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태사모 예술단 김현숙 씨 “주부 우울증 치료하는 태평소 가락 들어보실래요?”

태사모 예술단 김현숙 씨 “주부 우울증 치료하는 태평소 가락 들어보실래요?”

by 안양교차로 2013.07.15

태사모 예술단은 태평소를 취미로 하고 있는 단원들이 모인 국악 단체다. 안양시 평생학습원의 후원 아래 2년 연속 우수평생학습동아리로 선정돼 활동하며 매년 정기발표회를 통해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처음에는 태평소반으로 시작한 태사모는 취타대반, 피리반, 태평소합주반 등과 국악 실내악단반으로 규모를 점차 넓히고 있다. 김현숙 씨는 “태사모는 안양문화원이 주최한 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취타대 연주와 태평소 합주로 대상을 받은 실력 있는 동아리”라며 “악기를 통해 봉사할 수 있다는 점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소극적 성품 바꿔준 ‘태평소의 힘’
2004년 창단한 태사모는 우리의 소리를 찾기 위해 평소 태평소에 관심 있는 이들이 모여 결성되었다. 2005년 첫 공연을 시작으로 각종 대회는 물론, 인근 지역에서 공연 초청을 받을 정도로 전문가 실력을 인정받았다. 올해 들어서는 인천시 동구 화도진축제, 부처님 오신날 서울 연등축제, 제31회 안양단오제 등을 통해 취타대 행진 및 공연을 벌였다.
“처음에는 사물놀이를 취미로 하다가 점점 국악의 매력에 빠져 태평소까지 배우게 되었어요. 태평소는 단독으로 연주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소리가 아름답죠. 이 작은 악기 값만도 20만 원이 넘어요(웃음). 생각지도 않게 공연을 통해 봉사까지 하다 보니 배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죠.”
김현숙 씨가 처음 봉사를 접한 것은 90년대 중반, 청소년선도위원으로 활동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후 부녀회 활동과 범죄예방활동 등에 참여하면서 봉사의 폭을 넓혔다. 원래 남들 앞에 잘 나서지 않은 성격이었는데, 봉사를 하면서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으로 변했다는 그.
“노인복지회관에서 어르신들을 만나면 저도 모르게 살가운 태도로 보살펴 드리게 되더라고요. 어떤 봉사든 마찬가지겠지만, 내 가족처럼 상대방을 아껴주면 저절로 성격이 밝아지게 되는 것 같아요.”
봉사는 사람들을 모아서 좋은 일 하는 것
태평소를 연습하고 봉사를 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태사모는 물질적인 어려움과 단원의 정착 과정을 거쳐 조금씩 자리를 잡았다. 실력 있는 지도자를 통해 기량을 연마하고, 여러 곳에서 공연할 수 있기까지는 김현숙 씨의 숨은 공이 컸다.
“태사모 공연은 단순히 우리가 배운 연주 실력을 선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에요. 나라와 겨레의 의미를 되짚고, 안양지역의 국악 저변 확대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더 강하죠. 부족하지만 정기발표회를 통해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이유도 국악과 안양시에 대한 사랑 때문입니다.”
그는 현재 한국자유총연맹 안양시지회 총무로 일하고 있기도 하다. 관내에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행사나 기관에 봉사를 다니며, 일주일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나간다. 워낙 둥글둥글한 성격이라 다른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고, 봉사자들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것은 그만이 가장 장점이다.
“사람들을 모아서 좋은 일을 하는 게 봉사라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좋은 사람, 닮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 하잖아요. 저는 제 또래 주부들의 관심사가 무얼까 끊임없이 고민해요. 그렇게 공통의 화제를 찾고 친해진 다음 봉사를 권유하죠.”
관내에서 평소 친분 있는 이들과 모임을 결성, 매달 정기적으로 노래방에서 강사를 초빙해 노래교실을 여는 것도 독특한 부분이다. 김현숙 씨는 “노래교실에서 친해진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봉사를 다닌다”며 “봉사는 내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봉사하며 우울증 치료된 주부 많아
태사모 예술단은 지난 6월 30일 안양시 평생학습원에서 올해의 정기발표회를 열었다. 한바탕 신명 나는 공연을 펼치며 단원과 청중이 하나가 되는 것은, 태평소로 연주하는 국악의 매력이기도 하다. 김현숙 씨는 태평소의 가장 큰 매력으로 “주부들의 우울증을 치료해주는 점”을 꼽았다.
“요새 중년 여성들 보면 자녀들 출가시키고 혼자서 집에 있으면서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동안 집에서 살림만 하다가 정작 자기 역할이 없어지니까 슬픔이 닥치는 거죠. 그럴 때 국악을 배우면 삶의 기쁨이 회복되고, 하루하루를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요.”
김현숙 씨는 특히 “봉사를 하면 우울증이 한 번에 치료된다”고 말했다. 남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할 때 우리 뇌에서도 몰핀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치료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얘기다. 그는 “친구들과 놀러 다니거나 집에 혼자 우두커니 있던 사람이 봉사를 하고 나서 삶의 활력소를 회복한 경우를 많이 본다”며 “사회를 위해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병에서 회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봉사는 용기라고 생각해요. 막연한 두려움이나 불편함 때문에 주저하지 마시고 일단 함께 참여해보면 그 맛을 알 수 있을 거예요. 태평소를 무료로 배우며 봉사하고 싶은 분들은 안양교차로에 연락주시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