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문화관광해설사 이국희 씨 “삶을 정화시키는 봉사…20년 투자한 것 후회없어요”

문화관광해설사 이국희 씨 “삶을 정화시키는 봉사…20년 투자한 것 후회없어요”

by 안양교차로 2013.07.15

안양시자원봉사센터 팀장으로 일했던 이국희 씨는 ‘자원봉사 1세대’로 불린다. 봉사라는 말 자체가 흔치 않던 1988년, 서울장애인올림픽 자원봉사단으로 봉사의 첫 발을 내디딘 그는 이후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세월 동안 봉사자로서의 삶을 이어오며, 후배 봉사자들에게 모범이 되었다. “과장을 원치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써달라”며 신신당부하던 이국희 씨의 당부대로 그의 솔직한 봉사이야기를 전한다.
안양시 최초로 여성자원봉사회를 만들다
안양에는 자원봉사센터가 정식으로 통합되기 전 안양여성자원봉사회라는 조직이 있었다. 이국희 씨가 중심이 되어 조직된 봉사회는 88년 장애인올림픽 자원봉사자로 모인 이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단체. 대가 없이 순수하게 공익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 이들이 안양의 봉사정신의 뿌리를 내렸다.
“친구 따라 강남 갔다가 봉사의 매력을 처음 알았죠. 그 뒤로 38명이 자비로 돈을 걷어서 매달 일산에 있는 복지기관에 봉사활동을 다니곤 했어요. 지역의 어르신들 방문해서 말벗도 해드리고 청소도 하는 거죠. 그때는 ‘자원봉사’라는 말도 없던 시절이에요. 지금 생각하면 오로지 봉사하는 기쁨으로 했던 것 같아요.”
이후 10여 년의 세월을 봉사에 매진한 이국희 씨는 안양에 설립된 자원봉사센터에 들어가면서 다른 봉사자들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된다. 무보수 직원으로 일하던 그는 직원으로 자원봉사 관리자로 정식 채용되면서 센터 일을 시작했다. ‘필드’에서 책상 앞으로 돌아왔다고 해서 현장을 등한시하지 않았다. 이국희 팀장의 강점이라면 현장에서 발로 뛰며 봉사자들의 여건을 챙기고, 이를 곧바로 행정에 반영한다는 것. 늦은 나이의 취업이었지만 누구보다 후회 없는 11년을 일하며 안양에 봉사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일조했다.
봉사자들은 눈빛만 봐도 속마음 알아
“20년 전만 해도 가정에서 장애인인 자녀를 집밖으로 내보내지 않았어요. 다 숨겼죠. 그런데 제가 현장에 갔을 때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그보다 놀라웠던 건 장애아동을 정성껏 돌보는 복지관 직원들의 태도였다. 내 자식이라면, 대학까지 나와서 장애아동을 돌보는 일을 허락했을까. 이국희 씨는 “봉사를 다녀오면 복지관 아이들과 직원들의 얼굴이 며칠씩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국희 씨는 봉사자들을 관리하는 일과 그 자신 오랫동안 봉사를 해오면서 마음이 정화되었다고 했다. 만약 봉사에 발을 담그지 않았다면 무슨 일을 할 수 있었을까. 2010년 자원봉사센터에서 퇴직하기 전까지 그는 수많은 봉사자들과 함께 현장을 누볐다. 그동안 봉사란 우리네 삶에 있어서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 안양시가 아름다운 것은 봉사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소중한 깨달음도 얻었다.
“오랫동안 봉사하는 분들을 보면 고마운 생각이 먼저 들어요. 가족 같다고 할까. 길에서 지나가다가 만나도 한 번 꼭 말없이 안아주곤 하거든요. 봉사자들끼리는 말이 필요 없어요. 그냥 눈빛만 봐도 알거든요.”
문화관광해설사로 안양에 봉사정신 계승할 것
이국희 씨는 퇴직 이후 제2의 봉사인생을 시작했다. 지난해 5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자 문을 두드린 곳이 바로 안양문화관광 해설사 교육과정이었다. 관내 유적지를 현장답사하면서 우리 문화재의 가치와 역사를 재발견하는 문화관광 해설사를 통해 그동안 몰랐던
봉사의 또 다른 면모를 발견했다는 그.
“전 나름대로 현장을 많이 다녀봤다고 생각했는데 문화해설사를 하고 보니 제가 몰랐던 부분이 정말 많더라고요. 문화기획을 자원봉사 프로그램으로 정착시키려는 노력들이 참 인상 깊었죠. 우리가 봤을 때는 평범한 봉사활동 같지만 그 프로그램 하나를 정착시키기 위해 여러 사람들의 수고가 필요하다는 걸 누구보다 제가 잘 알잖아요.”
안양시자원봉사센터의 파도타기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이론 교육과 답사 현장시연 해설로 워크숍을 마친 뒤, 정식으로 문화관광 해설사 위촉패도 받았다. 아직 정식으로 마이크를 잡아보지는 못했지만, 청소년들의 문화재 환경정화 봉사를 이끄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안양시 최대 봉사 동호회인 ‘아름다운 동행’을 만든 주인공이기도 한 이국희 씨는 앞으로 문화관광해설사 봉사활동을 통해 오랜 시간 함께해온 자원봉사자들과 작은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의 소중한 시간과 재능을 안양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며 소통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이국희 씨의 모습은 모든 봉사자들이 닮고 싶어 하는 롤모델이 되지 않을까.
“봉사 같이 하자고 하면 의욕과 열정으로 달려와 주는 친구들. 서로 눈빛만 봐도,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봉사자들은 세월의 두께가 만들어준 인연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남은 삶을 봉사와 함께 하면서 안양에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