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의왕 햇빛봉사회 임봉자 회장 “20년째 맨몸으로 봉사한 이유요? 삶에 감사하니까”

의왕 햇빛봉사회 임봉자 회장 “20년째 맨몸으로 봉사한 이유요? 삶에 감사하니까”

by 안양교차로 2013.07.15

임봉자 회장은 봉사를 열심히 한 덕분에 여러 언론에 인터뷰를 한 경험이 있는 유명 인사다. 집에는 곳곳마다 봉사상이 보이고, 달력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빽빽한 봉사일정으로 가득 찬 그는 선거 시즌 정치인보다 더 바쁜 사람이었다. 일흔이 넘는 나이에 온몸 중 안 아픈 곳이 없지만 20년 넘게 봉사를 하면서 한 번도 “왜?”라는 질문을 해본 적이 없다.
봉사에 인생을 걸었다?
“그냥 하는 거지, 뭐.” 임봉자 회장은 오랫동안 쉼 없이 봉사를 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시간과 여력이 쌓였다. 지금은 봉사가 생활이고, 봉사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게 된 임봉자 회장. 의왕 노인복지시설인 에덴의 집 목욕, 빨래 봉사를 비롯해 사랑과 평화의 집 목욕 및 세탁봉사, 내손동 체육센터 봉사, 장애인 재활작업장 무료급식 봉사로 사랑을 실천해온 그는 지난 2002년 의왕시민대상 사회봉사부문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경북 상주 출신인 임봉자 회장은 1960년대 중반에 의왕에 정착, 30년을 넘게 살아온 의왕 토박이다. 양복집을 운영하면서 두 남매를 키우다가 1988년부터 부곡동 새마을부녀회에 가입하면서 봉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요즘은 고층 아파트들이 많지만 그때만 해도 의왕이 거의 시골이었죠. 도와줘야 할 곳은 많은데 사람은 적고, 그러니까 내가 일당백으로 막 뛰어다녔지, 뭐(웃음).”
차도 없이 맨몸으로 뛰어들어 한 달에 10여 군데에서 봉사를 하는 그를 보고 주변에서는 “봉사에 인생을 걸었다”는 말도 했지만, 임봉자 회장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결혼하고 출가한 자식들 빼고 삶에서 남는 것은 가정을 평온하게 지키는 것과 내 이웃을 위해서 헌신하는 삶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수더분하고 털털한 말투 속에 묻어나는 온기에서 봉사를 향한 임봉자 회장의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었다.
봉사도 코스요리처럼 즐겨야
임봉자 회장은 1996년부터 노인복지시설인 ‘사랑의 집’을 찾아가 독거노인들을 위로하고 매달 생필품을 전달했다. 알뜰매장을 열어 번 돈으로 독거노인과 결식아동을 돕기도 했다. 의왕시 ‘에덴의 집’에는 매달 한 번씩 들러 노인들을 목욕시키고 음식을 대접한다. 예전 농번기 때는 관내 일손이 부족한 곳을 찾아가 모심기와 벼 베기도 거들었다고 하니, 그의 활동범위가 얼마나 넓은지 짐작할 수 있다.
“일 할 곳이 천지죠, 뭐. 사람이 없으니까 못하지. 요새 돈 안 주는 곳에 누가 일 하려고 해요? 하지만 수고비는 없어도 보람이 크니까 그 마음 하나 보고 가는 거죠. 아직도 제 손길이 필요한 곳이 참 많아요.”
임봉자 회장의 말을 들어보면 봉사를 ‘코스요리’처럼 즐기는 삶의 태도가 묻어난다. 김장 담그기부터 재활용 비누 만들어 팔기 같은, 웬만한 사람들이 소일거리 삼는 것들도 그에겐 모두 봉사 재료가 된다. 그에게 일 년 중 휴일이 따로 없다. 명절에도 의왕시 재활용센터에서 쓰레기 재활용으로 모은 돈을 수해를 입은 지자체에 전달하는 일을 한다. 20만 원, 50만 원… 어떻게 보면 큰돈이 아닐 수 있지만, ‘무(無)’에서 ‘유(有)’로 그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니 참 신기할 따름.
“봉사는 품앗이 같은 것”
“이 나이쯤 되니까 몸이 성한 데가 없네요. 매일 무릎이 아프고 몸 곳곳이 쑤셔도 나는 활동하는 게 덜 아파요. 그냥 가만히 집에 있는 성격이 못 돼요.”
성격과 뜻이 맞는 사람들과 2003년 의왕 햇빛봉사회라는 봉사단체를 만들었다. 원래는 회장을 안 하려고 극구 사양했는데, 의왕시 복지 담당 공무원의 권유로 봉사단을 이끈 게 벌써 9년째. 그는 “상을 많이 받고 인터뷰도 많이 했지만 내가 잘해서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누가 관심을 갖든, 그렇지 않든 일은 일이고 나는 그냥 내 할 일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제 달력 좀 보세요. 하루도 편할 날이 없어요. 예전에는 누가 저더러 ‘뭘 기대하고 그런 거 하는 거 아니냐’고 했는데 요즘은 다들 조용히 지켜만 봐요. 제 진심을 알아주는 거죠.”
그의 관심사는 어르신에서 아이들까지 다양하다. 9년째 김을 팔아 관내 중학교에 있는 학생들에게 점심값을 지원해준 것도 그 때문. 지난해에는 무료급식이 실시되면서 그 돈을 독거노인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산이 많은 동네에 5층 집에 할머니가 세 들어 사는데, 보일러가 고장 나도 집 주인이 고쳐주지 않는대요. 참 기가 막힌 일이죠. 가봤더니 추운 겨울에 혼자 덜덜 떨고 계시더라고. 제가 바로 25만 원 들여서 보일러 바꿔 드렸어요. 도배까지 싹 해주고 나니까 할머니 눈에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임봉자 회장은 “봉사는 누가 알아줘서 하는 게 아니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온 지난 삶에 대한 감사”라면서 “나도 곧 몸을 쓰지 못할 만큼 늙을 텐데, 그때는 나와 같은 봉사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봉사는 품앗이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