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일 년 중 하루 매출 1천만 원 기부” [여자수산 박경애 사장]

“일 년 중 하루 매출 1천만 원 기부” [여자수산 박경애 사장]

by 안양교차로 2013.07.15

안양에서 횟집하면 ‘여자수산’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좋은 식재료에 착한 가격, 다양한 스끼다시를 무한 리필해주는 푸짐함에 평일에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넉넉한 손맛의 주인공인 박경애 사장이 안양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봉사자라는 사실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넉넉한 마음을 나누는 것뿐인데 봉사로 봐주어 감사하다”고 말하는 박경애 사장의 감동적인 봉사 이야기를 들어보자.

평범한 주부에서 횟집으로 ‘대박’ 내기까지
횟집을 창업하기 전까지 그는 평범한 주부였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월급쟁이 외벌이 남편만 보고 살다가, 2003년 12월 과감하게 횟집 창업을 선언했다. 조류독감과 광우병 파동으로 횟집에 사람이 몰릴 시기, 시기적절한 타이밍을 타고 박경애 사장은 “푸짐한 횟집”이라는 컨셉을 내세워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서울의 한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횟집을 벤치마킹했죠. 가보니까 스끼다시를 적절하게 주고, 회는 푸짐하게 나오는데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더라고요. 이거다 싶었죠.”
스끼다시가 많은 대신 고가인 횟집과 스끼다시가 없고 밑반찬으로 채우는 저가 횟집의 딱 중간 지점을 파고든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여자수산 오픈 이후 하루 평균 400여 명의 손님들이 찾는 ‘맛집’으로 입소문 나더니 비산본점에 이어 호계점을 오픈하는 등 승승장구를 이어갔다.
“장사가 너무 잘되니까 제 마음에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건 나 혼자 다 먹고 배부르라고 하는 게 아니라 이웃과 나누라는 부처님 뜻이구나. 내가 받은 만큼 안양시민을 위해 환원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죠.”
안양보육원을 포함해 관내 보육원 아이들을 연말에 초대해 회를 배불리 먹여주는 행사를 벌인 게 시초였다. 주민센터를 통해 관내 힘들고 어려운 어르신들을 찾아서 한 달에 두 번씩 식사초대를 했다. 31개동 독거 어르신들 중 여자수산에서 식사 대접을 못 받은 어르신이 없을 정도라고.
올해로 3회째 난치병아동돕기 매출 기부 행사 벌여
“이것도 하다보니까 나름 보는 눈이 생기더라고요. 보육원 아이들이나 노인정에서 오시는 분들보다 더 어려운 분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안양에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대부분 편모나 편부 슬하에서 자라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차상위계층 가정이었다. 가정불화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당하는 난치병 아동들을 보며 “이게 바로 내가 할 일”이라는 결심이 섰다고.
2007년도부터 매년 난치병 아동 돕기 후원을 하고 있는 박경애 사장은 2010년 가을 아주 큰 결심을 하게 된다. 일 년 중 가장 매출이 좋은 날, 가을 전어가 물이 오를 때인 10월 둘째 주 토요일에 비산본점에서 ‘난치병돕기 후원의 날’ 행사를 열기로 한 것. 매장을 찾은 고객들에게 행사 취지를 설명하고 후원 신청을 받은 뒤, 그날 하루 올린 매출을 전부 기부한다는 계획이었다.
“보통 가장 매출이 잘 나올 때가 하루 800만 원이거든요. 근데 그날은 주차장에 천막 치고 테이블을 깔아서 손님을 더 받기로 했어요. 제 느낌에는 1천만 원을 올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신기한 게 홍보도 따로 하지 않았는데, 손님이 물밀듯이 넘쳐서 딱 1천만 원의 매출이 난 거예요. 그 돈요? 다 기부했죠(웃음).”
“돈 얼마나 많이 벌었느냐보다 어떻게 쓰는지가 중요”
난치병아동돕기운동본부에 박경애 이름으로 1004만 원을 입금한 날, 문경식 대표가 전화로 농담을 했다. “사장님, 이거 4만 원은 실수로 더 넣으신 거죠?” 박경애 사장은 “우리 모두 천사가 되자는 뜻으로 넣었다”며 기부의 뜻을 밝혔다고. 그렇게 기부한 돈은 난치병돕기운동본부가 입주한 건물의 전세자금의 일부로 쓰였다. 이렇게 뜻 깊은 행사를 연 게 올해로 3회째인데 매년 1000만 원 매출 목표를 넘었단다. 기적 같은 일이다.
“처음엔 제가 기부를 한다는 걸 알리는 걸 꺼려했어요. 제 자랑 같아서요. 근데 요즘 생각이 바뀐 게 좋은 일은 계속 알려야 동참하는 사람이 생기더라고요. 얼마 전에도 제가 일 년 중 하루 이런 행사를 연다는 걸 아신 어떤 사장님이 같이 해보고 싶다고 연락을 해오셨어요. 봉사하는 건 무조건 알려서 동지를 만들어야 해요.”
매출이 많다고 선뜻 이런 기부를 할 수 있는 건 아닐 터. 웬만한 횟집 테이블 1회전 할 때 나오는 매출이 3회전은 되어야 확보될 만큼 ‘박리다매’지만, 박경애 사장은 돈이 아깝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음식점 기부 행사의 선배로서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봉사에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손님이 더 많아질수록 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고 강조했다.
“봉사를 하고 나면 내 삶이 더 행복해지더라고요. 이렇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남을 도울 수 있는 삶이 무척 뿌듯하죠. 어쩌면 매출의 일부를 기부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일지 몰라요. 봉사의 방법과 종류는 여러 가지라고 생각해요. 돈 짊어지고 죽을 거 아니잖아요. 얼마나 많이 벌었느냐보다 어떻게 쓰고 가는지가 삶의 가치를 재는 척도가 아닐까요?”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