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자원봉사자 윤성순 씨 “봉사에서 얻는 인생경험, 행복의 밑거름 되죠”

자원봉사자 윤성순 씨 “봉사에서 얻는 인생경험, 행복의 밑거름 되죠”

by 안양교차로 2013.07.15

윤성순 씨는 작년까지 대기업 공장직 사원으로 일하다가 정년퇴직했다. 올해 나이는 예순 넷. 마흔 여섯 살에 세 딸을 데리고 독립한 뒤 20년 동안 생활과 씨름했다. 2교대 근무하는 동안에도 적십자회 봉사를 다닐 만큼 삶을 긍정하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살고 싶었다는 그. 윤성순 씨는 퇴직한 요즘 군포노인종합복지관에서 식당 봉사로 하루를 여념 없이 보내고 있다. 그리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밥 퍼주는 아줌마’
딸들은 물론 주변 사람들도 모두 말렸다. 혼자서 딸 셋을 대학 보내고 결혼까지 매듭짓는 동안 2교대 공장 근무와 주말 식당 아르바이트를 마다않고 끊임없이 일했다. 웬만한 맞벌이 부부도 쉽지 않은 일일 텐데, 혼자가 된 여자의 몸으로 20여 년의 세월을 애써왔으니 딸들을 모두 시집보낸 지금이야말로 쉴 때가 아닌가. 그런데 아니었다.
“전 아직도 돈 벌고 싶어요.”
자기 욕심이라고 했다. 단돈 500만 원으로 딸들과 라면으로 끼니를 때워가며 고생했던 지난날도 있었다. 윤성순 씨는 독하게 마음먹었을 것이다. 지금은 9가구 세입자를 관리하는 단독주택 주인이 됐다. 그는 딸들이 삐뚤빼뚤하지 않고 반듯하게 자라준 것이 오히려 성공이라고 했다. 퇴직한 이후부터는 군포노인종합복지관에 ‘밥 퍼주는 아줌마’로 봉사를 시작했다. 이유가 뭘까.
“집에 가만히 있으면 과거를 떠올리겠죠. 상처받은 일, 힘들었던 일…그럼 우울증 걸려요. 제가 혈액형이 O형에다가 성격이 무지 좋거든요(웃음). 사람도 만나고 좋은 일도 하면 좋잖아요.”
그는 독실한 불자다. 그40대에 이혼한 뒤 혼자서 흔들림 없이 살아온 것도 신앙의 힘이었다. 봉사하는 마음이 있다면 삶에서 덕을 쌓는 셈이라고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윤성순 씨는 직장에 다닐 때부터 매일 4시간 이하로 자면서 봉사를 다녔다. 요즘엔 아예 복지관으로 출근을 한다.
갑상선암 이겨낸 봉사의 힘
“군포노인복지관에서 밥을 퍼줘요. 솥단지를 들었다 놨다 아홉 솥을 퍼야 일이 끝나요. 그동안 제 욕심껏 살았어요. 돈 버느라 주변 둘러볼 새가 없었죠. 사람이 욕심에 찌들면 정말 큰 일 나는 것 같아요. 앞으로는 봉사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독거노인들의 반찬 배달도 그의 몫이다. 8년쯤 봉사를 하니까 주변에서는 “미쳤다”는 말도 많이 했다. 그렇게 힘들게 살았으면서 이제는 좀 즐기면서 사는 게 좀 어떠냐고 했다. 윤성순 씨는 “봉사를 하는 것이 굉장히 즐겁다”고 말했다. 한 끼 밥을 먹기 위해 번호표를 받고 2시간 이상 기다리는 사람들한테 자기 손으로 밥을 퍼주는 일, 봉사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분명 보람된 일이다.
“젊은 시절부터 봉사를 하고 싶었어요. 제가 신앙생활을 37년을 했어요. 종교생활을 오래 하면서 부처님 말씀을 떠올렸죠. 욕심 내지 말고 늘 따듯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젊을 때는 실천을 못했어요.”
그는 36살에 갑상선암 수술을 했다. 5년만 고비를 넘기면 재발 확률이 많이 떨어진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는데 8년 만에 재발했다. 남편과의 이별이 계기였다. 마음에 상처도 컸지만 어린 딸들을 데리고 살아갈 앞길이 막막했다. 의사는 수술이 잘 돼도 말을 못할 확률이 99%라고 했다. 하지만 윤성순 씨는 재기했고, 봉사를 하면서 자신의 몸이 회복됐다는 사실을 믿는다. 그는 “주변에서는 봉사를 열심히 하니까 복 받고 건강해졌다고 한다”며 “힘들 때도 봉사를 손에서 놓지 않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봉사로 과거의 아픔 씻어내
“왜 그렇게 봉사를 열심히 하느냐고, 힘들지 않느냐고 물으면 저는 그래요. 과거를 생각하고 힘들어하기보다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삶을 새롭게 시작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봉사는 저의 고생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해주고, 저의 아픔을 지워주는 것 같아요.”
9가구 세를 주는 단독주택 주인. 돈을 아등바등 벌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꽤 고생스러운 일이다. 주변에서는 “세입자들 관리하는 게 정말 골치 아픈 일인데 참 대단하다”는 말을 한다. 윤성순 씨 생각은 그렇다. 세입자와 집 주인이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면 문제가 생길 게 없다고.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는 집 주인이라서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없다고.
“저는 한평생 계획을 세우는 삶을 살았어요.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죽은 사람이죠. 저는 지금도 5년 단위로 계획을 세우고 이걸 지키면서 살아요. 그래서 제가 홀몸으로 이만큼 성공했고, 봉사하면서 사는 거죠.”
군포시에서 어머니상 후보 1순위로 오르내리는 윤성순 씨는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인생”이라는 신념으로 봉사 실컷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은 누구나 발이 넓어야 한다”며 “봉사를 통해 얻는 폭넓은 인생 경험이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