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옛소리 민요봉사단 안순남 원장 “봉사할 때 제 목청은 황금처럼 빛나요”

옛소리 민요봉사단 안순남 원장 “봉사할 때 제 목청은 황금처럼 빛나요”

by 안양교차로 2013.07.15

안순남 원장은 전북 남원 출신이다. 88년도에 안양에 올라와서 경기민요를 배웠다. 어릴 때는 동네에서 알아주는 절창이었다고 했는데, 집안의 반대로 재능을 잠재워야 했다. 결혼 후 시들었던 꿈은 아이들이 크고 난 뒤부터 조금씩 다시 싹이 돋기 시작했다. 취미로 어렵게 시작한 경기민요로 강사 자격증을 취득한 요즘엔 봉사로 신바람 나는 인생을 살고 있다.
민요 배워서 뭐하냐고요? 당연히 봉사해야죠
“그거 배워서 어디다 쓸 거냐”고 주변에서는 하나 같이 말렸다. 민요를 좋아하긴 했지만 취미로 배워서 내 것으로 만드는 일도 결코 쉽지는 않았다. 결혼 후 민요를 배우려는 안순남 원장에게 남편은 “집안일에만 충실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렇게 마음을 참고 산 세월이 흘러가고, 앞으로는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고.
“보통 민요는 취미로 시작해서 취미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강사 자격증까지 땄다고 하면 주변에서는 신기한 눈으로 보죠. 정말 좋아하니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나를 알리기 전에 경기민요를 통해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죠.”
그는 시작부터 봉사의 마음이었다. 스승에게 사사를 받으면서도 몰래 혼자서 공연 봉사를 다닐 만큼, 자신이 왜 민요를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뚜렷했던 것. 불의를 못 참고, 어려운 사람 보면 곧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은 봉사를 이끈 동기다. 강사 자격증을 딴 뒤부터 혼자서 노인 회갑잔치나 칠순잔치 등에 봉사를 다녔다. 돈을 받고 민요를 부르는 게 아니라, 가수들 틈에 끼어서 한 곡 불러주는 것이다.
“어머님 아버님을 존경하는 마음이 없으면 봉사 못 하죠. 늙고 병들었지만, 내 엄마 아버지 같은 마음이 있으니까 진심이 우러나오는 것 같아요. 어르신들은 옛 소리를 좋아하시니까, 민요 봉사 갈 때마다 마음이 뿌듯해요.”
웃음치료와 함께하니 더욱 신명나는 봉사
사실 봉사는 혼자서 하기 힘든 분야다. 특히 민요 공연은 혼자서 부르기보다 여럿이 구성지게 불러야 흥이 돋는 법. 안순남 원장은 기지를 발휘해 의왕시 오전동에서 민요에 관심 있는 주부들을 불러다가 강의를 하기 시작했다. 회원들이 민요 봉사를 목적으로 의기투합해 봉사단체도 만들었다. ‘옛소리’는 의왕시립병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공연 봉사를 하고 있다.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어르신들이 모여서 저희 공연을 신명나게 즐기죠. 옛날 분들이시다 보니 민요에 대한 갈망이 있어요. 저희도 같이 공연하면서 울고 웃고, 세상에 있는 어떤 작은 음악회보다도 감동적이고 훈훈한 무대가 만들어지는 거죠.”
2년 전부터는 현남수 선생이 이끄는 웃음치료 봉사단과도 함께 활동하고 있다. 우연히 현 선생이 운영하는 식당에 들렀다가 벽에 붙은 봉사사진을 보고 동참하게 됐다고. 2시간 공연 도중 보는 이의 흥을 돋우는 경기민요 덕분에 웃음치료 봉사는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안양시립병원, 평화의 집 등 불러주는 곳이 많다보니 지금은 주간 스케줄이 빼곡하게 가득 차 있다.
“봉사도 결국 맥은 서로 통하는 것 같아요. 웃음치료 봉사자들과 함께 다니면서 저도 웃음치료를 배우고, 제가 민요를 부를 때는 다른 분들이 흥을 돋워주니까요. 오히려 저는 배우는 점이 너무 많아요. 우리가 봉사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봉사에 프로인 분들과 있으니까 개인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봉사할 수 있는 지금이 내 인생의 황금기”
안순남 원장의 인생은 봉사 전후로 나뉜다. 집에만 있던 평범한 주부에서 민요 강사로 활약하며 삶의 기쁨도 되찾았다는 그. 목감기가 잔뜩 들었어도 무대에서 절창을 하게 만드는 힘은 마음을 울리는 소리에 대한 갈증이다.
“듣는 분들이 저를 믿어주고 ‘정말 노래를 잘한다’는 말을 해줬을 때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몰라요. 저는 제 성대가 평생 금처럼 녹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무대에 올라 노래할 때가 가장 행복하니까요.”
자녀 둘을 다 키우고 남편의 뒷바라지도 어느 정도 끝낸 지금이 그의 인생에서는 황금기다.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어 남에게 선뜻 베풀지는 못해도, 건강한 몸으로 봉사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는 안순남 원장. 봉사를 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집에 콕 박혀 우울증 앓지 말고 밖으로 나오라”고 제안한다.
“봉사를 안 해본 사람은 저를 이해 못 할 거예요. 쓸데없이 무슨 봉사냐고 하는 분들도 있죠. 그런데 남을 위해 뭔가를 해줄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기쁨이에요. 사람은 누구나 다 재능 한 가지씩은 있잖아요. 그 재능을 살려서 봉사를 하면, 안양시가 더 살기 좋은 곳이 되지 않을까요?”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