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의왕시방범기동순찰대 이경자 대장 “전도사에서 기동순찰대장으로 인생역전, 궁금하세요?”

의왕시방범기동순찰대 이경자 대장 “전도사에서 기동순찰대장으로 인생역전, 궁금하세요?”

by 안양교차로 2013.07.10

의왕시 오전동에 위치한 의왕시방범기동순찰대. 삼거리 모퉁이의 작은 컨테이너 박스는 여느 평범한 순찰대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곳은 여성 최초의 기동순찰대장인 이경자 대장이 근무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50대 중반을 넘긴 여성의 몸으로 치안과 방범 활동을 벌이고 있는 그는 지역 경찰서장은 물론 의왕시장에게도 인정받은 의왕시 ‘봉사왕’이다.
낮에는 예술단장, 저녁에는 방범대장
낮에는 곱게 한복을 차려 입고 전통민요를 부르지만, 해 진 뒤부터는 정복을 차려입고 의왕시 순찰에 나서는 이. 영화 속 주인공처럼 상반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바로 이경자 대장이다. 총신대 목회학을 전공하고 김포에서 10여 년을 전도사 생활을 했던 그는 누구보다 ‘봉사 정신’이 투철한 사람이었다. 목회를 그만두고 평생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하리라 다짐했던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기동순찰대.
“처음 순찰대에 왔을 때는 23년 이력만을 내걸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었어요. 힘없는 남자들이 모여서 술 먹고 왁자지껄 수다 떨고 가는. 시에서 돈 받아서 운영하면서 왜 그렇게 할 일을 못 하는지 답답하기만 했죠.”
이경자 대장이 2009년 부대장으로 취임한 뒤 순찰대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졌다. 대원들의 유니폼을 마련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순찰을 돌며 본래 역할을 찾기 시작한 것. 기름 값을 겨우 넘기는 지원금 외에도 주변의 찬조금을 이끌어내 대원들의 자부심을 이끌어냈다. 경찰들도 미처 몰랐던 동네 곳곳의 우범지대를 찾아내 각종 사고를 막고 있는 그에게 ‘특채로 뽑아주겠다’는 서장의 제의가 있었을 정도다.
“어쩌면 돈 받고 하지 않는 봉사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만약 얼마라도 제 앞으로 오는 돈이 있었다면, ‘에이, 돈 받은 만큼만 하지 뭐’ 그런 생각 했을 거예요.”
대형사고 막는 의왕시 ‘원더우먼’
여성 최초의 순찰대장이 되었지만 겉모습만 보고 그를 판단하면 안 된다. 태권도 공인 3단에 웬만한 남자 2~3명은 너끈하게 매칠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다. 순찰대장으로 봉사하며 겪었던 각종 사건·사고에서 이경자 대장의 활약은 라디오 방송과 지역 신문 등에서 주목할 정도로 꽤 유명하다.
“한 번은 청계동 순찰을 도는 데 웬 남자 한 명이 스타렉스 안에서 꼼짝도 않고 누워 있는 모습을 발견했어요. 우범지대라 이상한 생각이 들어 가까이 가봤더니, 가스를 열어놓고 자살시도를 하고 있었죠. 재빨리 내려서 차 문을 열었는데 20리터짜리 가스통 두 개를 열어놓고 있는 거예요.”
여차 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기에서 그는 남자를 끌어낸 뒤 창문을 모두 열고 환기를 시켰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대원들은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은 뒤였다. 남자와 일대 일로 대면하는 상황에서 이경자 대장은 남자의 몸을 밀치며 차량과 거리를 유지했다. 남자가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자 이경자 대장은 단 번에 그를 제압했다.
“의왕시 경찰 한 명이 평균 2천 500명의 치안을 책임져야 하는데 불가능해요. 그 때문에 방범대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죠. 저는 동네 골목골목, 산동네까지 365일 매일 순찰을 나가기 때문에 경찰보다 동네를 더 잘 알죠(웃음).”
“한복 차려 입고 어르신들에게 민요 불러드릴 때 행복하죠”
늦은 밤까지 순찰을 돌고 이튿날 아침이 되면 이경자 대장은 어절씨구 민요예술단 단장으로 변신한다. 방범대 정복대신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노인복지회관이나 복지관 등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무료 공연을 펼친다. 방범대 활동도 빠듯하지만 예술단을 만들게 된 계기가 따로 있다.
“의왕시문화원에서 민요를 배웠는데 1년에 1천만 원 예산을 갖고 있으면서 시 행사가 있으면 외부에서 민요 하는 사람들 불러다 무대에 세우는 거예요. 기가 막혔죠. 기왕이면 문화원 사람들이 모여서 의기투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정집에서 모여 연습하던 빈궁한 여건 속에서도 이경자 단장은 각종 행사에 자원해서 참여하며 예술단을 알렸다. 매월 노인회관, 경로당, 요양원 등 평균 4~5회 가량을 공연하면서 이제는 곳곳에서 먼저 러브콜을 보내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지난 노인의 날 행사 공연 때는 2천여 명의 노인들이 몰려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의왕시 안전모니터봉사단, 방재단 회원, 불우이웃돕기 등 직함이 10개도 넘는 그는 봉사 시간이 4천여 시간을 넘어 의왕시 여성 중 1위다. 올해 초에는 의왕시 자원봉사자 대표로 싱가폴에서 열린 세계자원봉사대회에서 참석했다. 이경자 단장은 “흐르는 물은 고이면 썪는다는 각오로 봉사의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나와 같은 봉사자들이 더 많이 발굴되어 봉사의 향기가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취재 오혜교 기자