를 가다

by 안양교차로 2016.08.22

[이현수 객원기자의 현장스케치]

전통과 음식경연이 한 자리에, 삼막마을축제를 가다
‘꽃잎이 떨어진다고 나는 아직 그대를 잊지 않았네’. 8월 3일, 삼막골에서는 오랫동안 전승해온 제를 올리기 위해 사람들이 모였다. ‘쌍신제’다. 마을을 지키는 산신에게 올리는 제례를 산신제라고 하나 삼막골은 좀 다르다. 산이 대상이 아니라 당목에 제를 올리며, 두 그루의 느티나무에 동시에 제를 올리기에 쌍신제라 부른다. 삼막골의 오랜 전통을 잇는 마을제인 쌍신제는 마을의 안녕을 바라는 기회인 동시에 주민들 화합의 장이다.
먼저 서낭목(할아버지 나무)에 제를 올릴 차례. 서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는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긴 제의를 갖춰 입은 주민들은 서낭목 앞에 나란히 섰다. 숙연한 분위기에서 본 제례를 시작했다. 강신, 분향, 참신, 초헌례, 독축, 아헌례, 종헌례, 음복례, 사신례, 소지 순으로 진행하는 제례. 담당 제관이 향을 피우고 술을 부어 신을 부르는 의식으로 시작하여 신에게 향과 절을 올린다. 마을의 안녕과 안양을 위해 몇 번이고 반복한 의식일 테지만, 제를 올리는 이도 주변에서 바라보는 이도 짐짓 조심스럽다.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니 자세히 보고 가라.”며 처음 제례를 보는 이들에게 당부하기도 한다. 나무에 얽힌 이야기 때문이리라. 500년 수령을 자랑하는 서낭목에도 위기가 있었다. 한국 전쟁이 끝난 후 미군이 서낭목을 땔감으로 쓰겠다며 나뭇가지의 일부를 자른 것. 그러나 그날 밤 미군들은 부대에 원인 모를 불이 나 큰 피해를 입었다. 마을 사람들은 서낭할아버지의 노여움을 샀다고 여겨 두려워했고, 이후 이전보다 정성껏 제를 올려왔다.

서낭목에 예를 갖춘 다음은 할머니 나무의 차례. 할머니 나무는 삼막교 근처에 위치해있는데, 1977년 대홍수 때 뿌리가 뽑혀 떠내려갔기 때문이라고. 당시 할머니 나무를 건져 삼막교 좌측에 다시 심었지만, 뿌리 채 뽑혔던 나무가 성할 리 만무하다. 안타깝게 여긴 삼막골 주민들은 할머니 나무를 계승할 젊은 은행나무를 옆에 심었다. 하지만 역시 제를 올리는 것은 고사목인 할머니나무다.
쌍신제의 맞은편에서는 ‘삼막 푸드 페스티벌’이 열렸다. 삼막골은 이미 한식, 중식, 카페 등 토속음식점 50여 개가 성업하고 있어 안양을 찾는 사람들에게 빠뜨릴 수 없는 곳으로 소문나 있다. 2014년 4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우수외식업지역'으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안양시는 이곳을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외식업명소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페스티벌은 그 노력의 일환이다.
이날 페스티벌에는 이곳 먹거리촌의 14개 업체가 참여했다. 무더위에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낙지부터 갈치에 가자미, 코다리까지 집합한 생선모듬찜, 피를 맑게 해준다는 옻요리까지 다양한 요리를 내세운 음식점이 경연 및 시식에 참여했다. 특히 장어구이 시식 코너에는 불볕더위에도 불구하고 50명 이상의 시민들이 차례를 기다려 눈길을 끌었다.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은 서민혜(28)씨는 “삼덕공원 근처에 살고 있다. 안양에 5년째 살고 있는데 페스티벌 소식을 듣고 이곳을 찾았다. 다양한 음식을 시식할 수 있어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라면서 앞으로도 종종 이곳을 찾아야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대림대학교 근처에 산다는 안명자(47)씨는 “몇 번 삼막골을 찾았지만 메밀만두는 접하지 못했었다. 찰누룽지 백숙은 기회가 없어 먹어보지 못했었는데 이번 행사에서 시식할 수 있어 좋은 기회였다. 모든 식당을 일일이 가볼 수 없으니 페스티벌은 일반 시민들에게 새로운 식당을 안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라면서 페스티벌의 취지에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그는 “오늘 날씨가 너무 무더워 시식 차례를 기다리기가 힘겨우니 날짜나 시간을 주최 측에서 융통성 있게 조정했으면 좋겠다.”라고 향후의 바람을 밝혔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이필운 안양시장은 다양한 요리를 준비한 업체들의 정성과 노력을 일일이 시식하면서 치하했으며, 경연 수상은 물론 행운권 추첨과 힐링형 건강 음식관광 명소로 거듭나기 위한 결의대회까지 함께하며 오랫동안 자리를 지켰다. 먹거리촌 운영업체는 물론 가족단위로 행사장을 찾은 일반시민들로 북적이는 삼막골을 보니, 마을제를 끈기 있게 지속하며 전통을 계승하고 안녕을 기원해온 삼막골 주민들의 노력을 신령이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