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안양시민대학교 최유경 교장 “삶의 희망 되돌려주는 ‘문해교육’을 아시나요?”

안양시민대학교 최유경 교장 “삶의 희망 되돌려주는 ‘문해교육’을 아시나요?”

by 안양교차로 2013.07.15

흔히 ‘한글 교실’로 불리는 문해(문자해득) 교육기관은 전국에 많지 않다. 어린 시절 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한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글과 영어를 가르쳐주는 곳이다. 야학과는 달리 검정고시가 아닌 순수한 배움이 목적인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있으며 경기도에서는 안양시민대학이 최초로 설립됐다. 최유경 교장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문맹률이 높다”며 “한글을 모르는 이들에게 생애의 빛을 비춰주는 보람을 갖고 일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최초의 문해교육기관 열다
흔히 말하는 ‘문화예술교육’과 달리 문해교육은 한글을 모르는 이들을 위한 언어 교육이다. 40~50대 주부들을 중심으로 한 중?장년층 중 의무교육을 받지 못한 이들이 알음알음 찾아오는 곳이 문해교육기관이다. 경기도에는 현재 약 30군데 문해교육기관이 있는데 안양시민대학은 경기도 최초의 문해교육기관으로 올해 16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현재는 15명의 학생들이 공부 중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초등학교를 졸업 못한 분들이 약 400만 명 정도고, 중학 교과과정을 받지 못한 분들이 600만 명이나 된다고 해요.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문맹률이 굉장히 높은 것이죠.”
최유경 교장은 2005년부터 안양시민대학교장으로 일하고 있다. 문해교육협회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던 중 현장 일을 배우기 위해 뛰어들었다. 문해교육의 필요성을 모르는 이들에게 그는 “글을 모른다는 것은 문자를 모른다는 것 이상으로 삶의 많은 부분을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골에 있는 할머니는 ‘밀가루’와 ‘농약’이라는 글자를 모르니까 생활이 얼마나 불편할까요? 글자를 모르니까 버스를 탈 수도, 은행에 갈 수도 없어요. 글을 모르는 사람들은 단순히 답답하다, 힘들다는 차원을 넘어서 생활의 절박함에 대한 문제를 갖고 있어요.”
1년 공부하면 학력인증도 가능해
현재 안양시민대학을 찾아오는 교육생들은 타 지역에서 오는 이들도 많다. 자신이 한글을 모른다는 게 알려지기 싫거나 지역에서 활동하는 자녀들에게 폐를 끼치기 싫은 마음에 서울과 수원 등 주변 지역에서 찾아온다고. 1호선 안양역에서 가까워 접근성이 좋은 것도 장점이다.
“난생 처음 선생님이 생겼다고 좋아하는 분들이 계세요. 어릴 때는 가난해도 공부를 하고 싶어서 매를 맞고 컸던 분들이기 때문에 작은 것 하나도 배우는 기쁨이 크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시죠. 한글을 배워보니 길에서 온통 접하는 게 글자고, 세상이 글자로 이뤄져 있다는 걸 알게 되신 거예요. 딸이 찾아오지 않아도 혼자서 은행에 갈 수 있다는 것만 해도 그 분들에게는 기적 같은 일이에요.”
늦깎이 학생이 되었지만 배움이 늘 녹록지만은 않다. ‘가나다라’부터 시작해 한글을 완전히 떼는 데 약 2~3년의 교육 기간이 필요하다. 검정고시를 볼 수는 없지만 지난해부터 문해교육이 학력인정프로그램에 포함돼 학교에서 1년 동안 공부를 하면 검정고시와 동등한 학력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경기도에서는 안양시민대학이 최초다. 최유경 교장은 “초등과정을 이수한 분들이 중학과정을 계속해서 배우기를 원하기 때문에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걸 느낀다”며 “어르신들이 반복해서 배우고, 배우는 속도가 더뎌도 그만큼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삶에서 소중한 가치를 더불어 나누는 일
김신일 전 교육부 장관이 “문해교사는 애국교사”라고 했을 만큼 문해교육 교사들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다. 대다수가 자원봉사자로 이뤄진 문해교육 교사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더불어 나누고자 하는 삶의 보람된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다.
최유경 교장도 노인복지에 관심을 갖던 중 농촌 여성의 90%가 문맹이라는 사실을 알고 문해교육에 뛰어들었다. 그는 “젊은 시절에는 운동을 했고 앞으로 삶을 살면서 나의 재능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며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가치 있는 삶을 더불어 사는 것이라고 믿었기에 시작한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안양시민대학에는 최유경 교장과 함께 일하는 2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별도의 강사료도 받지 않고 봉사로 헌신하는 이들은 대부분 고학력 주부들. 한글을 가르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음에도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와서 봉사하는 이들이 있기에 대학이 운영될 수 있다. 하지만 짧게 활동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1년 이상 장기 봉사할 이들의 도움이 늘 필요하다. 현재 2013년도 문해교육 교사로 일할 봉사자들을 모집 중이다.
최유경 교장은 “다른 사람을 뜨거운 가슴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며 “한글과 봉사를 사랑하는 이들의 많은 지원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의: 031-444-7811)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