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올림픽 태권도장 류승원 씨 “저녁마다 비산3동 순찰 도는 태권도장 관장입니다”

올림픽 태권도장 류승원 씨 “저녁마다 비산3동 순찰 도는 태권도장 관장입니다”

by 안양교차로 2013.07.12

류승원 씨는 낮에는 태권도장 관장, 밤에는 방범대원으로 비산3동을 지키고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동네 주민들에게 받은 사랑을 청소년 선도 활동으로 보답하겠노라고 시작한 봉사는 어느 덧 14년 차에 접어들었다. 삼호뉴타운 아파트 인근 공원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자율방범초소는 류승원 씨가 1년 365일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태권도장에 보내주신 사랑, 봉사로 보답해야죠”
27년 동안 태권도 관장을 하면서 그는 수많은 아이들을 만났다. 단순히 운동을 가르치고, 관장으로서 체력을 길러주는 게 관장이 해야 할 몫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바른 길로 이끌어줄 수 있을지, 또 지역 사회를 위한 공헌활동을 함께 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자율방범대를 알게 됐다.
“방범 활동은 동네의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를 관리하고 있어요. 예전에 동마다 파출소가 있을 때는 단순한 보조 역할이었는데 지구대가 통합되면서 방범대 역할이 더욱 커졌죠.”
매일 저녁 9시부터 자정까지, 그를 비롯한 24명의 대원들이 돌아가면서 동네 순찰을 한다. 동네 특성상 아파트와 빌라가 밀집된 지역이라 큰 범죄가 발생하지 않지만, 간혹 주정을 부리는 취객이나 주차 문제로 싸우는 이들을 상대하곤 한다. 곳곳의 작은 공원에서 늦은 시간까지 서성이는 아이들을 조기에 귀가시키는 것도 그의 몫이다.
“내 자식 같은 아이들이라서 선도 차원에서 타일러서 집으로 보내는데, 쉽지가 않네요. 요즘 아이들은 기성세대에 무조건 순응하는 아이들이 아니잖아요(웃음). 세태가 변한 만큼 방범 활동의 모습도 강압적인 훈방보다는 조용하게 권유하는 방법으로 변하고 있어요.”
취객 싸움 말리면…‘당신이 뭔데 끼어드냐?’
그는 안양시와 인연이 깊다. 서울에 살던 중 안양에 태권도장을 차리면서 정착한 뒤로는 줄곧 자유총연맹이나 바르기살기운동협의회 같은 단체에서 활동해왔다. 자율방범대는 98년 창립 당시 초기멤버로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평소 아이들에게 운동을 가르치면서 지역사회 일꾼을 길러내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던 그였기에, 청소년을 위한 방범활동에 적극 뛰어들게 된 것.
“사실 방범대원들은 몸을 던져서 헌신해도 봉사라는 틀 안에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지키기가 매우 어려워요. 이런 방범 활동을 모르거나, 부정적으로 보는 일부 시선 때문에 힘든 적도 있죠. 하지만 다들 우리 동네를 우리가 지킨다는 사명감 하나 갖고 봉사하고 있어요.”
방범대원들의 면면은 다양하다. 방범대는 일반 봉사단체와 달리 신변의 문제가 없는 이들 중에서도 검증된 이들만 위촉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이들이 대다수. 그렇다고 거창한 사람들만 모인 건 아니다. 중소기업 대표부터 식당주인, 전기시공업자 등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한가한 사람들도 아닌데 매일 자정까지 순찰을 돈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죠. 야외 활동이기 때문에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봉사가 방범활동이에요. 간혹 동네에서 싸움이 발생하면 가서 말리고 중재해주기도 하는데, ‘당신이 뭔데 끼어드냐’고 삿대질하는 주민들을 보면 당혹스럽죠. 보상은 바라지도 않지만, 주민들께서 방범대원의 노고를 좀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봉사는 지역사회 헌신하는 보람
관장이라는 위치는 아이들을 다루고 가르치는 일로써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다. 하지만 성향과 개성이 다른 방범대원들을 이끄는 것은 그보다 만만치 않은 일. 매일 저녁, 늦은 시간까지 초소에 불을 밝히며 대원들의 애로사항을 들어주는 것도 그의 역할이다.
젊은 시절에는 생계유지에 바빠 도장을 운영하면서도 봉사를 해보지 못했다는 류승원 씨. 자기 이름을 내세우거나 이해 추구가 아닌, 순수한 동네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봉사이기에 보람 하나만으로 만족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무엇보다 봉사하는 관장, 봉사하는 아버지로서 아이들과 자녀들에게 모범이 된다는 사실이 가장 뿌듯하다고.
“어떤 사람들은 돈으로 기부도 하지만 저는 생활이 넉넉한 편은 아니어서 그렇게는 못합니다. 대신 건강한 육체가 있으니 몸으로 하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죠. 제가 도장을 운영하면서 먹고 살았으니, 주민들에게 받은 만큼 돌려주겠다는 생각이 더 커요.”
류승원 씨가 생각하는 봉사는 ‘가정생활의 행복을 유지시켜주는 것’ 그리고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보람’이다. 늦은 시간 순찰을 끝내고 돌아갔을 때, 아이들이 아빠를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는 순간이 그는 가장 행복하다. 류승원 씨는 “봉사는 칭찬을 받기 위해 하는 일은 아니다”며 “칭찬릴레이 코너가 봉사자들을 격려해주고 있는 것 같아서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