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타임머신을 타고 간 역전장날

타임머신을 타고 간 역전장날

by 안양교차로 2016.05.13

포역전시장에서 공공예술프로젝트 ‘타임머신을 타고 간 역전장날’이 열렸다. 4월 29일부터 5월 3일까지 군포역전시장 상인회와 연계하여 진행된 이번 프로젝트는 축제를 알리는 동시에 군포역전시장의 활성화에도 기여하기 위해 열렸다. 옛날 전통시장을 재현하는 컨셉으로 열린 이번 프로젝트를 찾아가봤다.
상 한산했던 군포역이 아니었다. 군포역전시장의 초입에는 장터의 이모저모를 구경하러 모인 사람들로 북적였다. 흐드러진 철쭉은 덤이었다. 사람들은 ‘옛 주막을 재현한다’는 컨셉으로 마련된 철쭉 야시장 앞에 앉아 지인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담소를 나누기도 했고, 구성진 가락과 춤으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자아내는 각설이 앞에 있기도 했다. 친구와 함께 온 사람, 우연히 마주쳐 동네 사람과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로 군포역전시장 앞은 전에 없이 북적였다.
먼저 주민들은 각설이 앞에 모여앉아 일상에서 쌓인 노곤함을 풀었다. 각설이는 “여기 나온 분들은 다 대단한 분들입니다."라면서 공연을 열었다.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는 “이렇게 철쭉이 흐드러진 봄날에 몸이 아파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건강하시죠? 건강이 제일입니다!”라고 고했다. 이어 “인생 살아보니까 그렇게 길지 않죠? 쌓아놓으면 뭐합니까, 가져가지도 못하는데. 고 정주영회장도 황천길 건널 때는 옷 한 벌이 전부”라면서 이곳에서 한 판 흥겹게 즐길 것을 제안했다. 각설이 공연 바로 옆에는 옛 주막을 재현한다는 컨셉으로 마련된 장터가 있었는데, 역전장날이라는 취지에 걸맞게 다양한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화덕 불고기, 순대국, 족발은 물론 인삼튀김이나 잔치국수, 파전에 홍어도 있어 선택지가 다양했다. 손님들에게 이를 내놓는 상인들은 치마저고리나 바지저고리를 갖춰 입고 있었다.
군포역전시장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자 ‘빙고'판이 있었다. 세로나 가로 또는 사선으로 5개의 숫자를 가장 먼저 뽑아낸 사람이 이기는 빙고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았다. 마음에 드는 경품을 받기 위해 다섯 번째 참여하고 있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옛 시장의 모습을 재현하는 코스튬 플레이도 눈에 띄었다. 먼저 구두닦이 소년. ‘딱어, 딱어!’를 외치며 구두약과 솔, 헝겊, 작은 나무상자를 들고 다니던 과거의 모습 그대로다. 예전에는 구두 두 켤레를 닦으면 쌀 반 되, 보리쌀 한 되를 살 수 있었지만 세월의 흐름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게 된 직업을 눈앞에서 본 사람들이 신기한 듯 쳐다봤다. 개중에는 정말로 닦아주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아이스께끼~”를 외치는 청년도 있다. 색소와 설탕 도는 사카린을 섞은 물에 막대기를 꽂아 얼린 아이스께끼는 롯데푸드가 60년대에 삼각하드를 내놓으면서 설 자리를 잃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조금 더 올라가니 ‘가축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병아리를 파는 상인이 있다. 한 마리에 이천 원. 토실토실한 병아리들 앞에서 부모님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은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바로 옆에서는 달고나 굽기가 한창이었다. 달콤한 연기가 가득하자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인다. 달고나 하나 주세요. 하고 말을 붙인 것은 30대 후반의 젊은 어머니는 추억에 붙들린 얼굴이다. 바로 옆에는 야바위가 한창이다. “이 몸은 야바위를 대종산에서 이십 년 간 수행하다 내려왔느니라!"하고 한껏 너스레를 치는 남자가 주사위를 철제 뚜껑으로 숨긴 뒤 빠르게 움직인다. 어디에 주사위가 들었는지 알아맞히는 내기를 하고, 번번이 지고 있다. 머쓱해진 그는 “나의 기술이 안 먹히다니, 요즘 사람들 머리가 참 좋구나. 허허허"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엄마손을 잡고 따라온 이다혜(7)어린이는 “신기하고 정말 좋아요. 매번 타임머신을 타고 왔으면 좋겠어요."라며 기쁨을 드러냈다. 옆에서 야바위를 구경하고 있던 박모(68)씨도 “옛 추억에 젖어들게 한다. 이번에는 역전장날이라 이곳에서만 열렸지만 다음에는 더 규모를 키워서 하길 바란다.”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이번 행사를 잘 모른다. 앞으로 더 많은 홍보를 해서 사람들이 더 많이 이곳을 찾았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취재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