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난치병아동돕기운동본부 희망세움터 문경식 대표 “난치병아동돕기, 안양시 최초가 아니라 전국 최초”

난치병아동돕기운동본부 희망세움터 문경식 대표 “난치병아동돕기, 안양시 최초가 아니라 전국 최초”

by 안양교차로 2013.07.15

안양시 동안구에는 난치병 아동들의 치료비 지원과 학습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는 희망세움터가 있다. 문경식 대표가 지난 98년 지역아동센터인 한무리나눔의 집을 통해 시작한 일이 주변의 힘이 모아져 지난해 난치병아동돕기운동본부로 안양에 둥지를 틀었다. 그동안 약 6억 원에 달하는 치료비 지원을 통해 난치병 아동들을 도와온 문경식 대표는 “아동센터 교사에서 난치병아동돕기운동이라는 시민사회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며 “지역 사회의 힘을 모아 보람 있는 일을 하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안양에 난치병 아동들 몇 명이나 있는지 아세요?
문경식 대표가 98년 난치병아동을 돕는 치료비 지원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국내에서 난치병 아동에 대한 지원활동이 많지 않았다. 당시 지인을 통해 난치병아동을 돕는 일을 시작한 문 대표는 안양과 과천, 군포, 의왕 등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약 16명의 난치병 아동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현재는 이 숫자가 약 140명까지 늘어난 상태다.
“처음에는 방법이 없어서 치료비랑 생계비를 모아보자고 모금운동을 했습니다. 생각지도 않게 많은 분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주셔서 그 당시 약 7천만 원이라는 큰돈을 모을 수 있었죠.”
그는 1인당 약 50만원에서 400만원까지 치료비 지원을 해주는 사업을 벌여 왔다. 매년 난치병 아동 조사를 하고, 치료비를 지원한다는 소식에 전국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난치병을 앓는 아이들 중 일부는 가정해체가 된 경우나, 부모의 사업이 실패해 치료비를 마련할 수 없는 절박한 경우가 대다수. 희망세움터를 통해 치료비 지원을 받고 수술 후 완치된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난치병 아동에 대한 정부의 치료비 지원과 관련 법안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백혈병은 원래 난치병으로 분류가 되는데 요즘은 완치가 됩니다. 의학기술이 참 많이 좋아진 거죠. 예전 황우석 박사가 줄기세포 연구한다고 했을 때 센터에 전화가 엄청 많이 걸려 왔어요. 이제 우리 아이 고칠 수 있게 됐다고(웃음). 결국 여러 시민들의 힘이 보태져야만 난치병 아동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희망세움터 운영 가능
치료비와 생활비 지원 위주로 활동을 벌이던 희망세움터는 “난치병 아동의 삶에 관심을 갖자”는 취지로 2008년 공부방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당시 2년짜리 프로젝트 공모안이 당선돼 인테리어비 등을 지원받고 모금을 통해 약 8천만 원의 공부방 설립 비용을 모았다.
“난치병 아동들은 일반 학생들처럼 공부만 하는 지역아동센터가 아니라,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재활과 심리치료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지난해 6월에는 센터 내에 치료공간을 따로 만들었죠. 매년 음악회를 통해 난치병 아동들의 치료비 모금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문 대표와 교사들을 포함해 총 6명이 희망세움터를 이끌고 있다. 아직 정식으로 사단법인 허가를 받지 못한 상황이지만, 조만간 회칙이 만들어지고 설립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초창기엔 인건비를 아끼려고 제가 받는 월급으로 교사를 채용한 적도 있죠. 대학생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여기까지 왔지만, 아직까지 돈과 인력이 많이 필요한 게 사실입니다.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이 없다면 희망세움터가 돌아가지 않아요. ‘칭찬릴레이’를 통해 많은 분들이 봉사 지원을 해주시면 좋겠네요.”
“협력하는 ‘우리’의 가치, 봉사로 되찾아야”
문 대표는 소위 ‘운동권’ 출신이다.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병원 등에서 일을 하다가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일을 해보자’며 한무리나눔의 집에 들어갔다. 10년 전 아동보조교사로 일을 할 때는 초봉 55만 원을 받고 일했다.
“‘30대가 가기 전에 해야 할 일’ 같은 책을 읽으면서 돈 많이 버는 일보다는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낮에 공부방 일을 봐주고 밤늦게까지 공장에서 일을 하는 ‘투잡’을 했습니다. 집사람한테 일을 한다고 허락은 받았지만 양심상 한 달에 100만 원은 맞춰줘야겠더라고요(웃음).”
고된 공장 일을 견디지 못하고 공부방 상임 직원으로 일하게 되면서 그는 본격적으로 난치병아동돕기 활동을 시작했다. 교회 목사님을 통해 제안 받은 일이었는데, 당시 국내에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아 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사무국장으로 일하며 가외로 사업을 준비하다가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예전에 저희 세대가 자랄 때는 ‘상부상조’라는 지역 공동체 정신이 있었어요. 품앗이를 하면서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다시 도와주는 선순환 구조가 자연스럽게 봉사로 연결되었죠. 우리 사회가 좀 더 따듯해지려면 예전의 그 상부상조 정신을 다시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희망세움터는 안양 중앙시장에서 야채가게를 운영하며 매달 쌈짓돈으로 3만 원씩 후원하는 할머니부터, 돼지저금통에 모은 동전을 기부하는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이들의 후원으로 운영된다. 문경식 대표는 “사람들은 너무 ‘우리 집’ ‘우리 차’처럼 ‘우리’라는 말을 강조하면서 산다”며 “자원봉사를 통해 내 가족과 친구만 생각하는 ‘우리’가 아니라 서로 협력하고 연대하는 ‘우리’의 가치를 발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