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의왕신협 황순원 이사장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세요. 진짜 봉사하셨습니까?”

의왕신협 황순원 이사장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세요. 진짜 봉사하셨습니까?”

by 안양교차로 2013.07.10

‘남에게 내세우기 위한 봉사는 봉사가 아니다.’ 봉사를 오래 한 이들이 흔히 하는 겸사(謙辭
)지만, 자신을 드러내는 일을 온몸으로 거부하는 사람도 있다. 의왕신협의 황순원 이사장은 봉사에 대한 자기주관이 누구보다 뚜렷한 사람이다. 기자가 추천을 받아 찾아갔을 때도 “얘기나 듣고 가시라”며 취재를 만류했다. 새의왕로터리클럽을 통해 많은 활동을 했지만, 그는 그 흔한 사진 한 장 찍지 않았다. 황순원 이사장은 “봉사 한다고 사진도 찍고 액자도 거는 이들이 많지만 그것이 진짜 봉사인지는 하늘만 아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연히 할 일인데 상이라니…시상식 안 갔죠”
그는 신협 이사장으로서 새의왕로터리클럽을 통해 작은 도움의 손길을 보태고 있다. 이사장은 4년째, 로터리는 3년째 일하고 있다. 황순원 이사장은 ‘봉사’라는 표현에 극구 반대했다. 봉사란 남에게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그리고 진정성을 갖고 하는 것이라는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전에 손학규 도지사 시절 신협 산악회에서 경남 고성 수해 현장에 봉사를 간 적이 있습니다. 뭐, 만날 산에 가는 거, 어려운 일 있을 때 한 번 쉬는 대신 봉사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지요. 그게 전부입니다. 그런데 당시 동장님하고 다른 분들이 기념사진을 찍을 때 제가 슬쩍 빠졌어요. 그걸 누가 보고서 ‘아, 저것이 진짜 봉사자 아니겠냐’고 추천을 한 모양입니다. 어이가 없는 일이죠.”
그는 결국 봉사상 시상식에도 가지 않았다. 당연히 할 일을 한 걸 두고 덜컥 상까지 받는 것은 스스로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저는 그거 진짜 아니라고 봐요. 산악회원들 이끌고 봉사 한 번 다녀왔다고 상 받는 게 말이나 됩니까? 봉사는요, 사회적으로 드러나지 않게 하는 게 봉사예요.”
보통 이런 식으로 말하는 이들 중 일부는 자신의 겸허함마저 봉사자의 미덕으로 조심스레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황순원 이사장은 봉사의 철칙에 대한 엄격함으로 다른 봉사자들에게까지 모범을 보이고 있다.
우리 사회는 사진 찍기용 봉사 너무 많아
“의왕시가 시흥군일 때부터 저희 집 식구는 삼형제가 며느리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요즘 같은 때 며느리 셋이서 시부모님 모시고 사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그래서 누가 저희 집 사람을 효부상을 주겠다고 해요. 그래서 제가 ‘기왕에 주려거든 며느리들을 함께 칭찬해줘서 다른 가정에서도 본받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이건 상 받는 것보다는 사회에 귀감이 되라고 허락한 겁니다.”
하지만 그 역시 결국 상은 받지 못하게 돼버렸다. 며느리들이 빠진, 아내만 봉사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제가 그 날 시상식 안 가고 저희 집 식구 데리고 단체로 외출을 했습니다. 실제 고생을 한 건 며느리들인데 제 아내만 상을 받는다는 건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지요. 그건 곧 드러내기 위한 봉사로밖에 남을 수 없는 겁니다. 그런데 제 진의가 전달이 안 되었던 거예요.”
이쯤 되면 그가 인터뷰를 극구 사양한 이유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황순원 이사장은 현재 봉사의 혜택이 일부 계층에만 집중돼 있는 것도 몹시 불만이다. 그는 “로타리클럽에서 일을 해보면 불우이웃 돕기 같은 경우도 만날 받는 사람이 받아서 심지어 쌀을 버린 적도 있다고 들었다”며 “그런 게 바로 전형적인 사진 찍기용 봉사”라고 비판했다.
진정한 봉사는 ‘살신성인(殺身成仁)’

“신협에서 지점을 내면 화분을 사고 테이프 커팅식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저희 지점 오픈할 때는 그런 거 일절 안 했습니다. 그 돈이면 그냥 현금으로 달라고 했어요. 어려운 사람 위해서 쓰게. 괜히 시에서 쌀 받아서 어디 지원할 만한 곳에 툭 던져주는 거, 그거 봉사 아니라고 봐요.”
황순원 이사장이 말하는 봉사는 딱 잘라서 ‘살신성인(殺身成仁)’이다. 나를 버리고 상대방을 진정으로 위하지 않는 봉사는 허울뿐인 껍데기인 셈. 로터리에서도 그는 외형보다는 내실에 신경 쓰는 사람으로 통한다. 얼마 전 끊긴 의왕시 꿈누리 방과 후 스쿨 학습지 지원 사업도 그의 중재로 1월부터 재개될 수 있었다. 그는 “로터리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사진 찍지 말고, 내세우지 말고 조용히 봉사하는 것”이라며 “기왕에 봉사할 바에야 말없이 드러내지 않고 하면 얼마나 멋지겠느냐”고 말했다.
“우리 누님께서 예전에 효부상을 탄 적이 있습니다. 누님 집에 가보니 상 받은 걸 집에다 액자로 걸었더군요. 제가 당장 떼시라고 그랬습니다. 밤에 혼자 누워서 가슴에 손을 얹고 ‘내가 정말 상 받을 만한 일을 했는가’ 반성을 해보라고 했죠. 물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칭찬을 하겠지만, 피붙이인 제가 봤을 때는 냉정하게 아니라고 판단을 했던 겁니다.”
그는 호적상 자식이 있어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 사각지대에 놓인 다문화가정을 발굴해 지원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했다.
“전 식당에 가면 허리가 아파서 소주병 박스 꺼내다 거기 앉아서 밥을 먹습니다. 멀쩡한 사람들 중에서 봉사하지 않고 남 괴롭히는 사람이 좀 많습니까? 그런 사람들 데려다 봉사하는 교육을 꼭 해야 해요. 우리 사회가 생각이 바뀌면 정말 자발적으로 봉사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생겨야 할 겁니다.”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