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의왕 모범운전자회 김북철 씨 “운전자의 마음을 아는 교통봉사 들어보셨어요?”

의왕 모범운전자회 김북철 씨 “운전자의 마음을 아는 교통봉사 들어보셨어요?”

by 안양교차로 2013.07.15

매일 아침 출근길에 꽉 막힌 교통체증을 풀어주고, 차량통제를 도와주는 봉사자들이 있다. 시민들은 얼핏 경찰처럼 보지만, 실은 경찰들을 도와주는 각 지자체 모범운전자회 봉사자들이다. 김북철 씨는 올해로 12년째 의왕 모범운전자회에서 활동하는 버스기사다. 피곤한 새벽 근무를 마치고 쪽잠을 잔 뒤 하루도 빠짐없이 교통봉사를 하러 나가는 그에게 들어보는 행복한 봉사 이야기
의왕시 교통혼잡 구역의 해결사
“가끔 저희에게 ‘경찰도 아닌데 무슨 권리로 교통정리를 하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교통법규에는 필요한 경우에 교통신호기보다 모범운전자회의 수신호를 우선으로 따르게 돼 있습니다. 저희가 판단하기에 과도한 끼어들기나 신호위반, 차량 꼬리 물기 같은 행위를 사법권을 갖고 경찰서에 보고할 수도 있고요.”
모범운전사회 봉사자들은 각 지자체마다 경찰관의 교통정리를 보조하는 역할을 맡는다. 차량 흐름을 통제하고, 신호위반으로 다른 운전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차량을 적발하는 일이다. 의왕시에서는 현재 운전직으로 근무하는 50명의 봉사자들이 고천사거리와 기업은행 사거리, 나자로마을 등 거점지역에서 차량통제를 하고 있다.
매일 아침 출근 시간, 직업병이 있을 법도 한데 제복을 입고 도로로 봉사를 나가는 심정은 어떨까? “운전직으로 일하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여러 가지 이득이 있고 즐겁습니다. 택시, 마을버스, 관광버스 등 제각각 분야는 다르지만 다 똑같은 운전자들이니까요. 물론 평소에 운전을 하다가 새벽 시간을 쪼개 봉사를 하는 것이 힘들지만, 투철한 봉사정신을 갖고 일하면 보람이 더욱 커요.” 의왕은 다른 자치구에 비해 도로가 작기 때문에 봉사인원도 작은 편이다. 13년 버스 운전경력을 가진 김북철 씨는 지난 2000년까지 안양시 모범운전자회에서 일하다가 의왕시 지회로 건너오게 됐다. 벌써 봉사연수가 12년차가 됐다.
“운전이 직업이 될 줄은 몰랐죠”
“사실 사법권이 있어도 실제 경찰서에 보고하는 사례는 극히 드뭅니다. 간혹 운전자끼리 싸움이 나거나 다른 차량 통행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교통흐름을 유지하는 것에 최우선을 두죠. 일단 제가 운전하는 입장이다 보니 다른 운전자의 마음을 잘 아니까요.”
봉사라고 하지만 생전 얼굴도 못 본 사람한테 욕을 먹거나, 시비를 가리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터. 요즘은 도로마다 CCTV가 설치돼 자료로 판명이 나는데도 굳이 현장을 시끄럽게 만드는 사람들이 간혹 있단다.
“대부분 신호위반을 정말 많이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운전을 생계수단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까 저희와 같은 동종업계 사람들이죠. 물론 법적 기준을 위반한 게 명백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법적인 잣대를 들이대면 아마 대다수가 걸려들 거예요. 융통성이라는 게 있죠.”
김북철 씨는 운전 경력만 30년이 넘는다. 젊은 시절엔 생계를 위해 안 해본 일이 없다. 덤프트럭도 몰아봤고, 장사도 해봤지만 운전이 천직이란 생각은 안 든다고.
“운전이 직업이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죠. 13년 전 버스기사 월급이 80만원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죠. 버스기사 임금도 고임금에 속하잖아요. 복지도 잘 돼 있고.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그냥 하루하루 사는 거죠.”
봉사자들 없이 안 되는 일 많아
교통봉사에 ‘은밀한 대가’ 같은 건 전혀 없다. 자비로 유니폼을 사 입고 활동비는 전액 본인 부담이다. 그래도 동료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봉사 자체에 만족을 느끼기 때문에 활동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란다. 한 마디로 자기 즐거움을 위해 봉사를 한다는 것.
“봉사를 하고 난 뒤에 이미지가 참 좋아졌죠. 모범운전자회에서 있으니 평소에도 신호위반 같은 것 함부로 못하고 운전할 때 더 조심하게 되죠. 그렇다고 직장에서 모범운전자라고 딱지라도 붙여주느냐 하면 그렇진 않아요. 그냥 나중에 무사고로 들어가면 정년퇴직 후에 작은 개인택시나 받으면 모를까(웃음).”처음에는 그의 아내가 반대를 많이 했다. 새벽에 퇴근하는 사람이 3~4시간 자고 ‘돈도 안 나오는’ 봉사를 간다니 노발대발이었다. 지금은 이해를 하고 적극 밀어주는 편이라고. 김북철 씨는 “모범운전자는 경찰 도우미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시민을 위해 일하는 봉사자”라며 “모범운전자회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도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북철 씨는 마지막으로 도로에서 사고가 났을 때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도 일러줬다. 사고가 났다고 무조건 경찰에 신고하지 말고, 잘못한 당사자가 보험처리를 하자고 하면 적극 응할 것. 자기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경찰을 부르면 요새는 쌍방과실로 인정된단다.
“봉사하면서 사는 삶이 값지다는 걸 나이가 드니까 알겠습니다. 우리 동네만 보더라도 봉사자들 없이는 안 되는 일이 너무 많더라고요. 이 기사를 보시는 분들도 저처럼 봉사에 작게나마 동참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삶이 한층 더 풍요로워질 겁니다.”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